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방준비제도(Fed·연준)는 우크라이나 사태에도 기준금리를 올릴 것으로 전망된다. 러시아 제재가 원자재 시장에 미치는 영향과 우크라이나 전쟁이 어떻게 될지 불투명한 것이 금융시장 전반의 변동성을 높게 유지할 것이다.” (미 경제 방송 CNBC)
미국 연준의 금리 인상과 우크라이나 전쟁이 글로벌 시장의 양대 리스크로 부상한 가운데 이번 주가 국제 경제의 향방을 좌우할 주요 고비가 될 것으로 보인다.
우선 15~16일 열리는 연준의 3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는 예고대로 0.25%포인트 금리 인상을 결정할 것으로 전망된다. 이 때문에 월가의 관심은 제롬 파월 연준 의장이 인플레이션과 우크라이나 사태에 관해 어떤 언급을 할지, 추가 금리 인상에 대한 힌트를 내놓을지에 쏠려 있다. 3월 인상 폭은 정해졌지만 우크라이나 전쟁 장기화로 국제 유가와 각종 원자재 가격이 치솟는 상황에서 앞으로의 금리 인상 속도가 중요하다는 얘기다. 마크 카바나 뱅크오브아메리카(BofA) 미국 단기금리전략부문장은 “기본적으로 성장 전망에 대한 하방 위험은 커졌고 인플레이션에 대한 상방 리스크는 높아졌다”며 “연준이 오는 5월 양적 긴축(QT)을 시작할 수 있다는 게 우리의 기본 가정”이라고 말했다.
시장에서는 연준이 더 공격적인 긴축을 해야 하는 분위기가 형성되고 있다. 우크라이나 사태의 여파로 원자재 가격이 고공 행진하면서 3월 소비자물가지수(CPI)가 9% 이상 폭등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 같은 분위기에 파월 의장이 금리 인상과 함께 매파적 발언을 내놓을 경우 글로벌 자금 이동이 촉발될 가능성이 높다. 주요 5개국 통화 대비 달러화 가치를 보여주는 달러인덱스는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이미 2%가량 오른 99.1로 100을 눈앞에 두고 있다. 이번 주 이후 달러화 강세에 속도가 붙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게다가 글로벌 경기 둔화 과정에서 금리 인상이 겹치면 전 세계가 경기 침체에 빠져들 수 있다는 우려가 적지 않다. 골드만삭스는 미국의 경기 침체 가능성을 언급하며 올 성장률 전망치를 기존 2%에서 1.75%로 내려 잡았다.
러시아의 디폴트(채무 불이행) 가능성도 시장에 부담을 주는 요소다. 이미 무디스와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피치 등 3대 글로벌 신용평가사는 러시아의 국가신용등급을 ‘C(디폴트 임박)’로 낮춘 상태다. 미국과 유럽연합(EU)의 경제 제재로 러시아 입장에서는 굳이 부채를 상환할 이유도 없어진 상태다. 당장 1억 1700만 달러 상당의 달러 표시 채권 이자 지급 만기일인 16일이 첫 관문이다. 로베르토 시폰 S&P 글로벌애널리스트는 “러시아의 디폴트가 상당히 임박했다”고 지적했다.
중요한 점은 러시아 디폴트가 초래할 연쇄 효과다. 현재 이탈리아 은행들의 러시아 여신 규모는 253억 달러에 달한다. 프랑스와 오스트리아도 각각 252억 달러, 175억 달러 수준이다. 강력한 대러 제재에 러시아 정부의 디폴트 선언까지 현실화하면 ‘유럽 은행 손실→신흥국 등의 여신 회수→글로벌 금융 시장 타격’이 불가피하다. 로이터통신은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에 대한 대가는 다가오는 주에 더 명확해질 것”이라며 “이전에는 생각할 수 없었던 디폴트와 중앙은행의 긴급 조치가 함께 나올 수 있다”고 보도했다.
인플레이션과 경기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는 유가를 뒤흔들 변수도 여전하다. 러시아산 원유를 대체할 곳이 마땅치 않은 상황에서 이란 핵 합의 협상은 교착 상태에 빠져 있다. 핵 협상 당사국 중 하나인 러시아가 서방의 제재를 협상에 연계하려 하기 때문이다. 시장에서는 이란 핵 합의와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간 협상이 어떻게 풀리느냐가 유가를 좌우할 것으로 보고 있다.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이 “러시아와 최후통첩이 아닌 구체적인 사안에 대해 논의하기 시작했다”며 예루살렘에서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정상회담을 할 의사를 밝힌 가운데 러시아도 대화 가능성을 열어놓아 이번 주 우크라이나 사태가 새로운 변곡점을 맞을지 주목된다.
다만 러시아군이 우크라이나 수도 키이우에 대한 공세를 강화하고 있어 단기간 내 협상이 진전될지는 미지수다. 러시아 경제를 포기하면서 우크라이나 침공을 강행한 푸틴 대통령이 최대한의 보상 없이 우크라이나와 평화적 합의를 도출하지는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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