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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반도24시] 남북정상 친서의 은밀한 세계

■남성욱 고려대 통일외교학부 교수·전 국가안보전략연구원장

남북, 비선 통해 50년간 관계 유지

물밑 친서로 정상회담 등 막후 협상

대부분 南이 먼저 보내고 北이 응답

北, 한미 갈라치기 위해 친서 활용도





남북 관계는 물 위와 물밑으로 나뉜다. 물 위의 관계는 통일부 담당이며 당국 간 회담이나 대북 지원 등이 해당된다. 남북 관계는 눈에 보이는 것이 전부가 아니다. 비선에 의해 움직이는 물밑의 관계가 핵심이다. 남북 관계는 1972년 7·4 남북공동성명 이후 50년 동안 은밀한 물밑 관계를 유지해왔다. 1994년 7월 김일성 사망 직전까지 YS의 남북정상회담 추진, 2000년 DJ의 최초의 남북정상회담 성사와 이후 노무현·문재인 정부까지 다섯 차례의 남북정상회담은 특사 등 비선이 움직인 막후 협상의 결과다. 은밀한 거래와 ‘밀당’ 등은 특급 비밀이며 정상의 친서로 협상을 보증한다. 간혹 현 국정원장의 사례처럼 사후에 불법 대북 송금 등으로 재판을 받으면서 전후 내막이 알려진 경우는 드물다.

비선의 남북 관계가 다른 국가 간 외교 관계와 다른 점은 은밀성이다. 통상적으로 일반 외교는 합법성의 견지에서 국익을 교환한다. 비공개 거래를 할 필요성도, 당위성도 크게 없다. 협상은 외교 의전대로 진행한다. 서울·평양 간의 관계는 특수하다. 언어가 동일하고 협상 관련자의 친인척을 추적하면 남북한에 모두 연고가 있다. 현금 지원도 매력적인 유인 수단이다. 3~4 개의 남북한 핫라인으로 실시간 소통도 가능하다. 야밤의 판문점 긴급 접촉도 서울에서 2시간이면 성사된다. 청와대와 주석궁 간에 ‘누이 좋고 매부 좋은’ 거래가 진행된다. 중국과 동남아 등 제3국 접촉도 전광석화처럼 이뤄진다. 경제적 지원에 목말라하는 평양 주석궁과 통일과 평화 대통령을 갈구하는 서울 청와대의 이해가 맞으면 정상회담도 대선 두 달 전에 가능하다. 평양의 종신 지도자는 5년 임기의 남측 대통령을 주무르며 대화를 갈망하는 청와대의 친서를 유도한다. 대화를 원하면 친서를 보내라는 메시지다. 남북 정상의 친서는 대부분 남측에서 먼저 보내고 북한이 응답한다. 상황이 특수한 경우에는 남측에서 친서 초안을 평양에 보내 이런 내용으로 보내달라고 요청한다. 외부에서는 이해할 수 없는 빅딜이 성사된다. 자연스럽게 주종의 남북 관계가 형성된다.



2016년 이후 세 차례의 핵실험과 탄도미사일 발사 이후 채택된 유엔 대북제재안은 물밑 거래를 어렵게 만들었다. 문재인 정부 내내 지속된 김정은의 대남 독설은 청와대의 대북 지원이 ‘푼돈 수준’으로 통 크게 이뤄지지 못한 데 대한 불만의 표시였다. 채무자 신세에 몰렸던 청와대는 임기 한 달을 앞두고 부도 처리는 하지 않는다는 평양의 14번째 친서를 받고 한숨을 돌렸다.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과 친서 외교로 재미를 봤던 김정은은 친서 교환이 밑지는 장사가 아니라는 입장이다. 친서는 민족 공조로 한미 동맹을 갈라치기할 수 있는 카드다. 문 대통령은 친서에서 “북미대화가 조속히 재개되기를 희망한다”고 했다. 남한 전현직 대통령의 갈라치기 전술이다. 김정은은 친서에서 “문 대통령을 잊지 않고 퇴임 후에도 변함없이 존경할 것”이라고 밝혔다. 북한은 자신들과 손잡은 세력은 특별 관리한다는 통일전선전술의 동조자 포섭 전략을 구사해왔다.

문 대통령은 판문점 도보다리 밀담 등 비하인드 스토리를 밝히지 않고 청와대를 떠날 것이다. 청와대 안보실장이 당선인에게 얼마나 구체적으로 채권 채무를 인계 인수했는지는 미지수다. 전후 맥락을 알 수 없는 상황에서 곧 한반도에 다시 탄도미사일이 발사되고 핵실험의 요란한 소음이 진동할 것이다. 새 정부의 외교안보 라인은 북한의 모호한 도발 의도를 파악하는 데 에너지를 소모할 것이다. 평양은 용산의 새 정부를 압박하며 남북 관계 경색의 책임을 돌릴 것이다. 문 대통령 시대 김정은의 마지막 친서는 새 정부 역시 문재인 정부의 전철을 따르지 않을 경우 후과가 있을 것이라는 5년 대남 관계의 예고편이다. 북의 친서와 도발에 대응하는 윤석열 정부의 화전양면 카드는 무엇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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