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돈없어 전기 안들어오는 스리랑카, 격해진 여론에 '비상사태 해제'

라자팍사 대통령, 군 투입 등 비상조치 철회

내각 총사퇴에도 하야 요구 커지자 한발 물러서

의사들 마저 "의료 시스템 붕괴 막아달라" 시위

전쟁 이후 경제난에 신흥국 들 사회 불안 격화

페루에서는 인플레 항의 시위 커지자 '통행금지'

경제난에 분노한 스리랑카 시위대가 수도 콜롬보에서 대통령 하야를 요구하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고타바야 라자팍사 스리랑카 대통령이 격해지는 시위에 맞서 지난 1일(이하 현지시간) 발동했던 비상사태명령을 해제했다. 경제난에 분노한 시위대를 진정하는 데 여전히 애를 먹고 있지만 대통령 하야를 요구하는 목소리를 잠재우기 위해 이주 초 내각 총사퇴 결정 이후 또 다시 한 발 물러선 것으로 풀이된다.

로이터통신은 5일 라자팍사 대통령이 관보를 통해 이날 자정부로 비상사태를 해제했다고 보도했다. 식량과 연료부족이 계속되면서 자신에 대한 여론이 점차 악화되는 만큼 사실상 시위대 등을 상대로 강경 대응하는데 한계가 있다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라자팍사 대통령은 자신의 하야를 요구하는 시위가 거세지자 지난 1일 치안과 공공질서를 보호한다는 명목으로 비상사태를 발동한 바 있다. 비상사태가 선언되면 군이 치안 유지에 동원되며 영장 없이 국민들을 체포하거나 구금할 수있다.

다만 비상사태 선포에도 불구하고 여론이 악화되고 시위가 사그라들지 않자 라자팍사 대통령은 자신과 자신의 형인 마힌다 라자팍사 총리를 제외한 내각 26명이 일거에 사임하며 국면 전환을 시도했다. 야당까지 참여하는 연립정부를 새로 구성해 자신을 향한 국민적 분노를 분산시키겠다는 의도다.

다만 새롭게 임명한 알리 사브리 재무장관이 국제통화기금(IMF)과의 구제금융 계획 수립을 위한 회담을 앞두고 임명된지 하루만에 사임하는 등 상황은 꼬이고 있다. 더욱이 내각 총사퇴 이후에도 시위는 계속되고 있다.

이번 시위는 스리랑카가 외환 부족으로 물자 수입이 여러워지고 그 결과 식품과 연료가 부족해지면서 지난달 시작됐다. 특히 정부가 에너지 부족으로 하루 13시간 단전 조치를 취하면서 시위는 점점 격화됐다. 최근 단전은 하루 5시간으로 줄었음에도 시위대와 경찰 간 물리적 충돌이 곳곳에서 발생할 정도로 시위가 심해지고 있다고 로이터 통신은 전했다.

당국이 인도와 중국, IMF 등에 손을 내밀며 경제난을 타개하려고 하지만 국민들이 체감할 수 있는 상황변화가 나타나지 않으면서 여론은 점점 악화되고 있다. 심지어 의사들 마저 의약품 부족과 국민들의 생존권을 요구하며 거리로 나섰다. 전국 1만 6000명의 의사들을 대표하는 조직인 정부의료인협회는 보건부 장관에게 보낸 서신에서 "필수 의약품이 지속적이고 적절하게 공급되지 못한다면 전체 의료 체계가 붕괴될 것"이라며 "이는 이미 전례없는 위기에 처한 국민들의 생명이 위협받는 상황으로 이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의사들은 이르면 수주 안에 스리랑카의 의료체계가 무너질 것이라는 목소리를 내고 있다.

스리랑카의 전임 대통령이자 현직 총리인 마힌다 라자팍사(가운데)와 그의 동생이자 현직 대통령인 고타바야 라자팍사(오른쪽). AP연합뉴스


스리랑카는 라자팍사 가문이 완전히 장악한 사실상 '가족 통치 체제'가 구축돼 있다. 라자팍사 대통령의 또다른 형제인 바실 라자팍사 전 재무부 장관 등 이번에 내각 총사퇴 당시 물러난 관료 중에도 라자팍사 가문이 3명 포함돼 있다.

외신들은 라자팍사 대통령이 정치적으로 선택할 수 있는 다음 단계는 형인 마힌다 라자팍사 총리를 사임시키고 새로운 총리를 임명하거나, 2025년으로 예정된 투표일정을 앞당겨 시행하는 안이 될 것으로 보고 있다.



다만 야당은 시위대와 마찬가지로 대통령과 총리 형제의 퇴진을 요구하고 있다. 스리랑카 주요 야당 연합인 자나 바라웨가야의 지도자 사지스 프레마다사는 "국민이 원하는 것은 이 대통령과 정부 전체가 물러나는 것"이라고 말했다.

정부는 대통령의 사임은 없다는 입장이다. 존스턴 페르난도 도로교통부 장관은 26일 의회에서 "690만명의 국민들이 대통령을 뽑았다는 점을 상기시켜 드린다"며 "정부로서, 우리는 어떤 조건에서도 대통령은 사임하지 않는다는 점을 분명히 말씀드린다"고 말했다.

페루선 연료비 상승 시위 확산에 통행금지 시행…경제난에 커지는 신흥국 사회불안


페루에서도 물가 상승에 따른 민생고가 사회불안으로 확산되고 있다. 페드로 카스티요 페루 대통령은 지난 4일 수도 리마에서 연료비와 비료 가격 상승에 반대하는 시위를 억제하기 위해 통행금지령을 내렸다. 카스티요 페루 대통령은 이날 TV 연설에서 5일 오전 2시부터 오후 11시59분까지 수도 리마와 태평양 연안 항구도시 카야오에 통행금지령을 발동한다고 밝혔다.

페루에서는 지난주부터 높은 고속도로 통행료와 연료비에 항의해 농민과 트럭기사를 중심으로 시위가 확산되고 있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국제 유가와 곡물값이 뛰고 공급이 부족해져서다. 3월 한 달 사이 페루의 소비자 물가 상승률은 전년 동월 대비 6.82% 올랐다. 이는 1998년 8월 이후 24년 만에 가장 높은 상승률이다.

5일 페루 정부의 통행금지 조치에도 불구하고 거리로 나선 시위대가 수도 페루에 있는 대법원 앞에서 시위 중 일어난 불을 끄고 있다.EPA연합뉴스


시위는 시작과 함께 점점 과격해지면서 당국은 현재까지 최소 4명이 시위 과정에서 사망한 것으로 보고 있다. 지난 4일에는 시위대가 고속도로 통행료 납부부스를 불태우기도 했다.

정부는 지난 주말 가격을 낮추기 위해 연료에 부과하는 세금을 포기하고 최저 임금을 월 1천205솔(약 39만6천원)로 10% 인상하겠다고 발표하기도 했다. 다만 고물가로 고통받는 국민들을 달래기에는 역부족이었다. 주요 노조인 페루노동자총연맹은 인상폭이 충분치 않다며 최저임금 인상안을 거부했고, 오는 7일 대규모 집회를 예고했다.

빅터 자보 애버딘 이머징마켓 포트폴리오 매니저는 "물가 불안정은 여러국가에서 재정 문제 뿐아니라 정치 사회정 안정성을 저해하게 될 것"이라며 "만약 정부가 물가를 관리하지 못한다면 사회 불안이 확산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

/김흥록 기자 rok@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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