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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에 당당하고 한미동맹 굳건히…북핵 해법은 일관된 제재뿐” [청론직설]

◆이준규 아산정책연구원 이사장

한미 ‘가치동맹’ 강화하고 북핵 CVID 목표 공조해야

한일 관계 개선 위해 새 정부 초기 6개월이 매우 중요

중국과 인접한 한국, ‘우크라 전쟁’ 타산지석 삼아야

인도는 중국 추월 가능한 국가, ‘5강 외교’ 추진 필요

이준규 아산정책연구원 이사장이 27일 서울경제와의 인터뷰에서 “북핵 해결은 흔들림 없는 원칙과 일관성 있는 제재가 유지돼야 가능하다”고 말하고 있다. /권욱 기자




5월 10일 출범하는 윤석열 정부는 외교·안보 분야에서 퍼펙트스톰(초대형 복합 위기)에 직면해 있다. 북한의 잇단 도발, 중국의 패권 지향, 최악의 한일 관계,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등 어느 것 하나 엄중하지 않은 사안이 없다. 이준규 아산정책연구원 이사장은 27일 서울경제와의 인터뷰에서 “세계 최강대국인 미국이 동맹국이라는 것은 우리에게 큰 외교적 자산”이라며 ‘가치 동맹’으로 발전시켜나가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이 이사장은 “북핵의 완전하고 검증 가능하며 불가역적인(CVID) 폐기를 위한 한미 공조를 더욱 강화할 필요가 있다”면서 “북핵 해결은 흔들림 없는 원칙과 일관성 있는 제재가 유지돼야 가능하다”고 밝혔다. 주일 대사와 외교안보연구원장을 지낸 이 이사장은 한일 관계 개선 방안에 대해 “신뢰 회복을 위해 새 대통령의 진심을 보일 필요가 있다”면서 “정권 초 6개월 안에 실마리를 풀 수 있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윤석열 정부가 곧 출범한다. 외교 전문가로서 당부하고 싶은 말은.

△어느 나라든 정권 교체기에 새 정부의 외교 정책 방향이 확실하지 않을 경우 국제사회가 우려하게 된다. 문재인 정부의 외교가 실패로 규정되는 이유는 여러 가지가 있다. 북한 편향과 중국에 대한 굴종의 모습을 보이면서 한미 동맹의 중요성을 강조하는 등 방향성이 일정하지 않은 데서 기인한 바가 크다. 새 정부는 출범과 동시에 외교 정책의 방향을 명확히 해야 할 것이다.

-한미 동맹을 강화하려면 어떻게 해야 하는가.

△세계 최강대국인 미국이 동맹국이라는 것은 우리에게 큰 외교적 자산이므로 이를 소중히 잘 관리하고 적극적으로 활용할 필요가 있다. 윤석열 정부는 이미 대선 공약에서 한미 동맹을 재건하고 ‘포괄적 전략 동맹’을 강화하겠다고 했기 때문에 미국도 이에 적극 호응할 자세가 돼 있다고 본다. 그동안 축소되거나 위축됐던 한미 연합 훈련 등 군사·안보 측면의 정상화를 시급히 이뤄야 할 것이다. 한미 동맹을 단순한 군사 동맹에서 더 나아가 다양한 분야의 가치를 공유하는 ‘가치 동맹’으로 발전시켜나가는 것이 바람직하다. 최근 중요성이 부각되고 있는 경제 안보 분야의 협력도 강화해야 한다.

-새 정부의 바람직한 북한 비핵화 정책 방향은.

△선거 공약에서 제시한 ‘원칙과 일관성이 있는 대북 비핵화 협상’이 바른 방향이라고 본다. 북한의 완전한 비핵화 전까지 국제적 대북 제재를 유지한다는 원칙 아래 완전한 비핵화 이전이라도 실질적 비핵화 조치가 있을 때 제한된 범위에서 대북 경제 지원의 여지를 보여줘야 한다. 대북 제재든 경제 지원이든 북한이 핵을 포기하는 것이 결국 김정은 정권의 존립에 유리하다는 점을 깨닫게 하는 데 궁극적 목적이 있다. 결국 원칙과 일관성을 지키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

이준규 아산정책연구원 이사장. /권욱 기자


-북한의 잇단 도발을 억지하는 방안은.

