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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고유가에도 마이너스 성장 가능성↓…사우디 등 증산속도가 관건” [김영필의 3분 월스트리트]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러시아산 원유 수입 금지조치를 발표하고 있다. AFP연합뉴스




8일(현지 시간) 미국 뉴욕증시의 주요 지수는 미국의 러시아산 원유 수입금지와 유럽연합(EU)이 2030년까지 단계적으로 러시아 에너지 의존을 줄여나가겠다는 발표 속에 일제히 하락했습니다. 나스닥이 0.28% 내린 것을 비롯해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500과 다우존스산업평균지수가 각각 0.72%, 0.56% 떨어졌는데요.

오늘도 상당한 롤러코스터 장세를 보여줬습니다. 월가의 사정에 정통한 금융권의 한 관계자는 “원자재 가격의 변동성이 극심하고 증시도 영향을 크게 받고 있는 만큼 하루하루 상황을 이해하려고 하면서 일희일비하기보다 한 발짝 떨어져서 볼 필요가 있다”고 전했는데요.

이날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러시아산 원유 수입금지 조치를 전격 발표했습니다. 반면 영국과 유럽연합(EU)은 어제 ‘3분 월스트리트’에서 전해드린 대로 단계적 감축 방안을 내놓았죠. 시간이 필요하기 때문이죠. 그나마 EU안은 권고안인데요.

유가는 또 올랐습니다. 서부텍사스산원유(WTI) 가격은 3.6% 오른 배럴당 123.70달러에 마감했는데요. 오늘은 유가와 우크라이나에서의 상황 전개, 그리고 미국 성장 전망을 알아보겠습니다.

“러시아산 수입금지에 유가 더 올라도 美 영향 제한적…더 이상 원유 순수입국 아냐”


이날 바이든 대통령은 러시아산 원유 수입금지 조치를 공개하면서 “푸틴 대통령에게 강력한 타격”이라고 했습니다. 하지만 어제도 설명드렸듯이 미국이 수입하는 원유 가운데 러시아산 비중은 3%에 불과합니다. 낮은 비중은 미국에 낮은 영향만 있을 것임을 의미하죠. 거꾸로 영국과 EU가 단계적으로 러시아산 에너지를 줄이기로 했다는 부분은 러시아도 단계적으로 중국과 인도 같은 대체 공급처를 찾을 수 있는 시간이 있다는 점을 뜻하기도 합니다.

그럼에도 미국의 조치가 중요한 것은 공식적인 에너지 제재의 첫 걸음을 내디뎠기 때문이죠. 영국은 연말까지 단계적으로 러시아산 원유 수입을 중단하기로 했고 EU는 연말까지 러시아산 천연가스를 3분의2 줄이고 2030년까지 러시아에서의 에너지 독립을 하기로 했는데요.

일단 이번 조치에 관한 한 월가에서는 미국에 미치는 영향이 제한적이라고 보고 있습니다. 물론 수입금지 조치가 잇따르면서 유가가 더 오르는 것은 명백한 사실인데요. 코노코필립스의 최고경영자(CEO)인 라이언 랜스는 미 경제 방송 CNBC에 “더 많은 국가가 에너지 제재에 동참하면 유가는 지금보다 더 올라갈 것”이라고 했는데요. 그는 지금 수준(질문 당시 배럴당 127달러)보다 더 간다고 보느냐는 질문에 “현재 실시간으로 얼마에 거래되고 있는지는 모르겠지만 이것(127달러)보다는 더 간다”고 강조했습니다.

고유가가 지속하면서 미국의 휘발유값이 갤런당 4달러 이상으로 치솟았다. 연합뉴스


하지만 오일쇼크가 있던 1970년대와 달리 미국은 더 이상 석유를 수입하는 국가가 아니고 미국 가계에서 휘발유가 차지하는 비중이 낮아졌다는 분석이 나오는데요. 뱅크오브아메리카(BofA)는 “미국은 최근 몇 년 간 에너지 충격에 덜 민감해졌다. 1960~1980년대에는 에너지에 지출된 소득비중이 3% 중반이었지만 지난해에는 2.1%로 떨어졌다”며 “2000년대 중반 이후 셰일혁명으로 2019년에는 석유제품 순수출이 플러스로 돌아서면서 에너지 자립을 달성했다”고 짚었습니다.

이를 고려하면 미국이 1~3% 수준의 낮은 성장률을 보일 수는 있지만 그렇다고 성장률이 마이너스로 돌아서면서 경기침체로 진입하지는 않을 것이라는 얘기가 나오는 것이죠. 그랜트 손턴의 수석 이코노미스트 다이앤 스웡크는 “미국 경제는 강하며 유가는 올해 말 내려갈 것으로 기대한다”며 “그 결과 하반기에 1% 정도의 낮은 성장률과 경착륙이 나올 것”이라고 했는데요.

