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앙선거관리위원회가 7일 20대 대선 본투표일(9일)에 코로나19 확진자가 직접 투표함에 투표지를 넣도록 방침을 변경했지만 여전히 혼란 발생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크다. 오후 6시 무렵 투표소에 온 비확진자와 이후 투표하려는 확진자 간 분리가 매끄럽게 이뤄지지 않으면 확진자 등의 투표 개시 시점이 늦어질 가능성이 있다. 투표소마다 얼마나 많은 확진자가 몰릴지 예측하는 것도 불가능해 경우에 따라 야외에서 장시간 대기하는 일이 재발할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오후 6시 바로 투표 가능?
선관위가 9일 본투표에서 임시 기표소를 없애기로 결정하면서 코로나19 확진자들도 일반 기표소에서 투표를 해야 한다. 일반 유권자들이 오후 6시까지 투표하고 확진자들이 오후 6시~7시 30분 투표하도록 공직선거법이 개정돼 확진자들이 일반 유권자와 같은 방식으로 투표해도 동선 분리가 가능하다는 이유에서다.
선관위는 일반 유권자 투표가 종료되면 확진자들이 바로 투표가 가능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김재원 선관위 선거국장은 “통상 오후 6시 30분이면 투표가 마무리됐다”며 “코로나19 확진자들은 분리된 공간에서 대기한 뒤 일반 유권자 투표가 마무리되면 투표를 시작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를 위해 선거관리원들은 6시께 교대로 방호복을 갈아입어 선거 공백 없이 투표가 진행되도록 하겠다고 선관위는 설명했다. 오후 5시 발송 예정이던 ‘확진자 본투표 안내 문자’도 5시 50분께 발송될 예정이다.
◇장시간 대기?…투표율 하락 이어질 수도
선관위는 본투표에서는 야외에서 장시간 대기하는 일이 없을 것이라고 자신했다. 사전투표소가 전국 3500여 개인 데 비해 본투표에서는 1만 4000여 개의 투표소가 설치돼 있기 때문이다. 사전투표는 임시 기표소 방식이어서 기표소가 1~2개에 불과하지만 본투표는 모든 기표소를 활용하므로 훨씬 빠르게 투표가 진행된다는 설명이다. 아울러 선관위는 현장의 혼선을 최소화하기 위해 “지방자치단체와 협의해 선거사무원을 추가 투입하고 기표소를 활용해 일반 유권자 투표를 최대한 빠르게 마무리하겠다”고 말했다. 다만 이번에도 확진자들이 실외에서 대기해야 하느냐는 질문에는 “투표소 여건에 따라 실외일 수도 있고 실내일 수도 있다”며 “투표소 환경이 다양해 모두 실내에서 대기하도록 조치하는 것은 어렵다는 점을 이해해 달라”고 말했다. 이에 따라 대기 시간이 장기화되면 투표소에 나온 유권자가 투표를 포기하거나 확진자가 투표를 포기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대리 투표 논란은 종결?
이번 사전투표에서 가장 큰 문제로 지적됐던 ‘투표지 대리 투입’ 문제는 원천 차단됐다. 임시 투표소가 아니라 일반 유권자와 같은 투표소에서 투표를 실시하기 때문이다. 임시 투표소는 별도의 장소에 설치되기 때문에 선거 관계인이 투표인으로부터 투표지를 건네받아 대신 투표함에 투입하면서 공정성 문제가 불거졌다. 김 선거국장은 “임시 투표 방식은 몸이 불편한 분들의 참정권 보장을 위해 만들어진 투표 방식”이라며 “야외에 설치된 기표소에서 투표를 하면 선거 관계인이 참관인 참관하에 투표함에 대신해 투표지를 넣어왔다”고 강조했다.
◇개표 시기 지연 우려도
투표 개시 시간은 최소 오후 8시, 현실적으로 오후 9시 안팎에 이르러야 가능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6시 직전에 일반 유권자들의 투표소 입장이 집중되면 확진자의 투표 시작 시각도 순연될 수밖에 없다. 확진자들이 오후 7시 30분 전에 투표소에 도착하면 실질적으로 7시 30분 이후에도 투표가 가능하다. 확진자가 폭증하는 상황인 만큼 투표 시간이 길어져 본격적인 개표 시각도 늦어질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투표 당일 오후 6시∼7시 30분에서 투표소별로 확진자들이 얼마나 올지도 정확한 추산이 어려운 게 현실이다. 김세환 선관위 사무총장은 지난달 9일 국회 정치개혁특별위원회 전체회의에서 편차를 고려해 최대 40명 정도라고 밝혔지만 사전투표 둘째 날인 5일 일부 투표소는 수백 명씩 몰린 사례가 발생했다. 각 투표함은 마지막 확진자가 투표한 후에만 개표소로 옮길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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