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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영길이 쏘아올린 조금은 큰 공[정상훈의 지방방송]

<2>서울시장…송영길 출마가 불러온 파장

대선패배 책임론부터 86 용퇴론까지 ‘비토’

다른 대안 없는 것도 사실…그래서 오세훈은?


학창시절에 ‘지방방송 꺼라’는 말 좀 들은 편입니다. 수업시간에 많이 떠들었단 뜻이겠죠. 그때 다 하지 못한 지방방송을 다시 켜려고 합니다. 우리 지역의 살림꾼을 뽑는 6·1 지방선거가 다가오고 있기 때문입니다. 17개 광역단체장 선거 얘기를 얇고 넓게 훑어보겠습니다. 지방방송의 볼륨을 조금만 키워보겠다는 생각입니다.

송영길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지난달 10일 지도부 총사퇴를 발표하고 있다. / 연합뉴스




원래 지방선거의 꽃은 서울시장입니다. 수도 서울, 그리고 대권주자로 가는 지름길 등의 수식어가 서울시장에겐 따라붙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50일 앞으로 다가온 6·1 지방선거에선 분위기가 다릅니다. 앞선 두 번의 대선에서 문재인의 손을 들어줬던 서울시민들이 이번에는 더불어민주당에 등을 돌렸습니다.

연이은 부동산 정책 실패로 인해 민심 이반이 일어났고, 서울시민의 냉혹한 평가를 몸으로 느낀 민주당에선 어느 누구도 선뜻 서울시장에 도전하려들지 않았습니다. 그렇게 서울시장 선거는 국민의힘 소속의 오세훈 현 시장이 무난하게 재선에 성공하는 분위기로 흘러갔습니다. 그런 상황에서 느닷없이 나타난 이가 있었으니, 그가 바로 송영길 전 대표입니다.

그간 송 전 대표는 대선 패배 이후 지도부에서 사퇴한 뒤 전국의 사찰을 돌며 잠행을 이어가고 있었습니다. 그러다가 어느 순간부터 송영길 서울시장 선거 차출론이 스멀스멀 올라오기 시작했습니다. 송 전 대표도 몇몇 의원들을 자신이 머물던 사찰로 불러 의견을 청취했습니다. 그렇게 송 전 대표는 ‘만우절’이던 4월1일, 거짓말처럼 서울 송파구로 주소이전을 하면서 서울시장 출마를 공식화 했습니다.

송영길의 재등장은 민주당을 그야말로 발칵 뒤집어놓았습니다. 대선 패배의 책임을 지고 사퇴한 지 한 달도 채 안 돼 다시 등장하는 게 국민들에게 어떻게 보이겠냐는 ‘송영길 책임론’과, 그렇다면 송영길 외 다른 대안이 있느냐는 또 다른 ‘송영길 책임론’이 민주당 내에서 강하게 맞붙고 있기 때문입니다.

우선 ‘송영길 비토’를 주장하는 쪽에선 송 전 대표로는 서울시민들에게 감동을 줄 수 없다고 말합니다. 서울지역 민주당 의원 20여명이 긴급 모임을 가진 것도 이 때문입니다. 이들은 ‘줄투표’ 성향이 있는 지방선거에서 송 전 대표의 서울시장 출마가 자칫 서울의 구청장이나 시·구의원 선거에도 악영향을 미칠 것을 우려하고 있습니다. 더군다나 송 전 대표는 인천에서만 5선 의원과 시장을 지낸, 인천을 기반으로 활동한 인물입니다.

전직 대표가 직접 등판하면서 정치 신인들이 나설 자리가 없어졌다는 목소리도 있습니다. 당대표 출신이 나선 상황에서 어떤 신인이 그 자리에 도전할 수 있으며, 직간접적으로 송 전 대표와 인연이 있는 비대위 또한 어떻게 다른 얼굴을 내세울 수 있겠냐는 겁니다. 어차피 승리 가능성이 낮은 상황에서 새로운 인물을 통해 ‘이렇게 민주당이 변화하고 있습니다’라는 메시지를 국민들에게 전달해야 하는데 그 가능성을 송 전 대표가 막았다는 지적도 나옵니다.

서울시장 공천 신청을 한 박주민 더불어민주당 의원. / 연합뉴스




이른바 ‘86그룹(80년대 학번·60년대생) 용퇴론’에도 영향을 주고 있습니다. 문제는 이 ‘86 용퇴론’을 송 전 대표 본인이 먼저 꺼내들었다는 것입니다. 당내에서 “하산 신호를 내린 기수가 나홀로 등산을 한다”는 비판이 나오는 이유입니다. 공교롭게 송 전 대표의 출마선언 며칠 뒤 중량급 86그룹 인사인 최재성 전 의원이 정계은퇴를 선언했습니다. 최 전 의원을 잘 아는 민주당 인사의 말로는 오래 전부터 계획된 은퇴였다고 하지만, 본의 아니게 송 전 대표를 저격한 셈이 됐습니다.

그렇다고 해서 송 전 대표를 대체할 인물이 있냐고 물으신다면, 솔직히 잘 모르겠습니다. 이는 송 전 대표의 출마를 촉구하던 이들이 꾸준히 제기했던 주장입니다. 박주민 의원이 공천 신청 마감 직전 서울시장 출마를 선언하면서 송 전 대표의 강력한 대항마로 떠올랐지만, 박 의원에게는 ‘임대차 3법’ 통과를 앞두고 본인 소유 아파트의 임대료를 올린 논란이 발목을 잡고 있습니다. 열린민주당 출신인 김진애·정봉주 전 의원도 출사표를 던졌지만 무게감이 떨어지는 것이 사실입니다.

모두가 서울시장 출마를 주저하던 상황에서 당을 위해 과감하게 나선 ‘희생정신’을 높게 평가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있습니다. 당내 ‘비토’ 목소리를 잘 알고 있는 송 전 대표도 “추대나 전략공천은 제 머릿속에 없다”며 최대한 낮은 자세로 선거를 치르겠다는 의지를 드러내기도 했습니다.

이제 공은 다시 민주당으로 넘어갔습니다. 송영길·박주민 등 공천 신청을 한 후보를 중심으로 경선을 치를 수도 있고, 서울시를 전략공천 지역으로 지정해 제3의 인물을 ‘모셔오는’ 방법도 있습니다. 전략공천 인물로는 박영선·이낙연·임종석 등의 이름이 거론됩니다. 하지만 이들 모두 개인적이거나 공식적인 이유로 출마를 주저하고 있습니다. 당 지도부가 어떤 선택을 하든 또 한 번의 혼란은 불가피할 것으로 보입니다.

서울시장 얘기를 하면서 잊고 있었던 인물이 있습니다. 바로 오세훈 시장입니다. 오 시장은 서울시장 선거 관련 모든 스포트라이트가 송 전 대표에게 쏠리는 상황을 어떤 심정으로 바라보고 있을까요? 이미 대세론을 선점하고 있는 상황에서 상대 당의 자중지란을 그저 마음 편히 지켜보고 있을까요?

정치인들에겐 본인의 부고 기사 외에는 모든 기사가 환영이라는 말이 있습니다. 그런 만큼 오 시장에겐 모든 관심이 송 전 대표에게만 집중되고 있는 상황이 썩 유쾌하지만은 않을 것이라는 생각을 해봤습니다. 이미 오 시장은 12년 전, 모든 대세론을 선점하고 있던 상황에서 0.6%포인트 차이의 아슬아슬한 승리를 했던 경험이 있기 때문입니다.

오세훈 서울시장이 지난 8일 제306회 시의회 임시회 본회의에 참석해 있다. /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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