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운동장서 바늘 구멍도 찾는 '원전 안전 지킴이'

[대한민국 명장을 찾아서] 비파괴검사 권위자 도화식 한전KPS 부장

19년 간 '증기발생기' 예방 점검

방사선 누출 우려 기우로 만들어

국내 보유 24기 모두 그의 손 안에

美 송스·워터폴드 등도 검사 맡겨

"원전 제대로 알면 두려울 것 없어

현장 경험으로 자기 스타일 세워야

도화식 한국KPS 부장이 경북 경주 원전센터에서 증기 발생기의 원리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원전은 현존 최고 효율을 가진 에너지원이다. 발전비용이 석탄의 70% 수준밖에 안 되고 환경오염의 우려도 적다. 원전이 국내 발전량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석탄 다음으로 높은 29%에 달하는 것도 이 덕분이다. 문제는 안전에 대한 우려. 손톱만큼만 이상이 발생해도 끔찍한 재앙을 초래할 수 있다는 점이다. 최고의 에너지원임에도 불구하고 논란이 끊이지 않는 이유다.

지난 2017년 비파괴 검사 분야에서 대한민국 명장 반열에 오른 도화식(50) 한전KPS 원자력정비기술센터 부장은 원전에 대한 우려를 기우로 만든 ‘원전 지킴이’ 중 한 명이다. 비파괴 검사란 본체를 분리·해체하지 않고 외부에서 데이터를 통해 분석하는 기법이다. 도 부장은 1997년 한전KPS에 입사해 2003년부터 19년 동안 이 방법을 통해 원전 핵심 장치 중 하나인 ‘증기 발생기’의 안전을 책임지고 있다. 이 장치는 원자로를 통해 데워진 물과 냉각수를 교차시켜 증기를 만드는 역할을 한다. 이 증기로 발전기를 돌려 전기를 일으킨다.

7일 경북 경주시 한국KPS 원전센터에서 만난 그는 “증기 발생기 내에는 방사선수(水)와 청정냉각수가 교차하는 튜브가 적게는 2000~3000개, 많게는 1만 개까지 들어 있다. 그것을 전부 펼치면 운동장 하나의 넓이”라며 “제가 하는 일은 데이터를 분석해 그 안에서 바늘구멍 하나의 이상이라도 있는지 찾아내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다루는 데이터의 양도 어마어마하다. 보통 원전 한 기에 대한 평가를 할 때 나오는 데이터는 최소 100GB, 많게는 TB급이나 된다. 평가자는 쏟아지는 데이터 속에서 이상 신호를 감지할 수 있어야 한다. 증기 발생기에 대한 비파괴 검사를 하는 평가자가 반드시 미국 전력연구원에서 인증한 증기 발생기 비파괴 검사 신호 평가자(QDA) 자격을 보유하고 있어야 하는 이유다. 시험은 당연히 까다로울 수밖에 없다. 도 부장도 하마터면 떨어질 뻔했다. 그는 “QDA 시험 기회는 세 번밖에 주어지지 않는다”며 “두 번 떨어지고 미국에서 출국하기 하루 전 본 마지막 시험에서 겨우 합격할 수 있었다”고 당시를 회고했다.

도화식 부장




그의 능력은 비파괴 검사 수주 실적을 보면 알 수 있다. 국내 원전 24기 중 그의 손을 안 거친 원전은 하나도 없다. 해외의 지원 요청도 잇따르고 있다. 미국 원전 기업인 애너텍(Anatec)은 물론 송스(Songs) 원전과 워터포드 원전이 도 부장에게 비파괴 검사를 맡겼고 필리핀 일리한 복합화력발전소도 같은 대열에 합류했다. 그가 원전과 발전소 안전을 책임지는 사례는 매년 7건, 지금까지 총 120건 이상이나 된다.

도 부장은 자신이 하는 일을 ‘극한 직업’이라고 표현한다. 지금은 주52시간근로제 도입으로 나아졌지만 이전에는 주 72시간씩 휴식도 없이 일했다. 근무 준비까지 포함해 하루 14시간씩 일하다 보니 근골격계 피로를 달고 살 정도였다는 게 그의 고백이다.

하나의 원전만 잘 안다고 안전이 지켜지는 것은 아니다. 각 원전은 자신만의 특성을 가지고 있다는 게 도 부장의 설명이다. 성격이 다르니 데이터도 다를 수밖에 없다. 이 때문에 도입된 것이 ‘기량 평가 자격(SSPD)’이다. 원전의 안전을 다루는 만큼 까다롭기로 유명하다. 도 부장은 “SSPD는 한 번 획득한다고 영원히 가는 게 아니라 원전을 점검할 때마다 새로 받아야 한다”며 “평가자로서는 매일 공부하는 것밖에 답이 없다”고 덧붙였다.

원전에서 일하는 것에 대한 두려움은 없는지 물었다. 그에게서 “원자력을 제대로 알면 무서울 게 없다”는 대답이 돌아왔다. 그는 “대학에 다닐 때 방사성 동위원소 일반 면허를 따는 등 관련 지식을 갖고 있다 보니 두려움은 전혀 없다”며 “매일 방사선량을 체크하기 때문에 피폭량이 급격히 증가하는 일도 일어나지 않는다. 겁먹을 이유가 없다”고 강조했다.

그는 원전 비파괴 검사 분야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현장 경험’이라고 역설한다. 현장을 알아야 무엇이 부족한지, 개선점은 무엇인지 알 수 있다는 것이다. 도 부장은 “현장은 자기 개발을 할 수 있고 앞으로 어떤 기술을 개발해야 할지 예측하고 동기부여를 받을 수 있는 최적의 장소”라며 “직접 몸으로 경험하는 것만이 자신만의 스타일을 완성할 수 있는 지름길”이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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