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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TT다방] 여자도 프로 야구에 입단할 수 있나요? '야구소녀'


직접 맛보고 추천하는 향긋한 작품 한 잔! 세상의 OTT 다 보고 싶은 ‘OTT다방’


1908년 3월 8일, 이날은 미국의 한 섬유 공장에서 열악한 환경 속에 화재로 숨진 여성들을 기리며 미국 노동자들이 시위에 나섰던 역사적인 날이다. 이 날을 기념해 1975년 UN은 세계 여성의 지위 향상을 위해 3월 8일을 ‘세계 여성의 날’로 공식 지정했다. 오늘은 3월 8일 ‘세계 여성의 날’을 기념해 한 소녀의 이야기를 소개하려 한다. 바로 영화 ‘야구소녀'다.

제목에서 쉽게 유추할 수 있듯, ‘야구소녀’는 야구에 도전하는 한 소녀의 이야기다. 하지만 여기에선 ‘여자 야구’가 아닌, 우리가 아는 남자들의 게임, 일반 '프로야구'에 도전했던 소녀의 이야기다.

영화는 까만 화면 속 글귀 하나로 시작한다. ‘한국 프로야구 출범 당시 ‘의학적으로 남성이 아닌 자’는 부적격 선수로 분류됐다. 하지만 1996년 규약에서 해당 문구는 사라지고, 여자도 프로야구 선수로 뛸 수 있게 됐다.’

영화 '야구소녀' 스틸 / 사진=싸이더스 제공




어렸을 때부터 남자아이들보다 키도 크고 야구도 잘해 '천재 야구소녀'로 불렸던 주수인(이주영)은 고교 야구단에서 투수로 활동하고 있다. 구속 130km를 던지는 그의 목표는 프로 야구선수지만 졸업을 앞두고 현실의 벽이 그를 막아선다. 야구를 포기하지 않기 위해서는 당장 취업하기를 바라는 부모님과 프로 입단을 포기하라고 하는 새로 부임한 코치 최진태(이준혁)를 설득해야 했다.

계속해서 모두가 꿈을 포기하라고 말하지만, 전혀 마음을 꺾으려는 생각이 없던 수인은 결국 진태의 마음을 움직인다. 일반적인 강속구가 아닌 수인의 강점인 회전율을 이용한 너클볼을 제안하며 팁을 주는 등 진태는 코치로서 수인이 프로야구 선수로 나아갈 수 있게끔 도와주는 파트너가 된다.

사람들은 구속 130km를 던지는 수인을 칭찬하지만 "내가 130km 던지는 게 그렇게 대단한 거야? 왜, 그게 왜 대단한 건데?"라며 오히려 반문한다. 그들의 칭찬에 암묵적으로 들어있는 '여자치고'라는 단어를 수인은 거부한다. 150km를 던지면 프로 입단을 할 수 있지 않냐는 대사는 수인이 뛰어넘어야 하는, 사회에서 정해놓은 기준을 말한다. 이를 뛰어넘어서 프로 야구단에 들어가기 위해 수인은 남들보다 더 피나는 노력을 한다. 하지만 단지 여자라는 이유만으로 선수 선발 테스트 기회를 얻는 것마저도 수인에겐 너무 어려운 일이다.

영화 '야구소녀' 스틸 / 사진=싸이더스 제공


영화 속 이야기인 '야구소녀'는 사실 실화였다. 주수인은 1999년 대통령배 전국 고교야구대회에 여자 야구선수 최초로 출전했던 안향미 선수를 모티브로 한 캐릭터다. 야구를 하고 싶다는 마음 하나로 전학까지 가면서 도전했지만, 단지 여자라는 이유만으로 그 역시 차별받았다. 합숙훈련이 어렵다는 이유로, 남자 선수들에 비해 기량이 떨어진다는 이유로 계속해서 거절당했다.

최윤태 감독은 '야구소녀' 제작비를 지원받는 데에도 큰 어려움을 겪었다고 말했다. 여러 영화사에 시나리오를 보냈지만 "여성이 주인공이라서 상업적인 가치가 없다"는 얘기가 돌아왔고, 2018년 한국영화아카데미 장편제작연구과정 심사 자리에서도 지원해 주는 예산으로는 찍을 수 없다는 평가까지 들었다고 한다. 영화 제작을 시작하기까지의 모습은 프로 선수 선발 테스트 기회를 얻기까지의 수인과 꽤나 닮아있다. '여성'이라는 이유만으로 수인은 프로 야구단에 입단하기까지 많은 벽을 넘어야 했고, '여성' 주인공이라는 이유만으로 '야구소녀' 역시 제작비 지원까지 많은 시간을 보내야만 했다.

영화 '야구소녀' 스틸 / 사진=싸이더스 제공


수많은 스포츠 영화에서 성장 서사를 담아냈지만, '야구소녀'는 조금 남다르게 다가온다. 수인은 영화의 시작부터 끝까지 프로 야구 입단을 통해 인정받으려고 한다. 자신에게 주어진 환경에 타협하거나 굴복하지 않고, 다른 남자 선수들과 어떻게든 동등한 위치에서 평가받으려 한다. 수인은 자신이 여성으로 태어난 것을, 인정해 주지 않는 사회를 탓하지 않는다. 또 성별로 인해 발생하는 특혜와 장벽을 용납하지 않았다. 영화는 기계적 양성평등만을 말하지 않는다.

구속이 어느 정도가 돼야 빠른 건지, 너클볼이 뭔지 제대로 알지 못해도 된다. 야구를 잘 모른다고 해도 영화는 메시지를 충분히 전달한다. 모두가 할 수 없다고 해도 수인은 절대 포기하지 않고 자신의 길을 걷는다. 영화는 단순히 차별만을 담아내지 않고, 도전에 있어 '할 수 있다'는 말을 건네고 있다. 영화를 보며 꿋꿋하게 쉽지 않은 도전을 하는 수인을 우리가 응원하듯, 영화도 세상의 모든 주수인을 응원한다.

◆ 시식평 - 이기는 방법은 하나가 아니다

+요약
제목 : 야구소녀

연출 : 최윤태

각본 : 최윤태

출연 : 이주영, 이준혁, 엄혜란, 곽동연 외

배급 : 싸이더스

제작 : 한국영화아카데미

볼 수 있는 곳 : 티빙, 왓챠, 쿠팡플레이

공개 : 2020년 6월 18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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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구소녀, #여성의 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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