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이 노동계에 유화적 메시지를 보내고 있다. 윤 당선인은 15일 한국노동조합총연맹을 방문해 “늘 한국노총 여러분의 친구가 되겠다고 말씀드렸다. 앞으로도 변함없는 친구로 남겠다”고 강조했다. 이어 노동의 가치가 제대로 존중받고 노동자가 당당한 사회를 만들겠다고 했다. 앞서 14일에는 이정식 전 한국노총 사무처장을 고용노동부 장관 후보자로 내정했다. 밀려오는 경제·안보 복합 위기를 극복하려면 노조의 협력이 필요하기 때문에 유화 제스처를 취했다고 볼 수 있다. 그러나 “성장 동력을 살리려면 과감한 노동 개혁이 필수적인데 윤 당선인이 그런 개혁 의지를 가졌는지 의문”이라는 우려의 목소리들이 나온다.
글로벌 정글 속에서 우리 경제가 살아남으려면 2% 선까지 추락한 잠재성장률을 끌어올려야 한다. 이를 위해 윤석열 정부는 강성 노조의 힘만 키운 문재인 정부의 실패를 되풀이하지 말고 강력한 구조 개혁을 추진해야 한다. 현 정부는 최저임금 과속 인상, 주 52시간제 강행 등 친노 정책으로 ‘기울어진 노사 운동장’을 만들었다. 과도한 최저임금 인상은 외려 최저임금도 받지 못하는 근로자들을 양산했다. 17일 한국경영자총협회에 따르면 급격히 오른 최저임금을 기업들이 감당하지 못해 지난해 법정 최저임금(시급 8720원)조차 받지 못한 근로자가 전체 근로자의 15.3%인 321만 5000명에 달했다.
이런데도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은 지난 5년 동안 ‘촛불 청구서’를 내밀며 무법 행태를 반복했고 문재인 정부는 수수방관하거나 소극적으로 대응했다. 강성 귀족 노조가 기득권을 지키는 데 집착할수록 그 피해는 비정규직과 청년들이 떠안게 된다. 윤 당선인은 노조의 불법행위를 엄단하는 등 법치주의 확립으로 노동 개혁 의지를 보여야 한다. 최근 서울 시내에서 불법 집회를 주도한 혐의를 받는 민주노총 관계자에 대한 엄정한 사법 처리가 개혁의 출발점이 돼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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