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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흉기난동' CCTV…비명에 경찰은 '현장이탈' 남편만 급했다

기자회견 열고 "자체감찰 받은 후 보디캠 영상 지워" 주장

사건 당일 CCTV 공개…"경찰, 현장 진입 망설이며 시간 지체"







'인천 층간소음 흉기난동' 사건의 피해자 가족이 현장에서 경찰관의 부실한 초동 대응을 판별할 수 있는 영상이 삭제됐다고 주장했다. 당시 출동했던 경찰관이 스스로 영상을 지웠다는 것이 이들의 설명이다.

이 사건의 피해자인 40대 여성의 남편 유모씨와 피해자 측 법률대리인인 김민호 VIP 법률사무소 대표변호사는 5일 서울 중구 한국프레스센터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현장에 출동했던 김모 순경은 사건 발생 이후 자체 감찰 조사를 받은 뒤 보디캠(body cam) 영상을 삭제했다"고 말했다.

보디캠은 현장 경찰관이 몸에 부착하는 촬영 장비로 블랙박스처럼 사건 현장 상황을 기록하는 기능을 한다. 이 사건의 보디캠 영상은 경찰의 부실 대응 논란을 야기한 쟁점 가운데 현장 경찰관들이 곧장 사건 장소에 진입하지 않은 경위를 규명할 수 있는 증거가 될 것으로 여겨졌다.

이날 기자회견에서 피해자 측은 김 순경이 사건 발생 나흘 뒤인 작년 11월19일 자체 감찰조사를 받는 과정에서 보디캠으로 현장을 촬영했는지에 관한 질문을 받았고, 감찰조사 후 보디캠 영상을 모두 지웠다고 밝혔다. 김 순경은 영상 삭제 경위에 대해 "보디캠 용량이 꽉 차 있어서 그랬다"고 해명한 것으로 전해졌다. 그러나 부실 대응을 감추기 위해 김 순경이 영상을 삭제했다는 의혹을 피해자 측은 제기하고 있다.

김 변호사는 "김 순경으로서는 보디캠 영상을 삭제하면 추후 증거인멸 등 문제 제기가 있을 수 있다는 점을 잘 알고 있었을 것"이라며 "그런데도 영상을 삭제한 것은 증거인멸 등으로 인한 불이익보다 더 큰 불이익이 존재했기 때문일 것이라고 피해자 측은 보고 있다"고 말했다.

아울러 경찰이 감찰 단계에서 보디캠의 존재를 알았다면 초기에 신속하게 확보해야 했으나 증거인멸 시간을 벌어준 셈이 됐다며 경찰이 이에 대해 해명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 CCTV 영상 보니…"경찰관들, 범인 제압 후 나타나"

이날 피해자 측은 건물 내·외부에 설치된 3개의 CCTV 영상을 공개하기도 했다. 영상에서 사건 당일 김 순경과 함께 출동했던 박모 경위는 피해자의 남편인 유씨와 건물 밖에서 대화를 나누던 중 비명을 듣고 오후 5시 4분께 건물 안으로 뛰어 들어갔다. 이후 유씨가 현장에 남아 범인과 대치하는 동안 박 경위는 현장을 벗어난 김 순경을 데리고 건물 밖으로 나왔다.

빌라 1층 자동 현관문이 닫히자 문을 열지 못하고 우왕좌왕하던 두 경찰관은 건물 밖으로 나온 지 3분여만인 오후 5시 7분께 다시 건물에 들어갔다. 이들이 범인을 데리고 건물을 빠져나온 건 그로부터 3분 40초가량 흐른 오후 5시 11분께였다.



김 변호사는 "남편 유씨가 기억하시기로는 자신이 범인을 기절시킨 뒤 경찰관들이 나타났고, 수갑을 채운 뒤 곧바로 범인을 연행했다고 한다"며 "건물 3층으로 올라오는 시간은 성인 기준으로 15초가 채 걸리지 않는데 경찰관들이 건물에 진입한 뒤 중간에 비어 있는 시간 동안 무엇을 했는지 밝혀야 한다"고 강조했다.

유씨는 "범인을 제압하는 데 경찰관들이 도운 사실이 없다"며 "칼부림이 나니 건물 2·3층 사이에서 대기하다가 내가 범인을 기절시킨 뒤 조용해지니 올라온 것으로 생각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 출입문 열려 있는데도 안 들어가…"경찰관들 허위 진술" 주장

공개된 영상에는 유씨를 현장에 두고 박 경위가 김 순경을 데리고 건물 밖으로 나온 뒤의 정황도 담겨 있다. 빌라 건물을 나오면서 열린 1층 자동 현관문이 다시 닫히기까지는 시간이 있었는데도 두 경찰관이 한동안 들어가지 않은 듯한 모습이 포착된 장면이다.

당시 두 경찰관은 출입문이 곧바로 닫혀 건물에 재진입하기가 어려웠다고 진술해왔으나, CCTV 영상에는 한동안 출입문이 열려있었던 것으로 나온다. 박 경위는 출입문이 닫히는 것을 보고 문 앞까지 갔다가 주춤거리며 들어갈 타이밍을 놓치는 장면도 나왔다. 피해자 측은 "CCTV가 존재하지 않았다면 경찰관들은 허위 진술을 끝까지 밀고 나갔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또 사건 당시 김 순경이 박 경위에게 목에 흉기를 찌르는 범행 장면을 여러 차례 묘사하는 모습을 보면 사건 당시 정신적 충격으로 상황을 정확하게 기억하지 못한다는 김 순경의 주장도 사실이 아니라고 반박했다.

유씨는 이날 경찰의 무성의한 대응 속에 생계난에 시달리며 괴로운 나날을 보내고 있다며 울먹이기도 했다. 그는 "이 사건은 경찰의 안일한 대응 때문에 일어난 것"이라며 "범죄 피해자에 대한 지원이 부족해 돈을 빌려서 환자를 돌보고 생계비를 충당해야 하는 현실이 살기 싫을 만큼 참담하다"며 눈물을 흘렸다.

피해자 측은 경찰의 책임감 있는 해명과 현장 이탈 경찰관들의 직무유기 혐의에 대한 신속하고 공정한 수사, 중대범죄 피해자가 사건 초기 CCTV 영상 등 주요 증거를 원활하게 확보할 수 있도록 제도를 개선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이 사건은 작년 11월15일 인천이 한 빌라에서 층간소음 갈등으로 발생한 흉기 난동을 지칭한다. 인천 논현경찰서 모 지구대 소속이던 경찰관 2명은 피의자가 흉기를 휘두른 상황을 알고도 곧장 대응하지 않은 것으로 나타나 논란이 일었다. 유씨의 부인은 이 사건 피의자가 휘두른 흉기에 목을 찔려 의식을 잃었고 뇌경색으로 수술을 받았다. 유씨와 딸도 얼굴과 손 등을 다쳤다.

현장 출동 경찰관 2명은 부실 대응 논란 속에 해임됐으며 인천경찰청은 두 경찰관뿐 아니라 당시 논현서장과 모 지구대장도 직무유기 혐의로 수사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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