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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aw & Scene]“장애 아들을 부탁해”…아버지의 마지막 유언

<9>성년후견인제도

'장애·질병·노령' 사회적 약자 보호

배우자·4촌이내 친족·검사 등 청구

본인의사 고려해 가정법원이 선임

미성년자는 친권자 유언으로 효력

의사능력 따라 대리권 범위 달라

후견계약 땐 법원서 감독인 지정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 ‘무브 투 헤븐 : 나는 유품정리사입니다’ 포스터./넷플릭스




어느 화창한 오후 20살 청년 한그루(탕준상 분)의 집에 갑자기 긴장감이 흘렀다. 그루와 단짝친구인 윤나무(홍승희 분) 단 두 사람만 있는 집에 낯선 이가 갑자기 찾아왔기 때문이다. 세 사람은 서로를 바라보며 눈치만 볼뿐 어떤 대화도 없었다.

5분 남짓 이어진 묘한 분위기는 때마침 오현창(임원희 분) 변호사가 방문하면서 해소됐다. 그는 최근 세상을 떠난 그루 아버지(지진희 분)의 변호인이었다. 오 변호사는 쇼파에 앉은 조상구(이제훈 분)를 그루 삼촌이라고 소개했다. 이어 “아빠가 혹시 그루 곁에 없게 되면 아빠 대신 그루를 돌봐 달라고 삼촌한테 부탁했다”며 상황을 설명했다. 사고로 숨진 아버지 유언에 따라 삼촌인 조상구가 아스퍼거 증후군이 있는 그루의 후견인이 된 것이었다. 다만 3개월 동안 그루와 한 집에서 원만하게 살고, 이 기간 유품 정리업체 ‘무브 투 헤븐’ 직원으로 근무해야 한다는 조건이 붙었다. 그루 아버지와 조상구는 어머니는 같지만 아버지가 다른 이부(異父)형제. 그동안 이름조차 몰랐던 삼촌이 후견인이 되면서 그루에게는 새 가족이자 직장 동료가 생긴 셈이었다.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 ‘무브 투 헤븐 : 나는 유품정리사입니다’의 한 장면이다. 드라마는 아스퍼거 증후군이 있는 유품 정리사 그루와 그의 후견인인 조상구가 세상을 떠난 이들의 마지막 이사를 도우며 미처 전해지지 않은 이야기를 유족에게 대신 전달하는 과정을 담았다.



특히 두 사람의 연결고리로 성년후견인제도가 등장한다. 이는 장애나 질병·노령 등으로 일상 사무에 도움이 필요한 성인에게 가정법원 결정이나 후견 계약으로 선임된 후견인이 보호·지원 등 도움을 줄 수 있도록 하는 제도다. 지난 2011년 3월 금치산·한정치산 제도 폐지 등 민법 개정에 따라 도입됐다. 민법 9조(성년후견개시의 심판)에는 본인과 배우자, 4촌 이내 친족, 검사, 지방자치단체의 장 등이 가정법원에 청구할 수 있다고 명시하고 있다. 또 이를 심판할 때 가정법원은 본인의 의사를 고려해야 한다는 내용도 담고 있다. 극 중 오 변호사가 그루에게 “전에 아빠랑 이야기했던 후견 계약 기억나지?”라며 본인 의사를 물어본 이유다. 해당 법 959조의 14(후견 계약의 의의와 체결방법 등)에서는 ‘후견계약은 공정증서로 체결해야 한다’, ‘후견 계약은 가정법원이 임의후견감독인을 선임한 때부터 효력이 발생한다’고 명시하고 있다.

김상훈 변호사는 “후견인 제도는 피후견인 나이에 따라 미성년·성년으로 나뉜다”며 “미성년 후견인의 경우 고인이 된 친권자가 남긴 유언장에 따라 선임할 수 있으나 성년후견인은 4촌 이내 친족 등 청구에 따라 가정법원이 선정한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피후견인과 후견인 사이 계약에 따라 후견인이 선정할 수 있다”며 “이럴 경우에는 가정법원이 후견감독인을 지정해 후견인이 의무·역할을 제대로 이행하는지 관리·감독하게 한다”고 덧붙였다. 후견인이 장애나 질병, 노령 등으로 일상 사무가 어려운 만큼 선정부터 감독·관리까지 2·3중의 법적 보호막을 갖추고 있다는 얘기다.

김 변호사는 “나이나 장애나 질병 정도 등 피후견인 상황에 따라 가정법원은 후견인이 관여할 수 있는 업무 범위도 달리 결정한다”며 “피후견인이 의사능력을 완전히 상실할 경우에는 전체적인 후견을 허용하나 중요 법률 행위 결정만 하지 못할 때에는 범위를 한정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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