△우리 스스로 북한의 도발을 응징할 역량을 키워나가면서 미국과 긴밀히 협력해 대북 도발 억지력을 증대하는 것이 최선의 방책이다. 우리가 독자적으로 사드를 배치하는 것도 가능할 것이다. 실현 가능성은 크지 않겠지만 협의 과정에서 미군 전술핵 재배치나 한국의 독자적 핵무장 같은 옵션도 테이블에 올리는 것을 검토해볼 수 있다고 생각한다.

-최근 필립 골드버그 주한 미국 대사 지명자가 북핵 문제 해법으로 CVID를 언급했는데.

△미국은 북핵 문제에서 CVID라는 목표를 포기하거나 수정한 적이 없다. 다만 북한이 이 용어에 큰 거부감을 가져 사용을 자제해왔을 뿐이다. 골드버그 대사 지명자가 이 용어를 쓴 것은 도널드 트럼프 정부 시절보다 더 강경해진 조 바이든 정부의 대북 정책 기조를 반영한 것으로 볼 수 있다. 한미 양국은 긴밀한 협력을 통해 궁극적 목표 달성을 위한 의지를 재확인하고 현 시점에서 타당성 있는 협상 로드맵을 만들어야 한다.

-북한이 스스로 핵을 포기할까.

△북한이 핵을 스스로 포기하지 않을 것이라는 점은 자명해졌다. 북한 정권의 생존을 위한 유일한 생명줄이 핵이라고 믿기 때문이다. 물리적으로 북한 핵을 제거하는 옵션은 현재 현실성이 없으므로 북한에 핵 포기가 가장 현명한 선택이라는 점을 깨닫게 해주는 방법밖에 없다. 국제적 대북 제재를 철저히 유지하면서도 핵 포기 시 제공될 수 있는 당근을 거론하면서 북한을 끈질기게 설득해나가야 한다. 북한이 어떤 노력을 하더라도 대북 제재의 벽을 허물 수 없다는 점을 깨달을 수 있도록 만드는 게 중요하다. 윤석열 정부는 미국은 물론 일본·중국·러시아 등과도 북핵 문제에 관해 긴밀한 협조 관계를 구축해나가야 한다.

-문재인 정부는 한반도 평화 프로세스 정책을 실패로 규정할 수 없다고 주장한다.

△실패가 아니라고 주장하려면 한반도 평화 프로세스 정책으로 이룬 성과가 무엇인지 내놓아야 한다. 문재인 정부는 한반도에서 전쟁이 일어나지 않았다는 것 말고 무엇을 내세울 수 있겠는가. 싱가포르와 하노이에서의 미북정상회담, 판문점과 평양에서의 남북정상회담 등 화려한 쇼는 있었지만 결과는 북한의 계속되는 도발과 핵 역량 강화 아니었나. 더구나 지금은 북한과의 대화도 단절돼 무엇을 어떻게 해볼 여지조차 없는 형편이다. 현 정부는 나름 계획과 의욕을 가지고 그럴듯한 이름의 대북 정책을 추진했으나 김정은 정권의 속성과 의도를 제대로 파악하지 못하고 북한에 휘둘리며 끌려다니다 5년을 허비하고 말았다.



이준규 아산정책연구원 이사장./권욱 기자


-새 정부는 중국과의 관계를 어떻게 풀어가야 하는가.

△문재인 정부가 임기 내내 보여준 중국에 대한 저자세 외교를 탈피해야 한다. 그 대신 중국에도 존중받고 양국이 윈윈을 도모할 수 있는 외교를 해야 한다. 우리가 당당하게 나간다고 해서 대중 관계에서 우리 이익이 크게 침해되는 일은 없을 것이다. 미국 미사일 방어 체계 불참 등 ‘3불(不) 정책’ 논란과 관련해 중국과 그런 약속을 한 적이 없다는 게 우리 정부의 공식 입장이므로 명시적 파기 선언으로 중국을 자극할 필요는 없다. 하지만 사드 추가 배치 등 실질적 행동을 통해 우리가 그것에 구애되지 않는다는 점을 보여주면 될 것이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이 주는 교훈은.

