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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리 동결하고 인상 깜빡이 켠 매파들…올릴 수 있을까? 언제쯤? [조지원의 BOK리포트]

금리 인상 다수에도 불확실성 증폭

금통위원들도 우크라 사태 두고 고민

인상 시사에도 총재 공백 시 불투명

비둘기파도 한 명 더 늘며 힘 실려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가 지난달 24일 오전 서울 중구 한국은행에서 열린 금융통화위원회 본회의에서 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 사진제공=한은




한국은행 안팎에서 관심을 모았던 지난달 금융통화위원회 의사록이 15일 공개됐다. 이번 회의는 8년 임기를 채운 이주열 총재가 마지막으로 참여한 기준금리 결정일 뿐 아니라 그동안 세 차례 기준금리를 올리며 속도를 냈던 한은이 숨 고르기에 나선 회의로 주목을 받았다. 기준금리 인상이 본격화된 지난해 8월 이후 처음으로 금통위원들이 만장일치 의견을 낸 회의이기도 하다. 또 회의 당일인 지난달 24일은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날이다.

의사록을 열어보니 이 총재를 제외한 금통위원 6명 중 4명은 금리를 동결하면서도 향후 인상 필요성을 강조하는 등 매파(통화 긴축 선호) 성향을 보였다. 만장일치 금리 동결에도 여전히 다수는 매파인 셈이다. 이들은 소비자물가 상승률과 기대인플레이션을 크게 우려하면서 현 금리 수준이 완화적이기 때문에 이를 조정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이번에 공개된 의사록에서 드러난 최근 경제 상황에 대한 매파 금통위원들의 인식은 ‘경기는 회복, 물가는 상승’으로 요약된다. 수출 등을 중심으로 경기가 회복되고 있는데 물가는 예상보다 높다는 것이다. 가계부채 증가나 집값 상승 등 금융 불균형 상황이 아직 안심할 때가 아니라는 시각도 있었다. 매파 성향을 보인 한 금통위원은 “확고한 정책 의지를 시장에 커뮤니케이션함으로써 경제 주체의 기대를 안착시킬 필요가 있다”고도 말했다.

이러한 판단에도 이들이 지난달 회의서 동결 의견을 낸 이유는 간단하다. 기준금리를 단기간에 세 차례나 올렸기 때문에 파급 영향을 살펴보자는 것이다. 한은은 최근 약 5개월 동안 기준금리를 0.50%에서 1.25%까지 올렸다. 지난달에도 금리를 올렸다면 세 번 연속 인상인 만큼 오히려 시장 불안이 확대됐을 가능성이 컸다.

휘발유 가격이 8주째 오른 13일 서울 시내 한 주유소 휘발유 가격이 2000원 대를 나타내고 있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으로 국제 유가가 치솟으며 전국 주유소 휘발유 평균 가격이 이달 내에 2000원을 돌파할 것으로 전망된다./성형주기자 2022.03.13


하지만 매파 금통위원들 생각대로 기준금리 추가 인상에 나서기엔 너무 많은 걸림돌이 등장했다. 현시점에서 영향력이 가장 큰 변수는 단연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이다. 이 사태는 앞으로 어떻게 전개될지 한 치 앞도 예측할 수 없다는 것이 무엇보다 치명적이다. 회의 당시는 전쟁 발발 전이었지만 의사록엔 지정학적 위험에 대한 우려가 담겼다. 추가 금리 인상 의견을 낸 금통위원도 “우크라이나를 둘러싼 지정학적 리스크가 확대되고 있어 향후 성장 경로의 불확실성은 더 높아졌다”고 평가했다.

비둘기파(통화 완화 선호) 금통위원들은 러시아·우크라이나 사태에 대한 경계심이 더욱 컸다. 금리 인상에 신중한 모습을 보인 금통위원은 “우크라이나 사태로 인한 불확실성과 충격이 어느 정도 규모로 얼마나 지속될지 현시점에서 불투명하다”며 “충격의 규모와 지속성에 대한 합리적인 예측이 어려운 상황에서 기준금리를 인상할 경우 수요 측면을 통해 향후 우리 경제의 회복과 성장 경로에 부정적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발언했다.



실제로 우크라이나 사태의 영향을 받는 정도에 따라 주요 국가의 통화정책 방향도 엇갈리고 있다. 한은 외자운용원 자료에 따르면 전쟁 영향을 크게 받지 않는 미국은 당초 예정대로 금리를 올릴 것으로 예상된다. 반면 유로 지역은 러시아·우크라이나와 지리적으로 가까울 뿐 아니라 에너지 의존도가 높아 지정학적 위험에 크게 노출됐다. 이에 금리 인상이 내년 이후로 미뤄질 수도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우리나라는 직접적인 영향은 적더라도 높은 원유 의존도 등으로 이미 크게 영향을 받고 있다. 국제유가 상승에 수입물가는 9년 5개월 만에 가장 높은 수준으로 오르면서 소비자물가에 상승 압력으로 점차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 전쟁 이후 원·달러 환율은 1200원에서 1240원까지 단기간에 급등했다. 교역 차질 등으로 경기 둔화 가능성마저 제기되고 있다. 실물 경제 뿐 아니라 금융 시장에도 영향이 나타나는 셈이다.



금통위 구성 변화도 무시할 수 없다. 이주열 총재는 오는 31일로 임기를 마치는데 마침 시기가 정권 교체기와 겹치면서 일시적인 총재 공백이 불가피하게 됐다. 후보자 인선 작업이 늦어진다면 다음 달 14일 금통위 회의를 총재 없이 치러야 할 수도 있다. 금통위원 가운데 매파로 분류되는 임지원 금통위원의 임기도 5월 12일로 끝난다.

하나 더 눈여겨봐야 할 지점은 비둘기파 의견을 낸 금통위원이 한 명 늘었다는 것이다. 한은이 기준금리를 세 차례 올릴 때마다 동결 소수의견을 낸 것은 주상영 금통위원이 유일하다. 의사록이 익명으로 정리된 만큼 신중론으로 돌아선 금통위원이 누군지 알 수 없지만 비둘기파가 두 명이 됐다는 점은 예상치 못한 변수가 될 수 있다.

시장에서는 연말 기준금리가 1.75~2.0%에 이를 것으로 보고 있고, 한은도 이러한 시장 전망이 합리적이라고 평가했다. 기준금리를 연내 2~3번 추가 인상하려면 2분기를 통화정책 휴지기로 남겨두기 어렵다. 금통위 의사록이 공개됐지만 오는 4월과 5월 금통위에서 기준금리 인상이 이뤄질 수 있을지는 여전히 불확실하다.

※ ‘조지원의 BOK리포트’는 국내외 경제 흐름을 정확하게 포착할 수 있도록 한국은행을 중심으로 경제학계 전반의 소식을 전하는 연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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