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개인·기업 등 납세자들의 조세 불복(조세 심판 청구) 건수가 사상 최고치를 기록한 것으로 나타났다. 문재인 정부 들어 주택 관련 세법에 땜질 처방이 거듭돼 제도 자체가 이해하기 어려울 정도로 복잡해진 데다 집값 급등에 따라 세 부담도 크게 늘어났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정부가 올해 1주택자에 한해서만 지난해 공시지가를 적용해 보유세를 동결해주기로 결정하면서 보유세 관련 조세 불복이 더 늘어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
28일 조세심판원이 발표한 ‘2021년 조세심판통계연보’에 따르면 지난해 조세 심판 청구 건수는 총 1만 3025건으로 집계됐다. 여기에 전년에 청구된 뒤 처리되지 못하고 이월된 청구건 3563건을 더하면 조세 불복 사건은 총 1만 6588건에 이른다. 이는 전년 1만 5845건 대비 약 5%가량 늘어난 수치다.
세목별로 보면 지방세 관련 청구가 7262건에 달해 가장 많았다. 지방세는 취득세·재산세·주민세·자동차세 등으로 구성되는데 심판 청구 사건은 대부분 재산세에 집중된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공시지가 급등 과정에 이의를 제기했다가 기각(청구인 패소) 결정을 받은 청구인이 많았다는 것이 조세심판원 측 설명이다.
종합소득세(2778건)·부가세(1448건)·양도세(810건)·법인세(587건)·증여세(569건) 등도 조세 불복 건수가 많았다. 양도세 불복은 다주택자에 대한 징벌적 과세가 본격화된 2019년 1142건으로 정점을 찍은 후 내림세를 보이고 있다.
문제는 올해 재산세 체계가 또다시 누더기 땜질돼 조세 불복 건수가 급증할 수 있다는 점이다. 정부는 6월 지방선거를 앞두고 전국 공시가격이 17.22% 오르자 조세 부담을 줄인다는 명목하에 1주택자에 한해 보유세 과세 표준에 지난해 공시가를 적용해주기로 한 바 있다. 하지만 세종시처럼 공시가격이 떨어진 곳은 올해 공시지가를 반영해주기로 해 벌써부터 ‘이중 기준’ 문제가 불거지고 있다. 또 가령 5억 원짜리 집 2채를 가진 사람이 15억 원짜리 집 한 채를 가진 사람보다 세금을 더 내게 되는 ‘역진 현상’까지 나타날 수 있어 조세 원칙이 무너질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국내 한 세무법인 대표는 “집값이 오르면 과거 기준을 쓰면 된다는 선례가 만들어졌다는 게 가장 큰 문제”라며 “향후 집값 급등 시기에 대규모 세정 혼란이 빚어질 수 있다”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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