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키예프 도심도 불탔다…미사일 퍼붓고 기갑부대 진격

[우크라 수도 함락 임박]

러시아, 체르노빌 원전도 점령

우크라 대통령 총력전 예고 속

고스토멜공항 탈환 '결사항전'

서방은 금융기관 제재 나섰지만

'압도적 군사력' 러 막기 힘들듯

24일(현지 시간) 우크라이나 남부 마리우폴의 외곽에 있는 우크라이나군 시설과 장비가 러시아군의 공격을 받아 파괴되면서 연기를 내뿜고 있다. AP연합뉴스




지옥 같은 하루를 보낸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은 25일(현지 시간) 새벽 면도도 하지 않고 티셔츠만 입은 채 카메라 앞에 섰다. 그는 “러시아는 나를 제1 표적으로 삼았고 내 가족이 2순위”라면서 “그들은 정부 수장을 파괴해 우크라이나를 망가뜨리려고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는 러시아의 사보타주(비밀 파괴 공작) 그룹이 이미 키예프에 진입했다고 언급했다.

러시아군의 파상 공세로 우크라이나 수도 키예프 함락이 초읽기에 돌입했다. 우크라이나군이 이에 결사 저항하며 치열한 교전도 펼쳐지고 있다. 미국과 유럽은 초강력 경제제재안을 꺼내 들었으나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의 야욕을 막기에 역부족이다. 전날 대규모 포격에 이어 지상군을 투입한 러시아군은 벨라루스 국경과 키예프 사이를 잇는 최단 거리상에 위치한 체르노빌 원전도 점령했다.

CNN과 악시오스 등에 따르면 러시아군은 이날 새벽부터 키예프를 직접 겨냥한 미사일 공격을 시작했으며 기갑부대는 키예프로부터 불과 20~30㎞가량 떨어진 지점까지 진격했다. 또 키예프 인근 비행장을 장악한 뒤 공수부대 투입도 시작했다. 미 국방부 당국자는 “우크라이나에 진입한 또 다른 러시아 병력도 키예프에서 조금 떨어진 곳에 있다”면서 “두 병력 모두 키예프를 포위하고 우크라이나 정부를 무너뜨리기 위한 목적으로 키예프로 향하고 있다”고 전했다.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이 수도 키예프에서 러시아의 침공 상황을 설명하는 대국민 브리핑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다만 우크라이나군의 저항도 만만치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앞서 러시아군은 키예프 인근 전략적 요충지인 고스토멜공항을 점령하기 위해 공수부대를 투입했으나 우크라이나군이 반격으로 이를 탈환했다. 토니 블링컨 미 국무장관은 미 의원들에게 러시아가 북쪽·남쪽·동쪽에서 공격하고 있으나 예상보다 큰 우크라이나군의 저항에 직면해 있다고 보고했다. 그러면서 그는 러시아를 향해 “피비린내 나는 난장판(bloody mess)”이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국가총동원령을 선포하며 60세 이하 성인 남성들의 출국을 금지하는 등 총력전을 예고했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을 중심으로 한 서방 진영은 러시아에 대한 강력한 경제 금융 제재로 응수했다. 러시아에서 가장 규모가 큰 스베르방크와 VTB 등 두 은행을 비롯해 핵심 금융기관 90여 곳을 미국과의 금융거래망에서 퇴출시켰다. 이 여파로 런던 증시에 상장된 스베르방크의 주가가 75% 폭락했다.

아울러 러시아 국방·항공우주·해양 분야를 겨냥한 수출 통제도 단행했다. 미국 상무부는 구체적으로 반도체, 컴퓨터, 통신, 정보 보안 장비, 레이저, 센서 등이 수출 통제 대상에 포함된다고 설명했다. 유럽연합(EU) 역시 광범위한 금융 제재와 기술수출 통제 등을 골자로 한 추가 제재안을 발표했다. 푸틴 대통령의 측근 그룹들과 신흥 재벌 ‘올리가르히’들도 서방의 제재 대상에 올랐다. 바이든 대통령은 푸틴 대통령을 ‘공격자’로 규정하며 “이제 그와 그의 조국이 그 결과를 짊어질 것”이라고 일갈했다. 다만 러시아에 가혹한 상처를 안길 에너지 산업 제재와 국제은행간통신협회(SWIFT) 결제망 퇴출은 결국 꺼내 들지 못했다. 미국과 유럽은 우크라이나에 대한 파병에도 선을 그었다.

미국 의회는 우크라이나에 수천억 원 규모의 무기와 자금을 지원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고 로이터통신이 전했다. 낸시 펠로시 하원의장은 기자회견에서 “입법부가 우크라이나에 6억 달러(약 7217억 원) 규모의 살상 무기를 지원할 것”이라고 밝혔다. 미국 의회는 또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에서 러시아를 몰아내는 방안도 논의하고 있다고 악시오스가 전했다.

다만 이 같은 서방의 제재 및 지원 패키지와 우크라이나군의 마지막 결집에도 불구하고 키예프로 진격하는 러시아를 막아 내기는 힘들 것이라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러시아군은 이미 수십 발의 첨단 폭격기와 공격용 헬리콥터, 미사일을 앞세워 우크라이나군을 압도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서방의 한 정보 관료는 이 같은 현장 상황을 AFP통신에 전하면서 “러시아는 우크라이나의 방공 체계를 효과적으로 제거했다”며 “우크라이나는 자신을 보호할 공군력이 더는 없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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