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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View&Insight]'퍼펙트스톰' 닥쳤는데…민생은 팽개치고 정치는 정쟁만

대선 최우선과제 민생 강조했지만

尹, 대선공약 줄줄이 미루고 철회

민주는 지선 의식 검수완박 올인

인플레·우크라戰에 경제상황 엄중

尹·민주, 직접 만나 협상 물꼬 터야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이 21일 전남 광양제철소를 방문해 김학동 포스코 부회장으로부터 설명을 듣고 있다. 광양=인수위 사진기자단






정치의 실종으로 대한민국이 멈출 위기에 서 있다. 더불어민주당은 ‘위장 탈당’까지 감행하며 이른바 ‘검수완박(검찰 수사권 완전 박탈)’의 가속페달을 밟고 있다.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은 최측근 한동훈 검사장을 법무부 장관에 지명해 강 대 강 대치의 긴장감은 더욱 높아졌다.

무리라는 것을 알면서도 민주당은 6·1 지방선거를 앞두고 지지층 결집을 위해 검찰 수사권 분리 법안을 밀어붙이고 있다. 지지층의 압력은 민주당의 리더십 공백을 비집고 들어가 이성을 마비시킨 상태다.

대선 기간의 협치 약속은 잊은 지 오래다. 1987년 민주화 이후 대통령 당선인과 야당이 회동 한번 없었던 경우는 이번이 처음이다. ‘협치’를 시도해보지도 않고 대선 제2라운드에 빠져들어 가고 있는 것이다.

이대로면 민주당은 법안을 처리하고 검찰은 집단 사표로 맞서고 다시 민주당은 주요 내각 후보들을 낙마시키기 위해 강경 노선을 고수할 것이 눈에 뻔하다. 심지어 한덕수 국무총리 임명 동의안까지 부결되면 대한민국 시스템은 사실상 마비 상태에 이를 수 있다. 이 같은 정치의 실종에 민생은 없고, 대선 기간 양당이 제시했던 장밋빛 청사진은 ‘말의 성찬’으로 끝날 상황이다.

국민은 ‘못살겠다’ 아우성이지만 민생은 ‘들러리’로 전락했다. 대선 이후에는 코로나19로 극심한 피해를 본 소상공인과 자영업자에 대한 피해 구제가 마련될 줄 알았지만 감감무소식이다. 부동산 종합 정책은 새 정부 출범 이후로 미뤄졌다.

여야 후보가 경쟁하듯 내걸었던 100조 원 규모의 코로나19 피해 구제 재원 마련 대책도 구체화하지 못하고 있다. 윤 당선인과 국민의힘만의 문제도 아니다. 민주당은 선거 때와 달리 코로나19 지원에 갑작스럽게 소극적으로 변했다. 생경한 ‘검수완박’에 잇따라 꼼수를 이어가며 하루가 멀다 하고 무리수를 두고 있다. 대선 기간 내내 나라 안팎의 경제 현실이 간단하지 않다며 총체적 위기, 즉 ‘퍼펙트스톰’에 대비해야 한다는 여론에 눈감고 서로 ‘말’만 했다는 얘기다.

경제지표를 보면 경고음을 넘어 위기의 징후는 확연해지고 있다. 4월 들어 20일까지 수출액이 전년 동기 대비 17% 증가했지만 글로벌 공급망 차질과 우크라이나 사태 등에 따른 에너지 가격 급등의 영향으로 같은 기간 수입액은 25% 이상 늘었다. 그 결과 무역수지는 52억 달러의 적자를 기록했다. 이대로 4월 집계가 끝나면 월 기준 사상 최대 규모의 무역 적자를 기록할 것으로 전망된다.



나라 살림은 더욱 어려워지고 있다. 현 정부 내내 확장 재정으로 국가 채무는 지난달 1000조 원을 돌파했다. 가계 살림살이는 더욱 팍팍해지고 있다. 국제통화기금(IMF)은 최근 한국의 소비자물가 상승률 전망치를 3.1%에서 4.0%로 0.9%포인트 올려 발표했다. 미국 금리 인상에 편승해 한국은행도 금리 인상을 이어가고 있다. 물가 압력에 대출 이자 부담까지 더해지는 구조다.

이런 형편에 대외 경제 사정은 국내 경제의 충격파를 키울 요소로 가득하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여파는 이미 국내 금융·실물을 흔들기 시작했다. 대외 의존도가 높은 한국 경제의 앞날을 더욱 어둡게 하고 있다. IMF는 한국의 올해 성장률이 2.5%까지 추락할 수 있다고 전망했다. 성장률 하락에도 불구하고 소비자물가가 상승하는 스태그플레이션 경고인 셈이다.

정치권도 경제지표의 악화를 모르지 않는다. 위기 징후를 포착하고 이재명 전 민주당 대선 후보는 선거 기간 ‘위기에 강한 경제 대통령’을 슬로건으로 내세웠다. 윤 당선인도 최근 “우리 경제의 복합 위기 징후가 뚜렷하다”는 인식을 내비쳤다. 그런데도 전략과 실행은 안 보인다. 윤 당선인이 밝힌 대로 재정과 통화·금융 등 정책 수단이 서로 충돌할 수밖에 없는 복합 위기에 놓여 있다.

이 정도 수준이면 윤 당선인과 새로운 제1야당이 머리를 맞대야 했지만 갈등의 골은 더욱 심화하고 있다. 윤 당선인은 당선 직후 민생보다 대통령 집무실(청와대) 이전을 꺼내 들었다. 취임이 20여 일 앞으로 다가왔지만 대통령 관저는 확정되지도 않았다. 대통령이 ‘잠잘 곳’도 정해지지 않은 사이 정호영 보건복지부 장관 후보자를 비롯한 내각 인사는 새 정부 비전을 잠식시키고 있다. 더욱이 후보자 자격을 놓고 논란들이 커지면서 새 정부 출범도 전에 윤석열 정부의 많은 비전들이 잠식돼 버렸다.

민주당은 더 심각하다. 대선 패배 직후 쇄신을 외치는가 싶더니 검수완박에 올인했다. 서울시장 후보 공천을 두고는 계파 갈등까지 벌이고 있다.

지금이라도 윤 당선인과 민주당은 직접 만나 정치 협상의 물꼬를 터야 한다. 검찰수사권 분리 문제를 비롯해 코로나19 피해 보상, 여성가족부 폐지, 국무총리 임명 동의안, 한 장관 후보자 지명도 의제에 올려 진짜 정치를 해야 한다. 감당할 수 없는 해일이 밀려오는데 여야 모두 조개나 줍고 있을 여유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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