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3일(현지 시간) 미국 뉴욕증시의 주요 지수는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사이의 긴장이 더 높아지면서 또 하락했는데요. 미 국방부는 러시아가 전면 침공 준비를 마쳤다며 우크라이나 접경 지역에 배치된 군의 80%가 진격 태세를 갖췄다고 밝혔습니다. 우크라이나 의회도 비상사태 선포를 승인하고 러시아에 있는 자국민은 속히 떠나라고 경고했는데요.
에드워드 모야 오안다 선임 시장 분석가는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사태가 외교적으로 해결될지 지역 내 전쟁이 발생할지에 대한 뚜렷한 답이 나올 때까지 시장의 어려움이 계속될 것”이라고 내다봤습니다.
현 증시는 우크라이나와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움직임, 기업 수익 등 3가지 요소에 달려있는데요. 단기적으로는 지정학 리스크에 관심이 쏠릴 수 있는 만큼 우크라이나 관련 사항 업데이트와 함께 긴축 전망을 알아보겠습니다.
“푸틴, 우크라 내부 정치 분열 기다려…러, 지지 높은 남부·동부 지역 추가 진주할 수도”
오늘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러시아와 독일을 잇든 가스관 노르트 스트림-2를 주관하는 기업과 임원에 대한 제재를 발표했는데요. 가스관 사업 주관사는 노르트 스트림-2 AG로 러시아 국영가스 기업인 가즈프롬이 지분 100%를 갖고 있습니다. 사실상 가즈프롬을 겨냥했다고 볼 수 있는데요. 앞서 독일 정부가 우크라이나 사태로 해당 사업에 대한 승인 절차를 중단하자 미국도 추가 제재에 나선 겁니다. 유럽 안팎에서는 노르트 스트림-2 사업 제재가 큰 사건이라고 했었는데요.
러시아의 생각은 어떨까요. 앞으로의 상황 전개가 전적으로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에게 달려있다는 점을 고려하면 매우 중요한 부분인데요. 전직 푸틴 대통령 고문인 세르게이 마르코프는 이날 블룸버그TV에 “나는 미국과 유럽의 제재가 러시아의 정치와 경제에 큰 영향을 준다고 생각하지 않는다”며 “물론 모든 제재는 부정적이지만 미국과 유럽은 러시아에 강력한 제재를 쓰는 것을 원하지 않는다. 그들은 푸틴 대통령이 우크라이나 다른 지역에 군대를 보낸다면 최고수준의 제재를 하겠다고 위협하고 있는 것”이라고 평가했습니다.
사실상 좌초된 노르트 스트림-2 사업은 상황이 다를까요? 그는 “노르트 스트림-2 제재는 놀랍지 않다. 우크라이나를 둘러싼 갈등이 심해지면 가스관 사업은 가동이 안 될 것”이라면서도 “만약 상황이 안정적이게 되면 이 부분은 다시 돌아올 수 있다”고 했습니다. 승인 관련 문제는 나중에 되돌릴 수 있는 사안이라는 얘기죠.
특히 현재 이 가스관이 운영되고 있는 것도 아닙니다. 건설과정에서의 가즈프롬의 손실은 푸틴 대통령 입장에서 보면 큰 걱정거리는 아니지요. 푸틴의 절친에 대한 제재가 푸틴을 바꿀 수 있다고 보면 오해에 가깝지 않나 합니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의 측근이 미국 제재를 받는다고 시 주석이 미국에 양보를 할까요? 개인보다는 국가와 체제를 더 중요하게 생각하는 이들입니다.
중요한 것은 푸틴 대통령의 다음 행보입니다. 마르코프는 푸틴 대통령의 움직임에 대해 “그의 다음 걸음은 기다리는 것”이라며 “우크라이나 내부 정치세력에 변화가 일어나고 (러시아에) 더 완화적이 되도록 하는 게 러시아가 원하는 사안”이라고 했는데요. 그러면서 “우크라이나 동부와 남부에 크리미아의 뒤를 따르기를 원하는 곳들이 있다. 인구의 70~80%가 푸틴을 지지하는 지역들”이라며 이들 지역을 자유화할 가능성이 65% 정도 된다고 덧붙였습니다.
긴장이 계속되고 우크라이나 경제가 심각한 타격을 입게 되면 정치권도 시기의 문제일뿐 영향을 받겠죠. 푸틴 대통령은 우크라이나가 미국과 북대서양조약기구(NATO)의 꼭두각시가 됐다고 비난한 바 있는데 이를 뒤집어 보면 이 같은 정치구조를 바꾸기를 원한다고 볼 수 있겠습니다. 이것이 가능해질 때까지 또는 이것과 병행해 러시아 군의 추가 진입을 불사할 수 있다는 얘기죠.
다만, 그의 말만 보면 수도 키예프를 포함해 대규모 전면전은 당장은 아니고 다음 단계가 될 가능성이 있어 보입니다. 물론 미국이 러시아가 전면 침공준비를 마쳤다고 한 만큼 언제든 전면전을 시작할 수 있지요. 푸틴 입장에서는 이왕 일이 벌어진 것, 단기간 내 목적을 달성하는 게 낫다고 판단할 수도 있습니다. 마르코프의 경우 러시아 당국의 입장을 대변했을 수도 있는 만큼 적절히 감안해서 볼 필요가 있겠습니다.
“푸틴, 제재 올 것 알고 있어”…美, “추가 제재 언제라도 가능하다”지만 구체적 시점 없어
이런 생각은 러시아 내부 인사들만 갖고 있는 건 아닙니다. 어제 미국와 유럽연합(EU)의 제재 내용이 발표된 후에도 비슷한 반응이 나왔었죠. 미국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의 마크 캔시안 선임 어드바이저는 서방의 대러시아 제재에 대해 “불행하게도 매우 효과적인 것 같지는 않다”며 “러시아 경제에 약간의 영향만 줄 것이다. 러시아는 서방의 대응을 예상하고 자급자족을 위한 경제를 위해 많은 시간을 보내왔다”고 했는데요. 이어 “푸틴은 이런 제재가 올 것을 알고 있었다. 하지만 그는 움직였다”고 했지요.
