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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명] 전쟁 앞에서도 '검수완박'이 우선인가

손철 시그널부장

우크라사태·공급난에 고물가·저성장

복합 위기인데 '검수완박' 입법 폭주

정쟁에만 매몰땐 경제 백척간두 처해

지금 가장 중요한게 뭔지 되돌아봐야





인수합병(M&A)은 기업 생존과 성장의 최고 전략 중 하나로 꼽힌다. 그런 M&A가 글로벌 시장에서 올 1분기에 20% 넘게 1년 전보다 감소했다. 돈이 오간 규모로는 2500억 달러(약 300조 원)가량 증발했으니 세계경제에 적지 않은 마이너스 요인이 됐다. 국제 유가 급등과 글로벌공급망(GVC) 와해로 인플레이션(지속적 물가 상승)이 기승을 부리고 이에 따라 금리 인상이 예고돼 어느 정도 예상된 일이었지만 기업 활동의 움츠림은 훨씬 컸다. 대선까지 앞두고 있던 한국은 1분기에 M&A 거래 규모가 전년 동기 대비 30% 가까이 급감했다는 조사 결과가 있다.

국내 자본 시장에 전쟁의 포성이 울린 것은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2월 24일 이전부터였다. 코스피지수는 올 1월 하순 13개월 만에 2700선이 무너졌다. 기업들의 신규 상장과 회사채 발행은 2월 초부터 얼어붙어 자금 조달의 험난함은 전시 체제가 된 지 오래다.

글로벌 인플레이션 공포를 한층 부추긴 우크라이나 전쟁은 진행형이다. 우크라이나의 격렬한 항쟁과 서방의 강력한 제재 속에 사상 최악의 악당으로 낙인찍힌 블라디미르 푸틴은 핵전쟁의 망령조차 꺼내기를 주저하지 않고 있다. 러시아가 우크라이나에서 자행한 집단 학살과 푸틴의 전범 재판 가능성을 고려할 때 휴전이 이뤄지더라도 국제사회의 대(對)러 제재는 상당 기간 지속이 불가피하고 후폭풍도 엄청날 것이 명약관화하다.

2년 동안 막대한 인명과 재산 피해를 가져온 코로나19 사태가 끝난 것은 더욱 아니다. 암흑의 터널이 끝나가고 마침내 빛이 보이는 상황이지만 코로나19의 재확산이나 또 다른 전염병의 창궐을 우려하는 전문가들의 경고음은 여전히 울림이 크다. 코로나19에 시달리며 몸과 마음이 피폐해진 서민들의 삶은 물가 폭등과 증시 침체 등으로 매일이 전쟁 그 자체다.



삼척동자도 알고 있는 작금의 위기를 길게 늘어놓는 것은 더불어민주당이 추진하고 있는 ‘검수완박(검찰 수사권 완전 박탈)’의 문제점을 따지기 전에 도대체 “뭣이 중하냐”는 물음이 답답함을 넘어 어이가 없을 만큼 치솟기 때문이다. 전시인 우크라이나의 처지와 비교하며 국회의 입법 활동을 폄하할 필요는 없지만 검수완박이 블랙홀처럼 정치와 정책을 송두리째 빨아들일 만큼 시급하고 중차대한 일인지 국민은 이해하지 못한다.

민주당은 검수완박을 당론으로 정한 이달 12일 이전부터 보름 동안 대선 내내 자영업·소상공인 등에게 약속했던 코로나19 피해 보상을 위한 추경 편성에 성의는커녕 관심도 보이지 않는 실정이다. 미국을 비롯한 국제사회가 우크라이나 지원과 러시아 제재에 총력전을 펼치고 있지만 청와대는 임기 내 최대 국정 현안으로 ‘검수완박’만 챙기는 인상으로 외신들의 입방아에 오르내리고 있다.

20일이 채 남지 않은 집권 여당이라지만 소비자물가가 10년 만에 4.1%로 급등해 서민이 힘들어하고 다음 달 미국이 대폭적인 기준금리 인상을 예고해 기업이 얼어 있는 비상 시국을 외면하고 ‘검수완박’에만 올인하는 것은 직무 유기다. 당장 국민 삶에 별 영향이 없어 논의도 성숙하지 못한 검수완박에 민주당이 대선 패배 이후 갑작스럽게 목을 매다는 형국도 입법의 배경이라고 떠드는 ‘정의와 공정’과는 거리가 멀다.

특히 입법 폭주를 위해 ‘기획 탈당’이라는 꼼수까지 동원해가며 불신의 정치를 더욱 우스꽝스럽게 추락시킨 선봉장이 초선 의원들이라는 것도 기막힌 일이다. 여론조사에서 절반 넘는 국민이 검수완박에 반대하고 가장 많은 이유가 “특정 정당이 자신의 이익을 위해 추진하는 정책이어서”라고 답한 대목을 민주당은 뼈아프게 성찰해야 한다.

전쟁 이상의 복합 위기가 닥쳤는데 여당과 정부가 한낱 정쟁거리에 휘둘린다면 나라 경제와 국가 안보는 백척간두의 위태로움을 면할 수 없다. 지금 가장 중요한 일이 무엇인지 판단하지 못하면 민주당의 미래는 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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