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62억 원. 지난 한 해 서울주택도시공사(SH공사)가 납부한 종합부동산세 규모다. 그동안 100억 원대에 머물렀던 SH공사의 종부세 금액이 한 번에 400억 원대로 껑충 뛴 배경에는 이 정부 들어 본격화된 공시가격 현실화 정책, 세율 인상, 그리고 집값 폭등이 있다. 결국 정부의 부동산 정책이 실패한 영향으로 국민의 세금으로 운영되는 SH공사 등 공공임대주택 사업자의 세 부담까지 크게 늘어난 셈이다.
정부가 종부세를 비롯한 부동산 관련 세 부담을 대폭 높인 것은 부동산 시장을 안정화하겠다는 이유에서다. 정부는 주택을 투기 수단으로 악용한 다주택자와 법인이 집을 팔 수밖에 없게끔 하겠다며 종부세율을 올렸다. 이 결과 SH공사는 지난해 400억 원이 넘는 종부세를 부담해야만 했다.
시세보다 싼 가격에 공공임대주택을 공급하는 SH공사 등 공공임대주택 사업자에는 다주택이 오히려 장려돼야 한다. 그래야만 보다 많은 주거 취약 계층이 시세보다 낮은 금액으로 주택을 공급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현재 SH공사가 관리하고 있는 공공임대주택은 23만 가구(지난해 9월 기준)에 육박한다. 지난해까지 이어진 부동산 상승으로 서울살이가 더 팍팍해진 상황에서 SH공사가 저렴한 가격에 공급하는 23만 공공임대주택은 주거 취약 계층의 마지막 보루가 되고 있다. 그럼에도 단지 주택을 많이 보유했다는 이유만으로 종부세 부담이 크게 늘어난다면 공공임대 사업은 위축될 공산이 크다. 결국 그 피해는 주거 취약 계층의 몫으로 돌아올 수밖에 없다.
주거 복지 강화는 정부가 매년 제시하는 주택정책의 핵심 목표다. SH공사 등 공공임대주택 사업자가 더 많은 임대주택을 공급해야 달성할 수 있는 과제다. 이를 위한 제반 여건부터 조성해주는 것이 우선이다. 현행법은 임대 기간, 주택 수 등 일정 요건을 충족한 임대주택만 종부세 과세표준 합산 대상에서 빼주고 있다. 민간 임대 법인의 투기를 예방하기 위해서다. 하지만 SH공사 등 공공임대주택 사업자는 투기 우려와는 거리가 멀다. 현행법상 요건과 무관하게 과세표준 합산 대상에서 제외해주는 방안을 검토해야 한다. 물건이 풀리려면 ‘판’이 먼저 깔려야 한다는 사실을 잊지 말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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