여기에서 스태그플레이션 우려가 확산하고 있다고 했는데 그것과 상충하는 것 아니냐는 의문이 생길 수 있겠습니다. 스테그플레이션은 경기둔화 속 물가상승을 뜻하는데요. 쓰기에 따라서는 경기침체(GDP 2분기 연속 마이너스) 속 물가상승을 의미하기도 합니다. 정리하면 미국이 스태그플레이션 상황으로 가고 있지만 그렇다고 성장률이 마이너스가 되지는 않을 것이다라는 건데요.

CNBC에 따르면 올해 미국 성장률 전망치는 현재 3.2%로 2월 조사 때보다 0.3%포인트 낮아졌다고 합니다. 하지만 여전히 3%대이죠. 미국 성장률이 낮아도 플러스냐 말 그대로 마이너스로 떨어지느냐는 증시에도 큰 영향을 줄 겁니다.

“경기침체 피하려면 증산 제때 이뤄져야”…“유가 150·200달러 되면 수요 붕괴”


실제 미국은 러시아 에너지 제재와 그에 따른 고유가에도 큰 역풍이 없을 것이라는 얘기가 많이 나오고 있는데요. 마이클 가펜 바클레이스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유가 상승은 소비에 부정적 영향을 줄 것이지만 그 정도는 지난 수십년보다 덜할 것”이라며 “지금 휘발유에 대한 소비 비중은 1960년대의 절반이다. 미국인들이 치솟는 유가에 화가 날 수는 있어도 궁극적으로 그들의 부모나 조부처럼 타격은 받지 않을 것”이라고 했습니다.

다만, 소비에 미치는 영향을 간과할 수는 없습니다. 미국은 소비가 경제의 3분의2를 차지하지요. ‘3분 월스트리트’에서 고유가와 식품가격 폭등에 다른 소비를 줄일 수밖에 없을 것이라는 예상을 전해드린 바 있는데요. CNBC는 “유가상승이 내구재 소비에 영향을 줄 수 있다”고 짚었습니다. 자동차가 대표적일텐데, 고유가가 지속하면 내연기관차에 대한 수요가 일시적으로 더 감소할 수도 있겠지요.

중요한 것은 아무리 미국이라도 고유가가 지속하면 이겨낼 도리가 없다는 점입니다. 미국 영향이 적다는 것도 당장 그렇다는 것이고 경기침체 우려가 적다는 것도 현시점에서 얘기하는 것이지요. 월가의 또다른 관계자는 “지금 앞으로의 증시와 경제전망에 관해 물으면 똑떨어지게 답할 수 있는 사람이 많지 않을 것”이라고 했습니다. 특히 인플레이션과 이를 다룰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금리인상이 주요 관건 중에 하나일 겁니다.

고유가에도 미국 경제는 마이너스 성장을 하지 않을 것이라는 얘기가 나온다. 하지만 이를 위해서는 대체국들의 증산이 제때 이뤄져야 한다. AFP연합뉴스




그래서 시장에서는 러시아 물량을 떠받쳐줄 증산이 중요하다고 보고 있는데요. 증산이 제때 이뤄지면 고유가가 지속하는 기간도 최대한 짧아지고 미국을 비롯해 글로벌 경제에 미치는 영향도 줄일 수 있겠죠.

물론 증산이 쉬운 일이 아니고 여기에는 시간이 걸립니다. 헬리마 크로프트 RBC캐피털 글로벌 상품전략 헤드는 이라크 같은 나라의 증산을 기대해볼 수 있지 않느냐는 질문에 “이라크는 아니다. OPEC 가운데 4개국가 정도가 증산 여력이 있는데 200만 배럴 정도의 여력을 갖고 있는 나라가 사우디”라며 “관건은 바이든이 사우디에 전화를 하고 최고위급 대표단을 보내느냐 여부”라고 했는데요. 이어 “미국에서 생산을 늘리려고 해도 지금 하면 6개월 뒤에나 나온다”며 “만약 사우디가 생산 최대치에 달하게 되면 그때는 가격쇼크를 흡수할 수 있는 장치가 없어지게 되는 것”이라고 우려했습니다. 하지만 사우디만 해도 미국이 그냥 석유 더 생산하라고 해서 다음 날 증산하는 나라가 아닙니다.

에드워드 존스의 모나 마하얀 선임 투자 전략가는 “시장은 불확실성을 좋아하지 않는다. 지금 두 개의 이슈가 있는데 하나는 연준이고 하나는 러시아”라며 “이란 물량이 들어오고 OPEC가 증산을 하면 경기둔화는 되겠지만 침체로까지 가지는 않을 것”이라고 점쳤습니다. 그는 최악의 경우 유가가 150달러에서 200달러가 되면 수요붕괴가 나타날 수 있다고 했는데요.

