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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혁재의 칩 비하인드]반도체 인력 양성, 골든 타임이 지나간다.

이혁재 서울대학교 전기정보공학부 교수

퀄컴, 스마트폰용 반도체칩 생산

삼성 아닌 대만 TSMC에 전량 맡겨

초미세공정 기술싸움 치열해지는데

韓, 이공계 기피 여전…국가가 나서야





최근 우리나라 반도체 산업의 위기를 알리는 심각한 뉴스가 있었다. 미국 주요 반도체 회사인 퀄컴이 차세대 스마트폰용 반도체를 생산하는 업체를 삼성전자에서 대만의 TSMC로 변경한다는 소식이었다. 그 이유는 삼성전자에서 만드는 반도체의 불량률이 매우 높기 때문이라고 한다. TSMC는 반도체 위탁생산(파운드리) 분야에서 세계시장 점유율이 50% 이상인 1위 기업이고 삼성전자는 점유율이 10%대 중후반의 2위 기업으로 두 회사 간 치열한 기술 경쟁이 진행 중이다. 그간 삼성전자가 TSMC를 따라잡기 위해서 기울인 많은 노력들이 수포로 돌아가는 것이 아닌지 우려된다.



이 두 회사 간의 기술 경쟁은 2000년대에 벌어졌던 인텔과 AMD 사이의 경쟁을 보는 듯한 기시감이 든다. 당시 PC용 반도체 시장에서 50% 이상의 점유율을 가진 1위 기업이었던 인텔은 2위 기업인 AMD와 미세 공정 기술 분야에서 치열한 경쟁을 했다. 미세 공정이란 반도체 트랜지스터를 작게 만들어서 같은 비용으로 더 많은 트랜지스터를 생산해서 성능을 높이기 위한 기술이다. 예를 들어 65나노 공정보다 45나노 공정이 더욱 미세하기 때문에 대략 2배 정도의 성능이 향상된다. 반면 트랜지스터를 작게 만들다 보면 불량이 많이 발생한다. 따라서 불량률을 줄이는 것이 회사 기술력의 척도가 된다. 2000년대 중후반, 인텔은 65나노·45나노·32나노 공정의 순서로 계획에 맞춰서 미세화를 성공해 나갔지만 AMD는 불량률을 줄이지 못하고 뒤처지게 됐다. 늦어진 제품 개발로 시장점유율이 떨어지는 악순환이 발생했고 투자 비용을 마련하지 못하는 지경에 이르렀다. 마침내 2009년에 아랍에미리트로부터 투자를 받고 파운드리 부문만 분사해서 글로벌파운드리라는 회사를 만들었다. 이후 넉넉한 자금이 투자됐음에도 불구하고 결국 불량률을 줄이는 데 실패하고 마침내 2015년께 자체 기술 개발을 포기했다.

불량률을 줄이기 위해서는 반도체 제조 과정에서 어떠한 문제점이 있는지를 발견하고 이를 해결할 수 있는 능력을 가진 엔지니어가 필요하다. 이러한 문제 해결 능력은 대학 입시의 수능에서 문제를 푸는 능력과 닮은 점이 많다. 반도체 제조 과정에 관한 이론을 습득한 후 이론과 실제 산업 현장에서 발생하는 현상의 차이에서 문제점을 파악하고, 그 차이를 줄여 나가는 반도체 해결 능력은 수능 시험에서 주어진 지식을 활용해 문제를 풀어나가는 과정과 유사하다. 즉, 수능 시험을 잘 보는 학생이 반도체 제조 과정의 문제를 잘 해결할 수 있는 잠재력이 높은 것이다.



TSMC가 있는 대만은 대학 입시에서 높은 점수를 받는 학생들이 반도체 분야에 많이 지원하지만 우리나라는 2000년대 초반부터 발생한 이공계 기피 현상으로 우수 학생의 공대 진학이 줄어든 지 벌써 20년이 됐다. 그 결과가 현재 삼성전자의 불량률이 더 높은 중요한 이유 중 하나일 것이다. 반도체 공정이 미세화될수록 엔지니어가 부딪힐 문제의 난이도는 점점 더 높아질 것이고 그러한 문제를 풀 수 있는 엔지니어의 숫자는 점점 줄어들게 된다. 이러한 문제들을 해결할 잠재력을 가진 엔지니어들은 수능에서 높은 점수를 받아서 수도권의 일류 대학에 입학한 학생일 확률이 높을 것이다. 이것이 우수한 반도체 인력을 양성하기 위해 수도권 대학 증원이 필요한 이유다.

삼성전자와 TSMC의 현재 경쟁 상황은 위에서 설명한 인텔과 글로벌파운드리가 경쟁하던 2000년대 말 어느 시점과 비교·예측해볼 수 있을 것이다. 그때부터 대략 6~7년 혹은 7~8년 후 글로벌파운드리는 경쟁을 포기했고 그 이후 우여곡절 끝에 지금은 2류 회사로 남게 됐다. 삼성전자도 이미 7나노 및 5나노 공정의 두 세대에 걸쳐서 개발 시기가 TSMC에 뒤처졌으며 또한 현재 불량률이 높다는 것은 차세대 공정 개발에서 더욱 뒤처질 확률이 높다는 것을 의미한다. 몇 년 후 글로벌파운드리처럼 경쟁에서 탈락하지 않기 위해서는 수도권 일류 대학의 정원을 늘려서 우수한 인재를 유입하는 것이 시급하다. 인력 양성에 걸리는 시간을 감안하면 우리나라 반도체 산업의 골든 타임이 얼마 남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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