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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그널] 공모주 쪽박에도 주관사는 '대박'

증권사 프리IPO 투자 수익 쏠쏠

리스크 감수 기업 발굴 노력에도

"공모가 과대산정" 비판 적잖아







최근 증시에 신규 입성한 기업들의 주가가 부진해 적지 않은 투자자들이 손실을 보고 있지만 상장을 주도한 증권사들은 ‘대박’을 터뜨리며 대조를 보이고 있다. 상장 1~2년 전부터 불확실성을 감수하고 기업을 발굴하며 투자한 대가라는 평가도 있지만 공모가 결정에 상당한 영향을 미치는 증권사들이 공모가를 과대 산정한 것 아니냐는 비판의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4일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한국투자증권은 지난 2018년 11월 주당 8000원에 30억 원을 투자해 브이씨(365900) 지분 37만 5000주를 확보했다. 브이씨는 한국투자증권을 상장 주관사로 지난달 24일 코스닥에 이름을 올렸다. 브이씨의 공모가는 1만 5000원으로 상장 당일은 주가가 공모가를 넘기도 했지만 곧 주가가 빠지면서 이날 현재 1만 3550원을 기록하고 있다.

상당수의 공모주 투자자들이 허탈해하는 상황이지만 한국투자증권은 높은 투자 수익을 기대하고 있다. 상장을 주관하며 약 5억 원의 수수료 수입을 챙겼을 뿐 아니라 프리 기업공개(IPO) 투자 평가이익도 20억 원 이상에 달한다. 3년의 투자 기간을 고려해도 높은 수익률인데 한국투자증권은 오는 5월 23일부터 보유 지분을 팔 수 있다.



앞서 지난 1월 증시에 입성한 애드바이오텍과 이달 3일 거래가 시작된 노을(376930)의 상황도 비슷하다. 현 주가는 공모가를 밑돌지만 주관사들이 상장 전에 투자한 가격보다는 높다. 대신증권(003540)은 2019년 애드바이오텍에 5억 원을 투자했는데 당시 주당 취득가는 3638원에 그쳐 공모가(7000원)의 절반 수준이었다. 노을도 한국투자증권이 2019년 9억 원을 투자한 당시 취득가(6430원)보다는 이날 주가가 8450원으로 높지만 공모가(1만 원)에 비하면 15% 이상 빠졌다.

하나금융투자가 주관사로 나선 모아데이타도 공모가에 너무 욕심을 부렸다는 시장의 비판이 만만치 않다. 당초 최대 2만 8000원의 공모가를 제시했다 수요예측 경쟁률이 높지 않자 모아데이타 공모가를 2만 원으로 낮추긴 했다. 하나금융투자는 지난해 1월 주당 6800원에 약 10억 원을 모아데이타에 투자했는데 오는 10일 첫 거래일에 주가가 부진할 경우 논란에 휩싸일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상장 전 지분 투자에서 증권사와 공모주 투자자가 ‘윈윈’한 사례도 적지 않다. 지난달 28일 공모가 1만 5200원으로 코스닥에 오른 풍원정밀은 주관사인 대신증권이 주당 1만 1249원에 총 10억 원을 투자했는데 이날 주가는 2만 850원으로 공모가를 크게 상회하고 있다. 대신증권은 상장 1년 후 지분을 매각할 수 있다.

주관 업무를 맡은 증권사들의 프리 IPO 투자는 기업의 추가 성장을 이끌면서 기존 주주의 지분을 조기 현금화하는 효과가 있다. 하지만 일부 공모주 투자자들은 상장 주관사의 프리 IPO 참여가 높은 공모가 산정으로 이어지는 것 아니냐는 의구심을 보이고 있다. 공모주 투자 경험이 많은 한 개인투자자는 “공모가가 시장 예상보다 높게 책정되는 것 중 하나는 주관사가 상장 예정 기업의 주식을 보유하고 있기 때문이라는 생각이 든다”고 꼬집었다.

한 기관투자가는 “주가가 공모가를 하회하는데 주관사는 프리 IPO로 고수익을 올리는 경우가 계속된다면 공모주 투자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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