이번에도 중요한 게 시간입니다. 러시아산 에너지의 수입을 줄이고 신뢰도 높은 대체처를 찾는데 또, 이들이 공급을 늘리는데 시간이 필요하고 그때까지 버틸 수 있어야 하는데요. 이 과정에서 당연히 유가는 계속 오를 것이라는 전망이 지배적입니다. 제프 커리 골드만삭스 원자재 리서치 글로벌 책임자는 “전환과정에서 완충역할을 해줄 수 있는 게 원유재고인데 이것이 부족하다”며 대체처로의 수요 이동도 쉬운 일이 아니라고 했는데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의 1월 석유재고는 26억8000만 배럴로 최근 5개년 평균보다 9% 낮습니다. 2014년 중순 이후 최저치죠.

“고유가 계속가지는 않을 것 복잡한 방정식”…“우크라 나토 가입하지 않는 대안 있어”


유가에 관해서 좀 더 알아보겠습니다. 공급자 입장에서 추가 생산을 하려고 한다면 수요가 계속해서 있을지가 중요하지요. 그런데 여기에 역설이 있습니다. 시장에서 계속해서 고유가에 스태그플레이션 얘기가 나오고 있지요. 경기침체까지는 아니더라도 경기가 빠르게 둔화하면 원유수요도 따라서 줄게 됩니다. 그럼 유가도 하락하겠지요.

이제 계산이 복잡해집니다. 결국 타이밍 문제가 되는데요. 러시아에 의존하던 공급처를 바꾸는 기간 동안 고유가는 이어질 가능성이 높은데 그게 언제까지 가느냐가 관건입니다. 앞서 전해드린 그랜드 손턴의 다이앤 스웡크는 올해 말에 유가가 내려오기 시작할 것이라고 했는데요. 월가의 한 관계자는 “개인적으로는 유가는 수급의 문제로 보며 결국 떨어질 것으로 본다”고 했습니다.

이와 관련해 골드만삭스는 세 가지 시나리오를 제시했는데요.

① 러시아 수출 일부 차질 시 2분기 브렌트유 현물 115달러 2023년 배럴당 95달러 (확률 45%)

② 완만한 수출 차질 시 2분기 145달러, 2023년 125달러 (확률 40%)

③ 완전 봉쇄, 2분기 175달러, 2023년 155달러 (확률 15%)

CNBC에 따르면 각종 시나리오를 종합하면 올해 135달러, 내년에 115달러가 된다고 하는데요. 상황에 따라서는 내년에도 상당히 높은 수준의 유가가 형성될 가능성이 있습니다. 다만, 세 경우 모두 갈수록 유가가 떨어진다는 부분을 볼 필요가 있겠는데요.

푸틴은 이미 러시아 경제를 희생했다. 이에 대한 대가를 우크라이나에서 최대한 얻어야 한다. 연합뉴스


마지막으로 우크라이나 상황에 대한 내용 전해드리겠습니다.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이 현재 우크라이나에서의 전황에 실망감을 느끼고 있고 민간인 희생은 무시하고 더 강하게 몰아부치려고 할 수 있다는 윌리엄 번스 CIA 국장의 발언이 있었는데요. 합리적인 추론입니다. 이미 러시아는 강력한 경제제재를 받게 됐고 당분간 이것이 사라질 가능성이 없습니다. 이렇게 된 바에야 최대한 얻어내야 할 것을 얻어내야 하겠죠.

그러기 위해서는 더 강력한 군사공격밖에 답이 없습니다. 앞으로 더 강력하고 치명적인 공격방식을 택할 수 있는데요. 마이클 오핸론 브루킹스연구소 시니어 펠로는 “나는 푸틴이 최대의 결과를 얻기 위해 앞으로 더 나갈 것으로 본다. 그는 남은 임기 동안의 경제를 희생했다”며 “나는 돈바스를 러시아에 넘기는 것을 싫어하지만 지금 가장 큰 목적은 러시아를 우크라이나에서 몰아내고 전쟁을 끝내는 것이다. 우크라가 영구적으로 중립화할 수 있고 러시아가 이를 받아들인다면 (그렇게) 해볼 만하다”고 했는데요.

현재 러시아는 크리미아 반도의 러시아 귀속과 돈바스의 독립, 나토 가입 포기를 휴전 조건으로 내세우고 있죠. 오핸론 박사는 “대신 러시아가 우크라의 중립을 보장하지 않으면 우크라이나를 나토에 가입시키면 된다”고 했습니다. 러시아의 휴전조건에 우크라이나가 검토할 의사가 있다고 밝힌 만큼 오핸론 박사의 생각을 잘 들여다볼 필요가 있겠습니다. 꼭 그의 말처럼 되지는 않더라도 이번 전쟁의 끝이 조금씩 나타날 수 있다는 얘기니까요. 다만, 푸틴이 이 정도로 만족할 수 있을지에 대해서는 의문이 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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