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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꽂이] 지금 미국에 필요한건 '공동체주의'

■업스윙

로버트 D. 퍼트넘·셰일린 롬니 가렛 지음, 페이퍼로드 펴냄





지난 100여년간의 역사를 돌아볼 때 ‘국가의 번영’이라는 측면에서 정치·경제·사회·문화 공히 자타공인 세계 최강대국인 미국은 최고 등급을 줄 만하다. 하지만 미국은 안으로 곪아갔다. 경제성장의 혜택이 상류층에 집중되면서 부와 가난의 양극화가 심해졌고, 불평등도 커졌다. 개인 생활뿐 아니라 공공 영역에서도 자기중심주의가 심해져 경제·이념·인종·윤리 구분에 따라 분열됐고, 매사 갈라치기에 능한 지도자들이 정국을 주도했다. 미국인들을 상대로 여론조사를 하면 절반 이상이 ‘지금 미국은 잘못된 길로 가고 있다’고 답한다.

로버트 D. 퍼트넘 미 하버드대 교수는 신간 ‘업스윙’에서 지금의 미국 사회가 19세기 후반 불평등, 정치경제적 양극화, 사회 혼란 등이 만연했던 시절과 매우 흡사하다고 말한다. 소설가 마크 트웨인이 경멸적 어조로 ‘도금시대’라 언급했던 때다. 그는 미국 사회가 19세기 말부터 2010년대 말까지 약 125년의 큰 주기로 상승곡선과 하강곡선을 그린다고 말한다. 20세기의 시작부터 1960년대까지는 공동체를 중시하며 협력적, 평등적, 화합지향적, 이타적 면모를 보이며 사회의 발전이 상승추세(업스윙)를 보였다. 하지만 1970년대 이후 공적·사적 영역에서 공히 ‘나’를 중심으로 하는 사고가 확산됐고, 그 결과는 경제적 불평등의 심화, 정치적 부족주의, 사회문화적 원자화된 개인의 등장이다.



미국 정치·경제·사회·문화의 상승·하강 추세를 보여주는 곡선. 저자는 125년이란 긴 기간을 주기로 이 흐름이 반복되고 있다고 말한다. 사진 제공=페이퍼로드


책은 경제, 정치, 사회, 문화 전 분야에 걸쳐 1970년대부터 미국 사회가 어떻게 하강곡선을 그렸는지 설명한다. 1974~2014년 사이 가정별 연간 시장소득은 최하위 10%에서 320달러 줄어든 반면 상위 1%와 0.1%는 각각 92만9108달러, 484만6718달러나 늘었다. 정치 분야에선 1960년대엔 야당 지지자도 3분의1 가량은 대통령을 지지했지만, 지금 민주당과 공화당 사이 양극화는 통계적 한계수치에 다다를 정도다. 젠더와 인종차별 부분에서도 이러한 추세는 동일하다. 이렇게 된 근원을 저자는 1960년대 반전운동, 민권운동, 여성운동 등 개인의 권리를 강조하는 목소리가 커지는 과정에서 공동체주의적 가치를 과하게 희생한 데서 찾는다.

저자는 책의 목적이 미국 사회가 하강추세를 그리게 된 이유를 정확히 파악함으로써, 다시 상승추세를 만들어낼 전기를 마련하려는 것임을 분명히 한다. 책은 미국의 위기 극복엔 나보다 ‘우리’를 중시하는 공동체주의의 복귀가 절실하다고 주장한다. 그렇다고 1960년대 벌어진 개인의 권리 신장을 위한 노력의 가치를 폄하하지는 않는다. 저자는 우리가 개인의 자유 측면서 이룩한 진전을 후퇴시키지 않는 방식으로 예전의 공동체주의적 미덕을 되살리는 게 중요하다며 “개인과 공동체의 균형과 통합을 반드시 이뤄야 한다”고 강조한다. 2만2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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