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가의 왕’으로 불리는 제이미 다이먼 JP모건체이스 회장이 인플레이션과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여파로 미 경제의 리스크가 높아졌다고 경고했다.
다이먼 CEO는 4일(현지시간) 주주들에게 보낸 연례 서한에서 코로나19 사태로부터의 경기 반등, 높은 물가상승률과 이에 따른 금리인상,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과 대러시아 제재가 맞물려 세계 질서가 바뀌고 있다며 이같이 진단했다. 이어 그는 "이들 세 가지 요소의 결합은 앞에 놓인 리스크를 극적으로 높일 가능성이 있다"면서 "우리는 부정적인 결과가 나타날 가능성에 대비해야 한다"고 말했다.
작년 주주 서한에서 '골디락스'(너무 뜨겁지도 너무 차갑지도 않은 이상적인 경제 상황) 경제를 점쳤던 다이먼 CEO는 올해 서한에서도 소비자와 기업의 현금보유고 증가, 임금 인상, 경제 성장 등을 근거로 내년까지 호황이 이어질 수 있다고 예상하면서도 불확실성과 리스크가 훨씬 높아졌다는 단서를 달았다. 다이먼 CEO는 "우크라이나에서의 전쟁과 러시아에 대한 제재는 최소 글로벌 경제를 둔화시킬 것이며 더 악화할 수도 있다"며 올해 중반까지 러시아 국내총생산(GDP)이 12.5% 급감할 것으로 내다봤다.
러시아산 석유·가스에 크게 의존하는 유럽의 성장률 전망치는 종전 4.5%에서 2%로, 미국의 성장률 전망치는 기존 3.0%에서 2.5%로 각각 하향 조정했다. 그는 "전쟁 그 자체의 예측불가능성과 글로벌 원자재 공급망을 둘러싼 불확실성이 일촉즉발의 상황을 만들어낼 수 있다"며 공급망 추가 차질을 염려했다. 그러면서 "미국은 우크라이나 전쟁이 길어지고 예측할 수 없는 결과를 가져올 가능성에 대비해야 한다"며 "새롭게 강화된 민주주의 동맹의 장기적인 단합을 유지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이어 "러시아의 침공이 유럽과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국가들에서 호주, 일본, 한국까지 민주주의 서방 세계를 단합시키고 있다"며 그 결과가 "동맹의 재편성과 글로벌 무역의 재구성"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진단했다. 따라서 미국이 희토류, 5G, 반도체 등 국가안보에 필수적인 물자를 자체 생산하거나 우호적인 동맹국에만 의존해야 하고, 잠재적인 적국과는 중요한 기술을 공유하지 말아야 한다고 다이먼 CEO는 촉구했다.
미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통화정책에 대해선 "지나고 나서 보니 정부 지출과 연준의 양적완화라는 처방은 너무 과도했고 너무 오래 지속됐다"면서 "시장이 예상하는 것보다 금리가 더 크게 오를 것으로 믿는다"고 분석했다. 다이먼 CEO는 "회복이 강할수록 금리는 더 높게, 양적긴축은 더 강하게 가야 한다"면서 "이러한 과정이 시장에 매우 큰 변동성을 촉발하겠지만, 실질 경제에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면 연준이 변동성 장세를 걱정할 필요가 없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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