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 정부 출범 후 제도적 개혁이 이뤄지면서 검찰 수사는 활기를 띨 것으로 전망됩니다. 다양한 분야의 수사경험을 지닌 변호사들의 역할이 커질 수밖에 없겠죠.”
6일 서울 서초동 법무법인 솔루스 사무실에서 만난 전현준·이정회 변호사는 검사 재직 시절 각각 특수부와 공안부에서 중요 사건을 두루 맡으면서 ‘특수통’과 ‘공안통’으로 불렸다. 서울대학교 법대 84학번 동기 사이인 두 사람은 2020년 9월 ‘독보적인 형사사건 전문 로펌’을 만들겠다며 의기투합해 솔루스를 설립했다. 새 정부의 사법개혁 방향이 검찰권 회복에 맞춰지면서 서초동 내에서 솔루스의 존재감도 커지는 분위기다. 검사장 출신인 두 변호사를 중심으로 검찰 내에서도 잔뼈가 굵은 베테랑들이 모여 있는 ‘강소 로펌’으로 입소문이 났기 때문이다.
로펌 내 맏형 격인 전 변호사는 서울중앙지검에서 차장·부장 검사를 지내면서 LIG건설 기업어음(CP) 부정발행 사건을 비롯 OCI(옛 동양제철화학) 주식 불법거래 사건, 카메룬 다이아몬드 광산 개발 관련 주가조작 사건 등 굵직한 기업 사건들을 수사했다.
사회적 파장이 컸던 수많은 사건들을 다뤘지만 초임검사 시절 밤낮 없이 발로 뛰며 피의자를 쫓았던 사건이 가장 기억에 남는다고 전 변호사는 회고했다. 그는 “임관한 지 3개월이 지났을 무렵이었을 것"이라며 "이별을 통보한 연인에게 앙심을 품고 사생활이 담긴 전단지를 배포했던 남성을 수사관과 함께 사흘 동안 잠복한 끝에 직접 체포해 구속기소했었다”고 당시를 떠올렸다.
이 변호사는 공안사건 중에서도 노동 분야에서 두각을 나타냈다. 대기업 공장이 많은 창원과 인천에서 지검장을 지내면서 한국지엠(GM)의 불법파견 사건을 맡아 대표이사 등을 재판에 넘겼고, 대검 공안2과장·서울중앙지검 공안2부장으로 근무하면서도 현대·기아자동차 불법 파업 사건,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 총파업 사건, 각종 산업 재해 사건 등 주로 노동사건을 수사했다. 대검찰청 과학수사부장 시절에는 현대 범죄수사에서 빠질 수 없는 디지털 포렌식에 대한 경험도 쌓았다.
두 변호사는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과도 남다른 인연이 있다. 전 변호사는 “대학 3~4학년 때 서울대 법대 5년 선배인 윤 당선인과 같은 독서실에서 사법고시 공부를 함께 했었다”며 “가끔 토론 스터디도 진행하곤 했는데, 윤 당선인은 토론이 아니라 강의라고 느껴질 정도로 여러 분야에 걸쳐 폭넓은 지식을 쏟아내 놀랐던 기억이 있다”고 말했다. 전 변호사와 윤 당선인은 20여년이 흐른 뒤 중앙지검 3차장과 특수1부장으로 재회한다. 전 변호사는 “검찰에서 함께 근무하면서 윤 당선인이 수사에 대한 열정과 부하직원·동료를 대하는 태도 등을 옆에서 지켜볼 수 있었다"면서 "함께 공부했던 시절 모습 그대로여서 감회가 새로웠다”고 회상했다.
이 변호사는 “사법연수원 동기(23회)였던 윤 당선인은 연수원생 시절부터 소탈하고 주위 사람들을 잘 챙겨줘서 후배들이 잘 따랐다”면서 “대검찰청에서도 공안1·2과장을 하면서 2년 간 같이 근무했고, 중앙지검에서는 윤 당선인이 특수1부장일 때 공안2부장으로 근무하는 등 접점이 많았다”고 말했다. 그는 또 2013년 ‘국가정보원 댓글’ 사건의 특별수사팀장이었던 윤 당선인이 검찰 지휘라인에 보고 없이 국정원 압수수색과 지원을 체포했다가 직무에서 배제되자 후임 팀장으로 수사를 마무리한 이력도 있다.
윤석열 정부 출범 후 형사사법 체계에 또 다시 변화의 바람이 불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특히 검찰의 직접수사 범위가 확대될 것이란 관측이 제기된다. 기업과 관련한 금융, 조세, 노동 등 사건에 특화된 솔루스가 주목받는 이유다.
이 변호사는 “정부가 바뀌고 검찰 제도의 전반적인 개선이 예상되는 만큼 기업은 사후 대응보다는 사전에 법적 리스크를 예측하고, 차단하는 준비가 필요하다”며 “검찰에서 기업수사를 많이 해본 특수·공안·일반형사 출신의 변호사들이 법적 쟁점에 대한 이해도도 높고, 적합한 솔루션을 제시할 수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두 변호사는 “검찰에서 길게는 20년이 넘도록 수사를 해온 구성원들은 솔루스의 가장 큰 강점”이라며 “올해는 형사뿐만 아니라 디지털 포렌식, 행정 등 업무범위를 확대해 나갈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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