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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주주만 유리"…동원산업 개미 소송 예고

이익 많아도 기업가치 낮게 책정

동원엔터 공시후 주가 14% 하락

잇단 논란에 금감원 정정 요구할수도





동원그룹 지주회사인 동원엔터프라이즈의 동원산업(006040) 합병으로 ‘합병비율 적절성’ 논란이 다시 도마 위에 올랐다. 회사 측은 자본시장법에 따라 규정대로 산출했다는 입장이지만 소액주주들은 합병 비율이 최대주주인 김남정 동원그룹 부회장에게만 유리하게 이뤄졌다며 반발하고 있다. 합병 계획이 소액주주의 이해관계를 충분히 반영하지 못했다고 본 것이다. 일반 주주들이 주주대표소송까지 예고하면서 합병 비율 논란은 쉽게 가라앉지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12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동원산업은 11일 14% 급락했으며, 이날 0.88% 반등하는 데 그치며 22만 9500원에 거래를 마쳤다.

주가 하락의 원인은 동원산업이 7일 동원엔터프라이즈를 흡수 합병한다는 공시였다. 현재 동원그룹은 동원엔터프라이즈가 동원산업과 동원F&B·동원시스템즈·동원건설산업을 자회사로 두고 동원산업이 동원로엑스·스타키스트를 거느리고 있다. 흡수 합병이 성사되면 합병 법인인 동원산업이 지주사가 되고 나머지는 자회사로 정리된다.

동원산업은 액면분할 후 합병하면서 동원산업과 동원엔터프라이즈의 합병 비율은 1 대 3.838553로 결의했다. 동원산업을 약 9000억 원대로 평가하고 동원엔터프라이즈를 2조 원 넘는 것으로 평가한 결과다. 동원산업의 주당 합병가액은 최근 주가를 가중평균해서 산정한 24만 8961원이다. 동원산업의 지난해 순이익이 1692억 원인 점을 고려하면 주가수익비율(PER)은 5.4배, 주가순자산비율(PBR)은 0.5배에 그치는 수준이다. 청산 가치(1배)에도 못 미치는 것이다.



반면 동원엔터프라이즈는 자산 가치와 수익 가치를 40% 대 60%의 비율로 산출했다. 이번 합병 비율 산정을 위해 매긴 자산 가치와 수익 가치는 각각 주당 19만 1311원, 19만 1009원. 최종 합병 가액 19만 1130원을 기준으로 기업 가치를 2조 2346억 원으로 평가했다. 별도 기준 순이익이 569억 원에 불과한 동원엔터프라이즈를 동원산업의 2.44배 가치로 본 것이다.

일반 주주들은 이 같은 합병 과정이 대주주인 김 부회장에게만 유리하다고 주장하고 있다. 합병 전 동원산업의 최대주주는 동원엔터프라이즈(지분율 62.7%)이며, 동원엔터프라이즈의 최대주주는 김 부회장(68.3%)이다. 현재 비율대로 합병한다면 지주사 격인 동원산업은 김 부회장(48.4%), 김재철 동원그룹 명예회장(17.4%), 자사주(20.3%) 등 대주주 우호 지분율이 총 86.1%에 달한다. 결국 오너 일가 지분율이 높은 동원엔터프라이즈의 가치를 높게 평가해 합병 신설 법인의 지분율을 높게 갖게 된다는 주장이다.

이 같은 합병안이 결정된 후 동원산업을 보유하고 있는 운용사들과 개인 투자자들이 공동으로 대응 방안을 논의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김규식 한국기업거버넌스포럼 회장은 “동원산업 자회사 스타키스트를 제대로 공정 가치 재평가하면 자산 가치가 지금의 3배도 넘는다”며 “자산 가치의 3분의 1밖에 안 되는 시가를 동원산업 이사회가 받아들인 점은 이해할 수 없는 부분”이라고 지적했다. 김 회장은 이어 “기업 가치와 주주 가치를 훼손하는 합병 비율을 검토조차 않은 동원산업 이사회에 주주대표소송을 제기하는 방안을 일반 주주들이 논의하고 있다”며 “소송에 필요한 지분은 확보했다”고 했다.

반면 동원산업 측은 자본시장법상 규정된 비상장 법인의 평가 방법을 쓴 것이기 때문에 문제될 게 없다는 입장이다. 동원산업의 한 관계자는 “유불리를 따지지 않고 시가로 평가해서 합병을 결정한 것”이라며 “동원산업의 주가에는 이미 스타키스트의 가치가 반영됐기 때문에 합병 비율에 문제가 없다”고 말했다.

시장 일각에서는 소액주주들의 반발에 합병 비율이 조정될 가능성도 있다고 본다. 앞서 OCI그룹 계열사인 삼광글라스도 상대적으로 낮은 시장가치를 합병가액으로 산정하면서 비슷한 논란이 일었다. 금융감독원은 증권 신고서의 정정을 요구했고, 결국 두 번의 조정 끝에 합병가액은 자산가치로 결정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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