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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확진자 1만명대 설맞이 풍경] “2년째 못뵌 아버지 올해 설에도 못 보나요”

요양시설 비대면 면회만 허용

3차 접종했어도 손도 못잡아

지자체, 귀향 자제 현수막 호소

방역수칙에 가족의미 퇴색할판

"이번엔 모이자" 놓고 갈등까지

민족 최대 명절 설이 며칠 앞으로 다가온 28일 오후 경남 김해시 내외동 행정복지센터 주변에 고향 방문 자제를 요청하는 사투리 현수막이 걸려 있다./김해=연합뉴스




“요양병원에 계신 아버지를 2년간 못 봬서 이번 명절에는 꼭 면회를 가려고 했는데 결국 이번에도 못 만나게 됐네요. 차라리 지난 추석 때 무리해서라도 찾아뵐 걸 그랬습니다.”

민족 최대 명절인 설날을 며칠 앞두고 시민들의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코로나19 신규 확진자가 연일 1만 명대를 기록하면서 귀성에 대한 부담이 커지고 있기 때문이다. 인원 제한 방역 수칙을 어기면서 고향에 내려오라는 요구에 가족 간 갈등이 커지는 사례도 나타나고 있다.

서울 송파구에 거주하는 A(57) 씨는 코로나19 발생 이후 지난 2년간 요양병원에 있는 아버지를 만나지 못했다. 올해 설날에도 요양시설에서 비대면 면회만 허용되면서 아버지를 만나지 못하게 됐다. 설 연휴 특별 방역 대책으로 내달 6일까지 요양시설에서 대면 면회는 전면 금지되고 비대면 면회만 허용된다. 하지만 이마저도 20분 시간 제한 등으로 실제 면회 시간은 매우 적다.

A 씨는 “지난해까지는 대면 면회가 일시적으로 허용됐어도 혹여나 면역력이 약해진 아버지에게 코로나19를 옮길까봐 백신 접종을 다 마친 후에 면회를 가려 했다”며 “정작 가족들이 3차 접종까지 다 마쳤는데 아버지 손 한 번 잡지 못한다고 생각하니 아쉬울 따름”이라고 말했다.



오랜만에 조부모와 친척들을 만나려고 했던 시민들도 아쉬움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코로나19 확산세 때문에 고향 방문을 고민하면서도 이대로라면 수년간 만나지 못할 수 있다는 생각에 방역 수칙을 어기고라도 모임을 가지려는 가족들마저 생기고 있다. 직장인 김 모(30) 씨는 “매번 명절 때 인원 제한 때문에 할머니와 친척들을 만나지 못해 올해 설에는 꼭 찾아뵈려고 했다”며 “같이 밥 먹는 것도 조심스러워 잠깐 인사만 드리고 올 예정”이라고 말했다.

직장인 최 모(27) 씨는 “서울에서 혼자 지내면서 그간 명절에는 부모님만 뵙고 오는 수준이었다”며 “정부 지침을 따르느라 다른 친척들은 만날 생각도 못했는데 계속 못 만나다 보면 가족의 의미가 크게 퇴색할 것 같다”고 아쉬워했다. 그는 이어 “결혼을 한 사촌, 아이를 낳은 사촌도 있는 만큼 이번 명절에는 최대한 만나는 쪽으로 친척들과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고 덧붙였다.

전국 지방자치단체들은 설 귀향을 자제해 달라고 호소하고 있다. 전남 강진과 경북 김천 등 전국 시골 마을 곳곳에는 ‘고향과 친지 방문, 여행을 자제합시다’라는 현수막이 걸렸다. 노인 인구 비율이 가장 높은 경북 의성군에서는 이번 설 명절에도 고향 방문 자제와 함께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동영상을 활용해 부모와 자식이 설 안부를 묻도록 당부하고 있다. 의성군에서는 귀농한 청년들이 어르신을 챙기고 안부도 전하는 기부 행사를 진행하고 있다.

인원 제한을 어긴 채 가족 만남을 강요하면서 가족 간 갈등이 생기는 사례도 늘고 있다. 인천에 거주하는 40대 B 씨는 “설날 당일 가족들 13명이 한자리에 모인다고 한다”며 “어른들은 3차 접종까지 대부분 끝냈다고 해도 아이들은 걸리면 어떻게 하냐”고 걱정했다. 그는 이어 “아이들이 학교에서 교육 받은 대로 식사할 때도 마스크를 끼는데 면박을 주기도 한다”며 “누가 신고해서 단체로 된통 당했으면 하는 마음도 든다”고 밝혔다.

경기 남양주시에 거주하는 C 씨도 “코로나19 신규 확진자가 1만 명을 넘어가면서 당연히 만나지 않을 거라 생각했는데 ‘이제 코로나19는 감기’라면서 이미 식재료를 다 장봐 두셨다고 한다”며 “100일 갓 넘은 아기도 있는데 무리해서 만나야 할지 의문”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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