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이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돈바스 지역 독립 승인과 군 병력 투입을 ‘침공(invasion)’으로 규정하고 러시아 최대 국책은행인 대외경제은행(VEB) 등에 대한 전방위 제재에 착수했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도네츠크인민공화국(DPR)·루간스크인민공화국(LPR) 독립을 승인한 지 하루 만이다. 영국·캐나다·독일·호주·일본 등 미국의 동맹국 역시 제재에 나서면서 러시아를 향한 서방의 ‘경제 전쟁’이 본격화하고 있다. 24일(현지 시간)로 예정됐던 미러 외교장관 회담과 정상회담이 잇따라 취소되면서 경제 제재와 전면전에 대비한 행보가 동시에 이뤄지는 강대강 국면이 펼쳐질 것으로 전망된다.
22일 로이터통신 등에 따르면 조 바이든 미 대통령은 이날 백악관 연설에서 “우크라이나에 대한 러시아의 침공이 시작됐다”며 “단호한 대응에 나설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전날 돈바스 지역에 대한 제재를 담은 행정명령에 서명하면서도 ‘침공’이라는 단어를 쓰지 않았지만 하루 만에 강경 모드로 돌아섰다.
미 정부는 우선 VEB, 방위산업 지원 특수은행인 PSB를 비롯해 이 두 은행의 42개 자회사도 제재 리스트에 올렸다. 이들이 가진 해외 자산은 동결되며 서방과의 거래도 차단된다. 미국은 또 일부 국영은행 고위 관계자나 정재계에 포진한 푸틴 대통령의 측근도 블랙리스트에 포함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러시아가 추가 도발하면 제재 수위를 높일 수 있다”고 경고했다.
동맹국의 대러 제재도 이어지고 있다. 독일은 러시아와 독일을 잇는 가스관 ‘노르트스트림2’ 사업을 중단하기로 했다. 영국은 겐나디 팀첸코 등 푸틴과 가까운 신흥재벌(올리가르히)들을 제재 대상에 올렸고 캐나다는 우크라이나 반군 지역과 자국민 간 금융거래를 금지하기로 했다. 특히 미국은 전면전에 대비해 F-35, 아파치헬기 등을 발트해 3국 및 폴란드에 전진 배치하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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