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체메뉴

검색
팝업창 닫기
이메일보내기

[백상논단] 포퓰리즘 공약 걸러낼 제도적 장치

서상목 국제사회복지협의회 회장

文케어 등 막대한 재정지출 남발

5년 만에 국가채무 1000조 넘어

선관위에 재정추계 제출 의무화 등

돈풀기 약속 남발 막을 대책 절실





‘한강의 기적’은 경제정책이 정치 논리가 아닌 경제 논리에 의해 수립되고 이를 적극적으로 추진한 결과다. 지난 1960년대에는 미국의 저명한 경제학자들이, 그리고 1970년대부터는 한국개발연구원(KDI)등 국내 경제 전문가들이 경제정책의 틀을 짰고 이를 경제기획원 등 엘리트 관료 집단이 효율적으로 집행했으며 이 과정에서 대통령은 정치적 압력을 차단하는 역할을 함으로써 이상적인 삼각 편대를 이뤘다. 그 결과 한국 경제는 매우 경이롭게도 불과 30년 만에 최빈국에서 선진국으로 도약했을 뿐만 아니라 분배도 양호한 이른바 ‘형평 속 성장(growth with equity)’이라는 새로운 신화를 썼다.

민주화와 더불어 정치권에도 경제 전문가가 필요하다는 노태우 전 대통령의 권유로 1988년 국회의원이 된 필자는 그 후 12년간 정치권에 있으면서 주로 정책 수립 및 조정 업무를 담당했다. 정치권의 정치 논리와 경제 관료들의 경제 논리 간 균형을 잡는 것이 필자의 역할이었다. 노태우 정권에서 잦은 노사 분규로 생산 현장이 다소 흔들렸지만 포퓰리즘 경제정책은 펼치지 않았다. 김영삼 정권은 헌정 사상 처음으로 정부 차원의 복지 청사진을 제시했으나 핵심 주제가 ‘균형적 복지’였기 때문에 경제와 복지 간 어느 한쪽으로 치우침이 없었다. 외환위기 와중에 집권한 김대중 정권 역시 ‘생산적 복지’를 기치로 내세워 일자리와 복지의 연계를 도모했고 재벌 개혁, 금융 개혁 등의 조치로 외환위기를 조기에 극복하는 성과도 거뒀다.

선거 과정에서 포퓰리즘이 처음 등장한 것은 2010년 지방선거 때였다. 김상곤 전 경기도교육감이 선거 공약으로 내세운 무상 급식은 순식간에 전국적인 정치 쟁점이 됐다. 김문수 전 경기도지사는 ‘친환경 급식’이라는 명목으로 절충안을 택했으나 오세훈 서울시장이 시장직을 건 정면 승부를 걸어 패함으로써 선거에서 포퓰리즘 공약이 기선을 잡는 계기가 됐다. 그 결과 당시 여당이었던 새누리당은 처음에는 무상 급식을 포퓰리즘이라고 비판하다가 입장을 바꿔 무상 보육 등의 공약을 선제적으로 제안함으로써 포퓰리즘은 보수와 진보 정치권 모두의 선거 전략으로 발전하게 됐다.



2017년 5월 집권한 문재인 정부는 포퓰리즘을 선거 때는 물론 평상시에도 국정 운영의 중심에 뒀다. 사회복지 분야에서 국가 책임을 강조하면서 ‘문재인 케어’ 등 막대한 재정 지출이 소요되는 정책을 거침없이 추진했다. 노동자의 환심을 사기 위해 최저임금을 대폭 인상했고 친노동조합 정책을 적극 구사했다. 그 결과 기업 활동이 위축되고 일자리가 생기지 않자 공공 부문 일자리를 늘리기 위해 재정 확대 정책을 힘껏 펼쳤다. 이 과정에서 코로나19 팬데믹(세계적 대유행) 상황이 발생하면서 재정 지출 규모는 더욱 확대됐다. 결국 올해 정부 예산은 2017년보다 56%나 늘어난 624조 원이 됐고 국가 채무는 61%가 증가한 1076조 원에 이르렀다. 국제 유가 파동, 외환위기 과정에서도 건전 재정을 유지한 우리 경제의 자랑스러운 전통이 지난 5년간 급격히 무너지기 시작한 것이다. 이에 더해 지금까지 진행되는 대선 과정을 지켜보면서 이러한 포퓰리즘이 다음 정부에서 개선되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심화될 수 있다는 우려를 하지 않을 수 없다.

이를 막기 위해서는 정치적 고려에 의한 재정 확대를 억제하는 제도적 장치가 절실히 필요하다. 무엇보다도 선거에서 후보들이 공약을 발표할 때 소요 재정 추계를 선거관리위원회에 제출할 것을 의무화하도록 공직선거법을 개정하고 전문가 집단과 언론은 타당성을 분석해 유권자에게 알리는 시스템을 구축해야 할 것이다. 다음으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중 한국과 터키를 제외한 34개국이 채택하고 있는 재정 준칙을 조속히 도입해야 한다. 국가 채무 비율은 60%, 통합재정수지 비율은 -3% 이내로 관리한다는 재정 준칙안이 이미 오래전에 마련돼 있기 때문에 이를 국회에서 통과시키기만 하면 된다. 끝으로 대선 후 당선자 진영이 가동할 인수위원회가 집권 계획을 수립하는 과정에서 선거 공약을 면밀하게 재검토해 무리한 포퓰리즘 공약을 걸러내는 새로운 관행을 만들어가야 한다.

포퓰리즘 공약 남발에 대한 폐해를 걱정하고 이를 시정하기 위해 앞에서 제시한 제도적 장치 마련을 약속하는 후보가 나오고 그가 당선되기를 기대해본다.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
주소 : 서울특별시 종로구 율곡로 6 트윈트리타워 B동 14~16층 대표전화 : 02) 724-8600
상호 : 서울경제신문사업자번호 : 208-81-10310대표자 : 손동영등록번호 : 서울 가 00224등록일자 : 1988.05.13
인터넷신문 등록번호 : 서울 아04065 등록일자 : 2016.04.26발행일자 : 2016.04.01발행 ·편집인 : 손동영청소년보호책임자 : 신한수
서울경제의 모든 콘텐트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는 바, 무단 전재·복사·배포 등은 법적 제재를 받을 수 있습니다.
Copyright ⓒ Sedaily, All right reserved

서울경제를 팔로우하세요!

서울경제신문

텔레그램 뉴스채널

서울경제 1q6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