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체메뉴

검색
팝업창 닫기
이메일보내기

비둘기가 이끄는 매파 금통위?…주상영 위원에 쏠리는 눈 [조지원의 BOK리포트]

文·尹 갈등에 총재 공백 더 길어질 듯

의장 대행에 유일한 비둘기 주상영 차례

의장 역할 하면서 의견 낼지 알 수 없어

간담회 나설지는 금통위원 간 협의 결정

2019년 상반기 학술대회에서 당시 주상영 건국대학교 교수(현 금융통화위원)가 발표를 하고 있다./오승현기자 2019.6.20




한국은행은 지난해 8월부터 기준금리 인상을 추진하면서 주요국 가운데 선제적으로 통화정책 정상화에 나섰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그런데 한은이 기준금리를 세 번 올리는 동안 꿋꿋하게 반대 의견을 낸 주상영 금통위원이 최근 새삼 주목받고 있다. 주 위원은 지난해 8월과 11월, 올해 1월에 금리 인상 때마다 동결해야 한다는 소수의견을 홀로 냈다.

주 위원에 관심이 쏠리는 것은 오는 4월 이후 금통위 의장을 맡을 가능성이 커지고 있기 때문이다. 이주열 총재는 3월 31일을 끝으로 임기를 마치는데 정권 교체기와 맞물리면서 후임 총재가 아직도 정해지지 않은 상태다. 후보를 지명한 뒤 국회 인사청문회를 통화하기까지 약 20일이 걸리기 때문에 일정상 일시적인 총재 공백은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문제는 총재 인선 작업이 길어지는 경우다. 다음 달 14일 통화정책방향 결정 회의까지 총재 공백이 발생할 경우 주 위원이 금통위 의장직 직무를 대행하게 된다. 금통위는 오는 24일 회의에서 주 위원을 다음 달 1일부터 오는 9월 30일까지 총재가 수행하는 금통위 의장 직무대행 위원으로 결정할 예정이다. 금통위는 미리 직무대행 순번을 정해두고 있는데 이달 말까지는 서영경 금통위원이지만, 공교롭게도 총재 임기 끝난 다음 날인 4월 1일부터 주 위원 차례다.

공교로운 이유는 앞서 말했듯 주 위원이 현 금통위에서 가지고 있는 포지션 때문이다. 주 위원은 매파(통화 긴축 선호)가 다수 포진한 금통위 내 유일한 비둘기파(통화 완화 선호)로 꼽힌다. 이전 금통위에 조동철 한국개발연구원(KDI) 국제정책대학원 교수, 신인석 중앙대 교수가 비둘기 한 쌍을 이뤄 소수의견을 내왔다면 이번 금통위에서 완화적 통화정책을 강조하는 목소리는 주 위원뿐이었다.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가 24일 오전 서울 중구 한국은행에서 열린 금융통화위원회 본회의에서 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 사진제공=한은




금통위 전체를 대표하는 의장은 회의를 주재하는 역할을 맡는다. 금통위원들의 의견을 수렴할 뿐 아니라 조율하는 역할을 할 때도 있다. 의장을 제외한 금통위원 6명이 3대 3으로 갈렸을 때 캐스팅보트를 쥐기도 한다. 따라서 4월 14일까지 후임 총재가 정해지지 않는다면 비둘기파인 주 위원이 다수 매파 금통위원들을 주도해 회의를 진행할 뿐 아니라 금리 방향마저 바꿀 수 있는 셈이다.

총재가 공석인 상태로 기준금리를 결정했던 전례가 없기 때문에 의장 대행인 주 위원이 자신의 의견을 공개할지도 정해진 것이 없다. 최근 경제 여건상 기준금리 인상이 쉽진 않지만 2월 금통위서 금통위원 6명 중 4명이 추가 인상 필요성을 강조한 상태다. 금통위는 기준금리를 올렸는데 의장이 소수의견을 내고 간담회에 참석해 시장과 커뮤니케이션을 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주 위원이 자신의 의견이 아닌 다수 금통위원의 의견을 대변하겠지만 쉽지 않은 문제다.

주 위원이 의장 직무은 대행하겠지만 기자간담회에 나서게 될지는 아직 알 수 없다. 이와 관련해서도 아무런 규정이 없는 상황이다. 한은 안팎에서는 그동안 소수의견을 내온 주 위원이 금통위를 대표해 간담회에 참석해 시장과 커뮤니케이션하는 것이 적절하지 않다는 지적이 제기돼 왔다. 그런 이유인지는 알 수 없지만 주 위원이 간담회에 나설지는 향후 금통위원들이 별도로 논의해서 정하기로 했다. 주 위원이 아니라면 당연직 금통위원인 이승헌 부총재가 나설 가능성도 있다.

2월 금통위 의사록에 따르면 비둘기파 금통위원은 2명으로 늘었다. 의사록은 익명으로 정리되기 때문에 누가 비둘기파로 돌아섰는지 알 수 없지만 금통위 내 미묘한 변화가 감지되는 상황이다. 한 위원은 중기적 시계의 물가 목표를 봐야 한다며 비용 인상 인플레이션을 근거로 금리 인상을 가속하면 경제 회복 탄력이 둔화될 것이라고 신중하게 대응하자고 주장했다. 또 다른 위원은 미국 금리 인상, 우크라이나 사태 등에 따른 대외 불확실성이 어떻게 전개되는지 확인한 뒤 대응을 결정하자는 입장이다. 여전히 매파가 다수이지만 비둘기파가 의장을 맡는 데다 친구도 한 명 더 늘었다. 총재 공백으로 인한 불확실성도 당분간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 ‘조지원의 BOK리포트’는 국내외 경제 흐름을 정확하게 포착할 수 있도록 한국은행을 중심으로 경제학계 전반의 소식을 전하는 연재입니다.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
주소 : 서울특별시 종로구 율곡로 6 트윈트리타워 B동 14~16층 대표전화 : 02) 724-8600
상호 : 서울경제신문사업자번호 : 208-81-10310대표자 : 손동영등록번호 : 서울 가 00224등록일자 : 1988.05.13
인터넷신문 등록번호 : 서울 아04065 등록일자 : 2016.04.26발행일자 : 2016.04.01발행 ·편집인 : 손동영청소년보호책임자 : 신한수
서울경제의 모든 콘텐트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는 바, 무단 전재·복사·배포 등은 법적 제재를 받을 수 있습니다.
Copyright ⓒ Sedaily, All right reserved

서울경제를 팔로우하세요!

서울경제신문

텔레그램 뉴스채널

서울경제 1q6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