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 연휴 잘 보내고 계십니까. 우리 경제의 속살을 한꺼풀 벗겨드리는 뒷북경제입니다.
올 들어 우리 경제의 지속 가능성을 경고하는 목소리가 세계적 경제기구에서 잇달아 터져 나오고 있습니다. 지금까지는 우리나라의 경제 체력이 비교적 튼튼해 코로나19 위기를 다른 나라보다 상대적으로 무사히 넘겼지만 서서히 위기 징후가 보이고 있다는 겁니다.
특히 빗장이 풀려 버린 나라 곳간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큽니다. 사실 우리나라는 1997년 국제통화기금(IMF) 위기 이후 병적으로 재무 건전성을 관리하고 외환 보유고를 쌓아 왔습니다. 다시는 기업들이 쓰러지고 국민들이 일자리를 잃는 최악의 경제 위기를 겪고 싶지 않다는 강박증 때문이었는데요.
하지만 그로부터 25년 여가 지나면서 위기감이 옅어져서 일까요. 정치권은 물론 정부조차도 재정을 물 쓰듯 꺼내 쓰는데 별로 두려움이 없어 보입니다. 이런 가운데 IMF와 글로벌 신용평가기관인 피치로부터 경고음이 나온 겁니다.
우선 IMF의 경고부터 들어보겠습니다. IMF는 올해 우리나라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0.3%포인트 내리면서 코로나19 시기에 눈덩이처럼 불어난 국가 채무와 관련해 재정 적자 규모를 지금보다 축소할 필요가 있다고 권고했습니다.
IMF는 이번 전망에서 우리나라 성장률을 지난해 10월 전망치(3.3%)보다 0.3%포인트 낮은 3.0%로 제시했는데요. 이는 우리 정부가 지난해 말 제시한 성장률 3.1%보다 0.1% 포인트 낮은 수치입니다.
또 IMF는 올해 세계경제 위험 요인으로 △코로나19 변이 바이러스 확산 △글로벌공급망(GVC) 차질 장기화 △미국 통화정책 정상화에 따른 금융시장 충격 △임금 상승과 인플레이션 압력 확대 △중국 부동산 시장 위축 심화 등을 꼽았습니다. 특히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올해와 내년에 걸쳐 각 3차례씩 총 6번 기준금리를 올릴 것으로 내다봤습니다.
경제정책 측면에서는 코로나19 시기 과도하게 늘어난 재정 적자를 축소하라고 권고했습니다. 정치권에서 대선을 앞두고 최대 100조 원 규모 추가경정예산 편성 요구까지 나오고 있는 점을 감안하면 한국만 IMF 권고에 역행할 가능성이 커지고 있는 셈인데요. 홍남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도 최근 추경 규모 확대 가능성에 대해 “추경 규모가 더 커지면 물가를 자극할 가능성이 있다”고 밝힌 바 있습니다.
이뿐만이 아닙니다. 피치도 최근 한국에 대한 신용등급을 기존과 같이 유지하면서 이례적으로 대선 후보들의 재정 지출 공약을 직접 겨냥했습니다. 피치는 “한국 대선 후보들이 경제 회복을 위한 재정지원 약속을 지지하고 있다"며 "재정 안정화는 대선 이후에도 빠르게 달성하기 어려울 전망”이라고 지적했습니다.
저출산 고령화로 그렇지 않아도 경제 구조가 불안정한 한국이 최근 재정적자를 용인하는 듯한 자세로 돌아서면서 중기적으로 신용 등급 하락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는 겁니다.
만약 국가 신용등급이 떨어지면 대한민국 정부나 기업들이 해외에서 자금을 조달하는 금리가 올라가게 되고 이는 고스란히 국민들의 부담으로 돌아오게 됩니다. 지금 당장은 씀씀이 확대 정책이 달콤해 보여도 장기적으로는 국민들을 억누르게 되는 셈입니다.
이번 명절에는 온 가족이 둘러 앉아 우리 경제를 위기에서 구해낼 후보가 누구일지 이야기 해보는 시간이 됐으면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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