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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해령의 하이엔드 테크] MLCC 특집: 실례지만…어데~ MLCC입니꺼? <2탄>

1탄은 MLCC의 콘셉트와 동작 원리를 봤고,

이번 2탄에선 전장용 MLCC의 미래를 분석했습니다





1탄에서는 MLCC의 기본적인 동작 원리를 알아봤습니다. MLCC는 전자 기기 내에서 전류를 일정하게 흐르게 하는 ‘댐’ 역할을 합니다. 이번 편에서는 앞으로 이 부품이 어떤 산업 영역에서 전도유망할지, 기술 포인트는 무엇일지 짚어봤습니다.

전장용 MLCC. 사진제공=삼성전기


◇전장용 MLCC가 뜬다…용량·안정성 모두 잡아야

요즘 MLCC 업계가 주목하고 있는 산업군은 자동차 분야입니다. 자동차가 전자제품처럼 변하고 있다는 사실은 이미 많이 알려진 사실이죠? 현재 자동차에는 5000개가량 MLCC가 쓰이지만, 미래에는 1만2000개 이상 MLCC가 탑재될 것이라는 분석이 나올 만큼 이 분야는 뜨거운 감자입니다. 크게 운전자 안전을 위한 △자율주행(ADAS) 시스템 △인포테인먼트 △샤시/바디 △배터리 관리(파워트레인) 분야에서 MLCC의 쓰임새가 주목 받는다고 하네요.

차량용 MLCC의 쓰임새. 파워트레인, 인포테인먼트, 자율주행, 바디/샤시 분야에 주요하게 쓰일 것으로 전망됩니다. 사진제공=삼성전기


그럼 기술적 관점으로 들어가봅시다. 자동차 MLCC는 어떤 기술이 중요할까. 우리가 가장 먼저 살펴봐야 할 핵심 키워드는 바로 '온도 변화'입니다. 자동차는 IT 기기에 비해 극한의 환경을 마주할 확률이 상당히 큽니다. 극단적 예로 전기차가 사막을 달리다 보면 예측하지 못한 높은 열이 차량 내에서 발생할 수 있고요. 남극을 달리면 극한의 추위를 견디며 달려야 하죠.



MLCC도 비슷한 문제에 직면합니다. 업계에서 전장용 MLCC 연구에 가장 집중하는 분야는 '상 변태(Phase Transformation)'입니다. 스마트폰에서는 발생하지 않던 고온의 열이 자동차에서 발생하면 유전체 세라믹의 결정 구조가 완전히 바뀌는 상황이 발생할 수도 있다는 것이죠. 그러면 애초 제품을 만들 때 약속했던 세라믹의 유전율이 갑자기 변화하면서 전류 흐름까지 완전히 망가질 수 있습니다. 그러면 차량 내 반도체는 오작동을 일으키고, 운전자 목숨까지 위험한 상황으로 치닫게 됩니다.

삼성전기 등 MLCC 회사에서 '고신뢰성' 제품을 만든다는 이유가 여기에 있습니다.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 업계에서는 BaTiO₃에 '마법의 가루'를 넣으면서 온도 변화에도 영향을 덜 받는 방법을 연구 중입니다. 이 마법 가루의 정체는 바로 '희토류'입니다. 희토류를 얼만큼 넣느냐에 따라 신뢰성이 결정되기 때문에 각 MLCC 회사들은 이 레시피를 철저히 영업 비밀로 취급하고 있습니다. 다만 알맞은 희토류 종류·최적의 비율을 찾기 위한 수천·수만번의 실험이 각 회사 연구소에서 진행되고 있는 것으로만 알려집니다.

자동차 MLCC 분야에서 또 살펴봐야 하는 것이 정격전압입니다. MLCC 한개 칩이 받아들일 수 있는 최대의 전압을 '정격전압'이라고 하는데요.

스마트폰에서는 상대적으로 낮은 정격 전압이 적용된 MLCC가 쓰입니다. 한 개 배터리를 기반으로 안정적으로 전압 환경을 조성할 수 있어서입니다.

한 까다로움 하는 전장용 MLCC. 수명, 온도, 전압, 진동 모두 IT용 MLCC보다 까다롭습니다. 자료=삼성전기




반면 자동차용 MLCC는 정격전압이 높아야 합니다. 배터리는 물론 각종 전압을 가하는 장치들이 복잡하게 설치돼 전압 변동 폭이 상당히 크기 때문입니다. 이런 '오락가락하는' 변동폭을 품어줄 대인배스러운 고용량 MLCC가 필요합니다.

