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0년간 보존 중심 정책으로 인해 낙후됐던 서울 도심이 빌딩숲과 나무숲이 공존하는 ‘녹지생태도심’으로 재탄생한다. 서울시는 대표적인 낙후 도심인 세운재정비촉진지구(세운지구) 재정비를 시작으로 녹지생태도심 조성을 본격화할 계획이다. 또 박원순 전 시장 때 1000억 원을 들여 조성된 공중보행로도 철거할 예정이다.
오세훈 서울시장은 21일 종로구 세운지구 일대를 방문한 자리에서 이 같은 내용의 ‘녹지생태도심 재창조 전략’을 발표했다. 오 시장은 “미국 뉴욕 맨해튼이나 일본 도쿄처럼 도심의 녹지 공간에서 휴식을 취하며 여가 활동을 하고 15~20분 거리에서 모든 라이프스타일이 가능하도록 할 것”이라고 말했다. 수도 서울의 상징적인 공간이지만 오랜 기간 성장이 정체된 도심을 고밀·복합개발하는 동시에 녹지 공간을 확보해 활력을 불어넣겠다는 취지다. 이는 지난달 서울시가 발표한 ‘2040 서울도시기본계획’과도 일맥상통한다.
이를 위해 도심에 대한 ‘90m 이하’ 높이 규제와 ‘600% 이하’ 용적률 상한 규제를 과감하게 완화한다. 규제를 풀어준 대신 받은 공공기여분을 공원과 녹지로 조성해 도심 전체를 녹지로 연결한다. 이로써 현재 3.7%에 불과한 녹지율을 15% 이상으로 4배 이상 끌어올린다는 계획이다. 오 시장은 “높이 제한을 풀고 용적률을 높이고 건폐율을 낮추면 엄청난 면적이 시민에게 돌아갈 수 있게 된다”고 말했다.
서울시는 지역별 특성에 따라 △아직 재개발이 이뤄지지 않은 ‘신규 정비구역’ △이미 개발이 끝난 ‘기시행 정비구역’ △한옥밀집지역이나 인사동·명동 등 ‘특성관리구역’ 등 3개 구역으로 나눠 녹지 공간을 확보한다. 신규 정비구역의 경우 고밀·복합개발과 대규모 녹지 확보가 가능한 만큼 건축 규제 완화와 녹지 공간 확보 전략을 각각 마련해 민간 재개발을 추진할 방침이다.
대표적인 신규 정비구역으로는 44만㎡에 달하는 세운지구가 꼽힌다. 세운지구는 30년 이상 된 노후 건축물 비율이 94%에 달하고 화재에 취약한 목조 건축물이 절반 이상이다. 오 시장이 지난 재임 시절 세운지구 통개발 계획을 세웠으나 박원순 전 시장이 2014년 폐기하고 171개 구역으로 쪼개면서 이 중 사업이 추진되지 않고 있는 147개 지역은 일몰제 적용으로 정비구역 해제를 앞두고 있다. 오 시장은 지난해 11월 서울시의회 시정질문에서 “세운지구를 보면 피를 토하고 싶은 심정”이라고 언급하기도 했다.
오 시장은 세운상가에 녹지축을 단계적으로 조성한다는 구상을 밝혔다. 정비사업 과정에서 상가군을 매입해 서울시에 기부채납하면 그 공간을 녹지로 만드는 것이다. 블록별 공원을 조성하고 건물별로 각각 조성됐던 개방 공간을 공원과 연결될 수 있는 위치에 배치한다. 또 지하공간을 통합 개발해 지상 차량 진출입로를 최소화하고 도로는 필수 구간만 남기고 선형녹지로 조성한다. 이렇게 되면 북악산에서 종묘·남산을 거쳐 한강으로 이어지는 약 14만㎡의 녹지축이 조성되는데 이는 연트럴파크(경의선 숲길공원. 3만 4200㎡)의 4배 크기다.
박 전 시장 시절에 1000억 원을 투입해 조성된 공중보행로와 관련해서도 오 시장은 “오늘 발표한 계획을 실현하려면 공중보행로가 대못이 될 수밖에 없다. 대못은 뽑아야 한다”며 철거 의지를 밝혔다. 다만 세운지구 재개발이 완료될 때까지 10년가량 소요될 것으로 전망되는 만큼 그 기간은 공중보행로를 유지한다는 방침이다.
서울시는 녹지생태도심 재창조 전략을 바탕으로 올 하반기까지 공론화 및 의견 수렴 과정을 거쳐 상위 계획인 ‘서울도심기본계획’과 ‘도시 및 주거 환경정비 기본계획’을 재정비하고 내년 하반기부터 구역별 정비사업이 본격 추진될 수 있도록 할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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