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들어 인천과 경기도를 중심으로 수도권 아파트 청약의 최저 가점이 큰 폭으로 떨어지고 있다. 한때 30대 3인 가족 최고 가점(52점)은 돼야 당첨되던 수도권 인기 지역에서도 10점대 당첨 단지가 나오고 있다. 이에 따라 청약을 통한 내 집 마련의 최대 문턱은 가점보다는 자금 조달이 될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16일 부동산R114에 따르면 전용면적 84㎡ 기준 인천의 올 1분기 아파트 청약 당첨 커트라인(최저 가점) 평균은 24점으로 지난해 연평균(44점)보다 20점 하락했다. 지난해 4분기(48점)와 비교하면 반 토막이다. 경기도 역시 올 1분기 전용 84㎡ 당첨 커트라인 평균은 28점으로 지난 분기(43점)보다 15점, 지난해 연평균(37점)보다 9점이 낮아졌다. 서울도 전 분기(69점)나 지난해 연간(69점)보다 11점 떨어진 58점이었다.
수도권의 당첨 최저 가점 하락은 다른 지역과 비교해도 눈에 띄는 수준이다. 전국 기준으로 전용 84㎡ 당첨 최저 가점 평균은 31점으로 전 분기(32점)나 지난해 평균(34점)과 비교해 하락세가 크지 않다. 경북은 오히려 지난해 연평균보다 2점 오른 23점이며 전남(19점), 충남(34점)에서는 오히려 1분기 최저 가점이 전년 평균보다 높아졌다.
인천의 경우 청약 열기를 이끌었던 송도에서 미계약 또는 1순위 모집 실패 단지가 나오면서 청약 인기가 흔들리는 모양새다. ‘송도럭스 오션SK뷰’의 경우 인기 평형인 전용 84㎡에서 17점에 당첨된 사례도 나왔다. 지난해 초 같은 지역에서 분양한 ‘송도 자이 더스타’의 전용 84㎡ 당첨 최저 가점이 46점이었던 것과 비교하면 30점가량 커트라인이 낮아졌다.
당첨 최고 가점이 높아도 커트라인은 낮아지는 지역도 나왔다. 최고 가점과 최저 가점의 갭이 커지는 것이다. 평택의 경우 지난해 7월 분양한 ‘평택지제역 자이’는 전용 84㎡에서 5인 가족 기준 만점인 74점의 최고 가점이 나왔다. 최저 가점 역시 57점으로 높은 수준이었다. 반면 지난달 당첨자를 발표한 ‘평택 힐스테이트 더퍼스트’의 경우 전용 84㎡D의 최고 가점이 68점으로 4인 가족 만점(67점)을 상회할 정도로 높았음에도 최저가점은 25점에 불과했다.
전문가들은 이 같은 아파트 청약 커트라인 하락 현상을 대출 규제에 따른 수요자들의 전략 변화 때문이라고 분석하고 있다. 올해부터 차주의 총 대출액이 2억 원을 넘을 경우 모든 대출에 연 소득 40%의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이 적용된다. 청약 계약금과 잔금 대출도 DSR 적용 대상이기 때문에 당첨이 된다 하더라도 자금 마련이 까다롭다. 여경희 부동산R114 수석연구원은 “당첨 이후 계약을 포기하면 10년간 재당첨이 제한되기 때문에 실수요자들이 처음부터 자금 조달 상황을 고려해 신중하게 청약통장을 사용할 수밖에 없다”며 “해당 지역에 오랫동안 청약을 노린 수요자들이 있기 때문에 최고 가점은 여전히 높아도 ‘일단 넣고 보자’는 수요는 줄어들어 커트라인이 낮아지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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