△우리가 주목해야 할 점은 제국주의적 속성을 지닌 강대국과 이웃한 작은 나라의 숙명이라는 측면이다. 우크라이나가 러시아의 요구에 따라 적당히 타협했다면 침공은 면했을지라도 러시아의 영향력 아래로 들어가 굴종적 위치에 설 수밖에 없었을 것이다. 중국과 인접한 우리의 지정학적 위치가 우크라이나와 매우 비슷하기 때문에 이번 우크라이나 사태를 타산지석으로 삼아야 할 것이다. 러시아 침공 시 즉각 달려가 함께 싸워줄 동맹국이 있었다면 상황은 많이 달랐을 것이다. 스스로 우리를 지킬 수 있는 국방력과 국력을 키우는 일은 대단히 중요하다. 이와 함께 우리 국력이 아무리 강해져도 초강대국과 나 홀로 맞서는 것은 매우 위험하다는 점을 깨달아야 한다.

-최악의 한일 관계를 개선하기 위한 방안은.

△여러 문제가 있지만 한일 양국 간의 신뢰가 바닥으로 떨어졌다는 것이 가장 큰 문제다. 우선 한국의 새 대통령이나 정부가 일본과의 관계 개선 희망이 진심이라는 것을 보여줄 필요가 있다. 특히 정권 초기 양국 정상 간의 신뢰 관계 구축이 매우 중요하다. 어떻게 해서든 조기에 한일 정상회담을 개최하도록 하고 첫 만남에서 양국 관계 발전의 토대를 마련해야 한다. 한일 관계 개선의 동력이 살아 있을 정권 초 6개월 안에 문제를 해결할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할 것이다.

-미래 지향적인 한일 관계로 전환하는 게 가능한가.

△과거사 문제를 양측이 모두 만족스럽게 해결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결국은 적당한 선에서 타협하고 미래 지향적 협력을 해나갈 수밖에 없다. 이를 위해 우리 내부의 반대나 분열이 극단으로 흐르지 않도록 세심히 관리할 필요가 있다. 과거사 문제에 대해 당당한 자세를 취해나가되 일본이 스스로 해결해야 하는 숙제로 남겨놓는 것이 가장 바람직하다. 한일 관계 전반에서 미래의 공동 번영을 위한 협력의 도도한 흐름이 형성되도록 하는 것이다. 늘 피해자가 가해자에게 반성과 보상을 요구해왔는데 이제 피해자인 우리가 큰 아량으로 가해자를 용서하는 것이 어떤가 하는 일부의 주장도 경청할 가치가 있다고 본다.

이준규 아산정책연구원 이사장./권욱 기자


-우리 외교가 지나치게 4강국에 편중됐다는 지적이 있다.

△우리의 지정학적 위치로 볼 때 외교의 중심이 4강에 치중되는 것은 어쩔 수 없는 측면이 있다. 그러나 다른 지역이나 나라들과 좋은 관계를 유지·발전시켜나가는 것도 매우 중요하다. 특히 떠오르는 대국인 인도와의 관계를 ‘5강 외교’ 수준으로 강화할 필요가 있다. 인도의 경제 성장률은 중국을 계속 앞서고 있다. 경제적으로 미국을 추월할 수 있는 유일한 나라가 중국이라면 그 중국을 따라잡을 수 있는 유일한 나라가 바로 인도다.

-새 정부가 외교 분야에서 바로잡아야 할 부분이 있다면.

△문재인 정부에서 전문성 없는 정치인 출신 인사들을 무분별하게 대사로 임명해 외교 관계를 해친 경우들이 있었는데 앞으로는 이런 일이 없어야 한다. 아울러 대통령이 매년 3~4개국을 방문하게 되는데 우리 외교가 이 나라들에 집중되는 것이 큰 문제다. 대통령이 직접 모든 나라에 신경을 쓸 수 없다면 외교부가 총리나 다른 장관 등 가용한 인적 자원을 모두 동원해 외교 다변화 노력을 펼 수 있도록 힘을 실어줘야 한다.

◆He is…

1954년 충남 공주에서 태어나 경기고와 서울대 법대를 졸업했다. 외무고시에 합격한 뒤 주유엔 2등 서기관, 통상1과장, 주일본 참사관, 주중국 공사 참사관 등을 거쳐 주뉴질랜드 대사, 외교안보연구원 원장, 주인도 대사, 주일 대사를 지냈다. 40년간의 외교관 생활을 마친 뒤 2020년 전현직 외교관들로 구성된 한국외교협회 회장을 맡았다. 올해 3월 말에는 아산정책연구원 이사장에 취임해 외교 안보 분야 민간 싱크탱크의 위상을 높이는 방안을 모색하고 있다.

이준규 아산정책연구원 이사장. /권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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