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총장 출신 대통령이 현실화하면서 검찰 조직에 인사 태풍이 불 것이라는 관측이 제기되고 있다.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이 총장으로 재직할 당시 정부·여권과 충돌하던 과정에서 이른바 ‘반윤(反尹)’으로 분류됐던 검찰 간부들이 올 하반기 인사에서 지방검찰청이나 비(非)수사 부서로 좌천되는 대신 그동안 한직을 전전하던 ‘친윤(親尹)’ 검사들이 중용될 것으로 보여 검찰 고위직의 대규모 지각 변동이 일어날 것으로 전망된다.
11일 법조계에 따르면 ‘윤중천 허위 보고서 작성’ 등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이규원(사법연수원 36기) 춘천지검 부부장검사가 지난 10일 사의를 표했다. 이날은 윤 후보의 당선이 확정된 날이다. 이 부부장검사는 기소와 징계 청구에도 직을 내려놓지 않았다. 이 부부장검사는 지난 2018~2019년 대검찰청 과거사진상조사단에서 ‘별장 성 접대 의혹’ 핵심 인물인 윤중천 씨를 조사하면서 ‘윤석열 당시 검찰총장이 원주 별장에 온 적이 있는 것도 같다’는 등 내용을 면담 보고서에 허위로 기재한 혐의를 받는다. 그는 이 보고서를 특정 언론에 유출해 보도되도록 한 것으로 조사됐다.
이 부부장검사가 사의를 표명했다고 알려지면서 검찰 내 시선은 윤 당선인과 대립각을 세웠던 반윤 검사들로 향하고 있다. 검찰은 통상 상·하반기로 나눠 두 차례 인사를 실시한다. 앞서 올 1월 인사에서는 검사장급 이상 고위급 이동이 많지 않아 하반기 인사에서 대대적인 이동이 예상된다. 일각에서는 새 정부가 5월에 들어서는 만큼 통상 8~9월에 이뤄지는 하반기 인사가 7월로 앞당겨질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인사 시기가 앞당겨지면 친윤·반윤 검사의 희비가 좀 더 일찍 엇갈릴 것으로 보인다.
대표적 반윤 검찰 간부로 꼽히는 인물은 문재인 대통령의 경희대 법대 후배인 이성윤(23기) 서울고검장이다. 그는 현 정권에서 대검 반부패·강력부장, 법무부 검찰국장, 서울중앙지검장 등 요직을 거쳤다. 특히 최강욱 더불어민주당 의원 기소와 채널A 사건 등을 두고 당시 검찰총장이었던 윤 당선인과 갈등을 빚기도 했다. 김학의 전 법무부 차관 불법 출국 금지 의혹 수사에 외압을 행사한 혐의로 기소됐으나 이후 인사에서 중앙지검장에서 서울고검장으로 승진했다.
심재철(27기) 서울남부지검장과 이종근(28기) 서울서부지검장은 윤 당선인이 검찰총장으로 재직하던 당시 징계 결정 과정에서 법무부 편에 서며 ‘추미애 라인’으로 꼽혔다. 이정현 대검 공공수사부장은 윤 당선인이 정직 2개월 처분을 받을 당시 징계를 주장하는 취지의 진술서를 낸 바 있다. 또 박은정(29기) 수원지검 성남지청장은 법무부 감찰담당관 재직 때 윤 당선인 감찰·징계 청구 실무를 주도했다. 박 지청장은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가 연루된 ‘성남FC 의혹’ 수사를 무마했다는 의혹도 받는다. 임은정(30기) 법무부 감찰담당관도 ‘한명숙 사건 감찰·수사 방해 의혹’ 등으로 윤 당선인과 대립한 바 있다. 윤 당선인은 물론 측근 감찰을 주도한 한동수(24기) 대검 감찰부장도 임기를 채우지 못하고 검찰을 떠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2019년 외부 공모로 임명된 한 감찰부장의 임기는 내년까지다.
검찰 내부 사정에 밝은 한 법조계 관계자는 “앞서 검찰 인사에서 이른바 윤석열 라인과 친정부 성향 검사들이 좌천과 승진으로 갈리는 등 희비가 교차했다”며 “하반기 예정된 인사에서는 반대 결과가 나올 수 있다”고 예측했다. 그는 이어 “지금껏 정권이 바뀌었다고 검사들이 사표를 낸 바가 없으나 인사 결과에 따라서는 다르다”며 “당사자들이 인사를 좌천으로 여긴다면 스스로 용퇴를 결정할 가능성도 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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