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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축과 미술이 만난 '기적의 상자'

건축가 정진국, 화가 서용선·박인혁

토포하우스에서 28일까지 3인전

건축의 공간성,관계성과 회화의 의미

3인전으로 만난 토포하우스의 건축가 정진국(왼쪽부터), 화가 박인혁과 서용선.




한 때 미술과 건축은 ‘한 몸’이었다. 레오나르도 다빈치와 미켈란젤로는 화가,조각가였을 뿐만 아니라 건축가로도 활약했다. 17세기 파리에 설립된 프랑스 국립예술학교 ‘에콜 데 보자르’ 본관의 정면에는 ‘회화, 조각, 건축’이라고 적혀 있다. 3대 주요예술로 불렸으나 1968년 이후 건축은 따로 떨어져 나갔다. 실용성을 이유로 건축은 순수예술과 분리된 디자인으로, 발전된 기술을 활용한다는 측면에서 공학 쪽으로 분류됐다.

그렇게 헤어졌던 건축이 미술과 다시 만났다. 9일 종로구 인사동 토포하우스에서 개막한 ‘정진국의 건축과 서용선·박인혁의 그림’전에서다.

웬만한 건물 2개층 높이인 층고 460㎝의 전시장을 높이 3m, 폭 7m의 초대형 그림이 꽉 채웠다. 압도적인 이 작품은 화가 서용선이 지난 2019년 뉴욕에 머무르던 시절 그리기 시작해 올해 초 막 완성한 ‘생명의 도시’다.

서용선 '생명의 도시' /사진제공=토포하우스


이 공간이 아니었다면 어떻게 다 펼쳐 걸었겠나 싶은 작품 옆으로는 높이 3.5m, 폭 2.4m의 그림 3점이 나란히 걸렸다. 도시·역사·인물을 주제로 그리는 서용선 특유의 화법으로 건물 앞에서 서성이는 사람들, 공사 중인 노동자들을 담고 있다. 전시장에서 만난 서 작가는 “뉴욕에서 머무르던 레지던시 근처에 그림 속 체이스은행이 있었고, 경제 흐름의 중심인 은행건물을 통해 뉴욕의 역사를 들여다보게 됐다”면서 “근처 록펠러센터는 사유지지만 시(市)와 타협해 지하층 공간을 내놓았고, 가난한 사람들이 잠시 앉아 햄버거를 먹을 수도 있는 공공의 공간을 제공했다"고 되짚었다. 도심의 건물을 통해 ‘역사’와 ‘공공성’을 생각하며 3년 넘게 붙들고 있던 작품은 건축가 정진국이 설계한 토포하우스와의 만남을 계기로 완성의 순간을 맞았다. 더불어 작가는 자신의 양평 작업실 근처 신축 공사현장을 소재로 신작을 그리기 시작했다. 서 작가는 “건축은 물질적인 결과물로 드러나지만 실상 모든 것은 인간의 노동력으로 만들어진다는 것을 알게 됐다.”면서 “건물이 곧 인간이라는 생각, 또한 그림 그리는 사람으로서 건축행위가 그림 그리는 일과 너무나 비슷하다는 것을 깨달았다”고 말했다. 그림 속 사람들의 키는 2m에 육박한다. 화가보다 더 키가 크다. 압도적 크기가 숭고함을 발산한다.

서용선의 작품들. /조상인기자


마주 걸린 그림들은 재불화가 박인혁의 ‘또다른 풍경(Another Landscape)’연작이다. 그렸다 지웠다 다시 그리기를 반복한 지워버린 얼굴, 지워버린 풍경이 한참을 들여다보게 만든다. 박 작가는 “그리는 행위와 지우는 행위가 교차 반복되다가 고의로 애매한 상태에서 멈추게 했고, 사라진 것 같으면서도 보이는 ‘나타남’과 ‘사라짐’이 공존한다”면서 “붓질,얼굴,풍경의 그 어떤 것도 주제가 아닌 ‘보는 것’과 보여 지는 것‘의 관계성에 주목했다”고 설명했다. 반복 행위를 통해 평면성을 강조한 붓질이 차곡차곡 쌓여 건축적인 풍경을 이룬다.

그리고 지우기를 교차해 반복한 박인혁의 작품은 단색조 회화인 듯하나 한참 들여다보면 지워진 얼굴이 흐릿하게 보인다.




박인혁 '또다른 풍경' /사진제공=토포하우스


건축가 정진국은 이번 전시를 위해 처음 오일 파스텔로 드로잉을 선보였다. 지난 2004년 11월 준공한 ‘토포하우스’의 모형도 함께 전시했다. 정 건축가는 “이번 전시는 ‘건축적’이라는 열쇳말로 통한다”면서 “이 공간을 생각하며 완성에 이른 서용선의 작품, 낮에는 자연광이 들어오는 이곳에서 공간과의 관계성을 드러낼 박인혁의 작품과 건축물이 하나로 어우러질 수 있다”고 소개했다.

정진국 건축가의 '토포하우스' 컨셉드로잉과 건축 모형.


정진국의 '토포하우스' 컨셉드로잉. 작가는 르코르뷔지에의 '기적의 상자'를 차용했고 자연광이 들어올 수 있는 독특한 2층 공간을 만들었다. /사진제공=토포하우스


그는 건축 거장 르코르뷔지에의 ‘기적의 상자’를 인용해 덧붙였다. “르코르뷔지의 ‘기적의 상자’는 누구든 그곳에 와서 재능을 표현할 수 있는 자유롭게 열린 공간인데, 토포하우스 2층 전시장을 만들 때 그 개념을 차용했습니다. 건축과 조각·회화가 어우러질 수 있는 진짜 ‘기적의 상자’가 됐습니다."

건축 속 그림, 그림 속 건축을 만날 수 있는 전시는 28일까지 열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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