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상인간(Virtual Human)이 광고 출연, 음원 발매, 패션 디자이너 등 활동 영역을 빠르게 넓히는 가운데 드라마에서 정식 배역까지 맡았다. 특히 가상인간의 역할이 아닌 진짜 사람을 연기하며 연예인 영역을 넘보고 있다.
23일 업계에 따르면 카카오엔터테인먼트 자회사 레디엔터테인먼트는 인공지능(AI) 디지털그래픽 스타트업 펄스나인이 만든 가상인간을 다음달 공개 예정인 시즌제 4부작 웹드라마 '안녕하쉐어(가칭)'의 조연으로 선보인다. '안녕하쉐어'는 공유하우스에 사는 남자 대학생의 연애성장기를 그린 로맨틱코미디물이다. 펄스나인이 만든 가상 걸그룹 '이터니티(Eternity)'에 새롭게 투입한 멤버 '재인'이 조연으로 출연할 예정이다.
드라마에서 재인은 '진짜 사람'을 연기한다. 소셜미디어(SNS) 상에서 큰 인기를 누리는 인플루언서로 남자 주인공이 짝사랑하는 상대이자 여자 주인공의 절친 역할이다. 재인은 드라마 속에서 평범하게 대화하고 키스신도 소화할 예정이다.
가상인간 '재인'의 실제 같은 연기는 펄스나인의 '딥리얼 AI'기술로 구현됐다. AI가 20년간 축적된 국내 가요계 스타들의 표정, 몸짓 등의 데이터를 학습해 배우와 함께 촬영한 대역 동작 데이터에 덧입히는 방식이다. '페이스 스와프'라고 불리는 일종의 하이브리드 디지털 그래픽 기술이다.
그동안 가상인간이 드라마 카메오로 출연한 적은 있지만 실제 배역을 맡은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앞서 싸이더스스튜디오엑스가 만든 가상인간 '로지'는 티빙의 오리지널 콘텐츠 '내과 박원장'에 등장해 대머리 모습을 드러낸 이서진을 보고 놀라는 연기를 한 바 있다.
로지는 지난해 광고계 블루칩으로 떠올랐으며 최근 신한라이프 유튜브 채널에서 MC로 활약하기도 했다. 특히 처음 공개된 로지의 목소리는 22살이란 나이와 어울리는 발랄함과 밝음을 지닌 톤이었다. 메세지 전달 효과를 높이기 위해 중음 이상의 목소리를 기반으로 했다고 전해졌다.
재인과 로지뿐만 아니라 다양한 가상인간이 등장하면서 이들의 활동 영역도 더욱 넓어질 전망이다. 특히 시·공간의 제약이 없고 스캔들 우려에서도 자유로워 가상인간 활용은 갈수록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스마일게이트가 만든 가상인간 한유아는 패션 화보를 시작으로 연예계 진출을 선언했다. LG전자의 가상인간 래아킴(래아)은 최근 가수로 데뷔했다. 엔터테인먼트 콘텐츠 기업 미스틱스토리와 뮤지션 프로젝트를 진행할 예정이다. 프로듀서 윤종신이 직접 래아의 노래는 물론 목소리까지 프로듀싱한다.
연예계 뿐 아니라 일반인들의 자리까지 넘보고 있다. 최근 버추얼 인플루언서 제작사 네오엔터디엑스의 가상인간 '리아'는 실사형 가상인간 쇼호스트로 라이브커머스 스트리밍 방송을 진행했다. 중국에서는 가상인간이 그 능력을 인정받아 진짜 사람을 제치고 우수사원상을 받는 일까지 벌어졌다.
한편 LG경제연구원이 발표한 ‘AI에 의한 일자리 위험진단’ 보고서에 따르면 우리나라 일자리의 43%가 AI로 대체될 고위험군인 것으로 조사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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