러시아 정부에서는 우크라이나 동부지역에 군대를 추가로 보낼 경우, 우크라이나 다른 지역을 침공할 경우, 수도 키예프를 포함해 전면전을 일으키면 어떻게 될지에 대한 예상 시나리오가 있을 것이고 이를 보고했을 겁니다. 전쟁의 기본이니까요. 상대방이 예상치 않은 움직임을 보인다면 모를까 현재로서는 푸틴이 생각했던 수준에서 미국과 서방이 행동하고 있다고 보면 된다는 뜻인데요.
물론 미국도 가만히만 있는 건 아닙니다. 러시아의 추가 행동이 없어도 제재를 더 할 수 있다고 한 것이죠. 달리프 싱 백악관 부보좌관은 러시아가 우크라이나에 추가 조치를 하지 않을 경우 추가 제재가 없느냐는 질문에 “아니다. 대가는 계속해서 점점 더 많아질 것”이라고 했습니다.
이는 미국이 러시아에 시간을 무한대로 주지는 않을 것이라는 의미인데요. 러시아의 추가 침공을 막고 외교의 장으로 이끌어내려는 복안입니다.
실제 싱 부보좌관은 “러시아에 들어가는 모든 기술을 막을 수 있는 우리의 수출통제는 아직 공개하지 않았다”며 “우리는 그것을 언제든 공개할 수 있다”고 했습니다. 하지만 그는 구체적인 시기를 명시하지는 않았습니다. 러시아가 어떻게 나오느냐를 보고 하겠다는 것이죠. 이날 국무부도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전면 침공하면 주러 대사관을 유지하겠느냐는 질문에 “갈등과 위기의 시기에는 소통 능력이 더 중요하다고 본다”고 했습니다.
3월 금리인상 폭 0.25%p 확률↑…“우크라 사태로 리스크 요인 합쳐지면서 커져”
어제 ‘3분 월스트리트’에서 3월 금리인상은 확실하지만 폭의 문제, 그리고 그 이후의 긴축속도에 대해서는 말들이 많다는 내용 전해드렸는데요. 오늘도 큰 틀에서는 달라진 게 없습니다. CME 그룹의 페드워치 툴에 따르면 3월 금리인상 확률은 100%입니다. 무슨 일이 있어도 3월 금리는 오른다는 것이죠.
관심은 폭인데 한동안 0.5%포인트 가능성에서 다시 0.25%포인트 우위로 바뀌는 분위기입니다. 0.5%포인트를 올리느니 횟수를 늘리는 게 낫다는 판단이죠. 일단 3월에 0.25%포인트를 인상하고 상황을 본 뒤 필요하면 계속해서 금리를 인상하는 게 상대적으로 유리하다는 분석인데요. 폭보다 횟수라는 겁니다.
미 경제 방송 CNBC는 “지난 한 주 동안의 사건들은 3월 금리인상 폭이 0.25%포인트가 될 것이라는 점을 시장에 확신시켰다”며 “연준은 3월부터 금리를 올리기 시작해 내년까지 속도를 늦추지 않을 것”이라고 내다봤습니다. 우크라이나 사태가 유가를 밀어올리면 인플레이션에 대응해야 할 요인이 더 커지고 결국 그동안의 궤적을 유지할 수밖에 없다는 얘기죠.
루트홀츠 그룹의 수석 투자 전략가 짐 폴슨의 생각도 비슷합니다. 그는 “나는 연준이 0.5%포인트를 올릴까에 대해 그렇게 걱정하지 않는다”며 “그들은 0.25%포인트를 올릴 수 있으며 또 올리고 싶다면 그렇게 하면 된다. 지금 시점에서 과도하게 반응하면 안 된다고 본다”고 전했는데요.
지금도 올해 7차례 인상 가능성이 50%를 넘습니다. 전체적인 상황은 0.5%포인트 인상 가능성을 배제하지 않으면서 0.25%포인트 확률이 더 높다고 보면 되겠습니다.
증시에 관해서는 단기적 영향에 그칠 것이라는 분석도 있지만 생각보다 악영향이 길어질 수 있다는 예측도 있는데요. 트루이스트의 선임 글로벌 거시 전략가인 에일렘 세뉴즈는 “불확실성이 여전하지만 과거의 역사는 군사적 위기 상황은 시장에 변동성을 주지만 단기적인 하락을 초래하는 것을 보여준다”며 “경기침체로 이어지지만 않는다면 결국 주가는 반등하는 경향이 있다”고 했습니다.
반면 월서 웰스 매니지먼트의 레베카 월서 사장은 “시장이 더 하락하는 쪽으로 가고 있다”며 "이는 리스크 요인이 합쳐지고 있기 때문:이라고 전했는데요. 우크라이나 위기가 인플레이션뿐만 아니라 주요 광물 같은 원자재에 영향을 미쳐 연쇄 공급망 타격을 불러올 수 있다는 뜻입니다.
우크라이나의 경우 어제와 오늘이 다르고 상황이 급박하게 전개되는 측면이 있는데요. 월가에서도 제대로 예측을 못할 정도로 러시아의 행보에 대한 예측이 어렵습니다. 미국 정부의 발표에 귀를 기울이면서 여러 정보를 함께 볼 필요가 있는데요. 앞으로도 미국과 러시아의 수싸움이 계속될 것인 만큼 시장에 미치는 영향을 계속 지켜봐야 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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