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미크론 변이가 정점을 향해 가면서 하루 확진자가 22만 명에 육박한 가운데 2일부터 전국 초중고교가 ‘불안한 등교’를 시작했다. 학생들이 학교에서 집단생활을 하는 데다 백신 접종률도 상대적으로 낮아 집단감염과 가족 간 감염이 확산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이미 하루 5만 명을 넘어선 소아·청소년 신규 확진자는 최대 9만 명까지 늘어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전문가들은 기저질환을 가진 소아·청소년들은 백신 접종을 하는 것이 좋지만 현재로서는 유행을 완화하는 효과를 기대하기 어렵다고 입을 모았다.
2일 중앙방역대책본부에 따르면 이날 0시 기준 신규 확진자는 전날보다 8만 248명 늘어난 21만 9241명을 기록했다. 오미크론이 정점에 이르는 3월 초중순이면 18만~35만 명의 확진자가 나올 수 있다는 예측이 나온다. 최근 신규 확진자 중 25%가 19세 이하 소아·청소년임을 감안하면 하루 9만 명의 확진자가 발생할 것으로 예상된다. 매주 1.5~1.7배 증가하는 소아·청소년 확진자 증가 규모를 볼 때 다음 주에는 9만 명에 달할 가능성도 있다.
하지만 청소년 백신 접종은 좀처럼 속도를 내지 못하고 있다. 이날 기준 12~17세 청소년 2차 백신 접종률은 64.1%로 18세 이상 2차 백신 접종률이 96.1%인 것과 비교하면 크게 떨어진다. 접종률은 16~18세 87.8%에서 15세 78.4%, 14세 74.1%, 13세 61.1%로 나이가 적을수록 더욱 낮다. 어릴수록 부작용을 우려한 학부모들의 백신에 대한 저항이 크기 때문이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다른 연령군에 비해 확진자 발생률이 높을 수밖에 없다. 10만 명당 하루 평균 확진자를 보면 12월 1주 차 0~9세는 10명, 10~19세는 9.6명이었지만 2월 4주 차에는 각각 513.4명, 399.4명으로 폭증했다. 88% 이상이 3차 접종까지 마친 60~69세 158.4명, 70~79세 116.6명, 80세 이상 136.6명과 확연한 차이다.
문제는 소아·청소년 코로나19 확산을 막기 위한 뾰족한 수가 없다는 점이다. 방역 당국은 오미크론 중심으로 방역 체계를 개편하면서 격리 지침을 크게 완화하고 방역패스(접종증명·음성확인)도 중단했다. 오는 4월 1일부터 시행 예정이었던 청소년 방역패스도 함께 중지했다. 5~11세에 대한 접종 계획은 아직 마련되지 않았다. 소아 접종에 대한 접종도 전문가들의 의견이 엇갈리는 상황이다. 정재훈 가천대 길병원 예방의학과 교수는 “5~11세 인구 300만 명 가운데 최대 절반이 감염되고 입원도 늘어날 것으로 예상한다”면서 “기저질환이 있는 소아들은 백신 접종을 권고하지만 얼마나 접종을 할 수 있을지에 대해서는 전망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엄중식 가천대 길병원 감염내과 교수 역시 “심장이나 간에 만성적인 기저질환을 갖고 있는 아이, 면역억제제를 투여받고 있는 아이는 접종을 해야 한다”면서도 “소아들이 면역력을 가지려면 지금 맞혀도 2차 접종 후 2주가 지나 4월 초는 돼야 하는데 현재의 유행을 막는 데는 크게 도움이 되지 않을 수 있다”고 봤다.
정부는 급증하는 소아 확진자의 대면 진료와 입원 치료를 위해 코로나19 소아특화 거점전담병원 26곳(1442개 병상)을 마련했다. 26곳 중 9곳은 수도권에 있고 7곳은 호남권, 6곳은 경남권, 3곳은 충청권, 1곳은 경북권에 있다. 강원과 제주에는 아직 지정되지 않았다. 중앙사고수습본부는 거점병원 명단을 각 시도, 보건소, 병상배정반과 공유하고 각 병원이 별도로 요청하면 공개할 예정이다. 박향 중수본 방역총괄반장은 “실제 진료 가능한 날짜, 의료기관 현황은 각 보건소와 안내센터에 공유해 혼란이 없도록 하겠다”며 “소아 거점전담병원의 대면 진료와 입원 연령은 백신 접종 대상이 아닌 11세 이하 소아 우선으로 진료·입원할 수 있도록 안내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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