결국 세라믹의 용량을 높이려면 물리 법칙에 따라 각 층의 두께를 얇게 만드는 게 맞습니다. 그러나 쉽지 않습니다. 안정성 때문입니다. 자동차가 마주하는 혹한의 환경을 따졌을 때, 유전체의 내구성을 고려하면 한없이 얇게 만들지는 못하는 한계점에 봉착하는 거죠. 얇은 비닐일 수록 미세한 열로도 쉽게 구멍을 뚫을 수 있는 것처럼요.

그래서 자동차에는 기존 모바일 기기용 MLCC보다 다소 낮은 정전 용량을 가진 MLCC를 여러 개 연결해서 전류를 관리하는 방법을 택합니다. 자동차 안에 MLCC가 더 많이 필요해진다는 얘기니까 MLCC 업계에는 긍정적인 신호겠죠.

*TIP: IT 기기에는 정전용량이 마이크로패럿(uF) 단위 MLCC가 대세지만, 차량에서는 한 단계 작은 단위인 나노패럿(nF) MLCC가 주로 쓰입니다. 상대적으로 낮은 용량의 MLCC가 쓰인다는 얘기겠죠. (1000nF=1uF)

◇"실례지만…으데 전장 MLCC입니꺼?" "90%가 일본 MLCC입니다"

차량용 MLCC 시장 전망과 점유율. 차량용 MLCC 시장 성장 곡선을 주목할 만합니다. 이 분야 선두 국가는 일본입니다. 사진제공=삼성전기, KETI


MLCC 분야 최강자는 일본입니다. 일본의 무라타라는 회사가 MLCC 분야에서 세계 1위를 달리고 있는데요. 업계에 따르면 무라타는 MLCC의 사이즈, 정격전압, 정전용량에 따라 다른 2000가지 이상의 상품들을 가지고 있습니다. MLCC를 원하는 고객사들이 원하는 대로 상품을 준비해줄 수 있다는 말로도 요약됩니다.

세계 2위 삼성전기도 MLCC 호황에 힘입어 무라타를 쫓아 빠르게 추격하고 있습니다. 특히 전장용 MLCC 분야에서 다양한 기술을 축적해야 한다는 평가가 많습니다. 무라타 외 TDK, 타이요유덴 등 일본 기업의 이 분야 시장 점유율은 90%를 넘는다고 하죠. 삼성전기가 중국 천진 공장 등에서 차세대 MLCC 생산 역량을 차차 확보하고 있다고 하니 시장 경쟁력이 얼마나 빨리 늘릴 수 있을 지가 업계 관전 포인트입니다. 최근 150℃에서도 성능을 보장할 수 있는 고신뢰성 차량용 MLCC도 출시했다는 발표가 있었네요.

최근 삼성전기가 발표한 차량용 MLCC 13종. 22uF(마이크로패럿)부터 220nF(나노패럿·0.22uF)까지 다양한 차량용 MLCC 제품군을 내놓았습니다. 사진제공=삼성전기


MLCC 제조 외 MLCC 원재료 기술 개발도 일본이 잘합니다. 한 예로 우리나라 MLCC 업체들은 내부전극을 만들 때 쓰는 고운 니켈 가루 대다수를 일본에서 들여오는 것으로 알려져 있고요. MLCC의 신뢰성을 높이는 모래 가루를 만드는 노하우는 일본이 단연 선두입니다. 이 재료들을 국산화하는 방안도 적극적으로 논의돼야 한다는 게 업계 중론입니다.

다행히 2019년 일본 수출규제 이후 MLCC에 대한 국내 연구도 상당히 활발해졌다고 하죠. 삼성전기라는 큰 기업이 잘하고만 있을 줄 알았던 분야를 자세히 살펴보니 MLCC가 일본 전략용 물자에도 포함이 돼 있는데다 필수 소재 의존도까지 상당히 높다는 걸 인지하게 된 이후로요. 한국전자기술연구원(KETI) 등 연구소와 고려대·경상대 등 학계, 삼화콘덴서, 아모텍, 창성 등 민간 기업의 연구가 적극적으로 진행되고 있습니다.

한 예로 KETI 오철민 박사팀은 전장용 MLCC를 여러 개 연결해도 각종 차량 내 진동에 잘 견디는 모듈을 개발해 의미 있는 토종 연구 성과를 냈습니다.

공급망과 기술 패권이 이슈로 떠오르는 요즘. 산업의 쌀로서 중요도가 더욱 높아지는 MLCC 기술 연구가 ‘봄 여름 가을 겨울’ 내내 한국에서도 활발하길 바라며 기사 마무리합니다. 따뜻한 봄 보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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