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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주산업 개발단계부터 민간 허용…"계약사업 늘려 수익 보장해야"

[대한민국 신성장전략: 담대한 도전-우주에서 길을 찾다]

<2> 뉴스페이스 시대-민관 협업모델 절실

정부 주도 R&D방식, 경쟁력 한계

관료화 심해지고 원가 보장 안돼

공공수요 명확히 제시해 기업 유인

"법 개정안 국회 조속 처리" 목소리

경남 사천 KAI 우주센터에서 차세대 중형 위성2호가 태양전지판, 전자 광학 카메라 등의 위성 기능 시험을 진행하고 있다. 사진 제공=KAI




세계 10대 우주 발사체 기술 확보국으로 급부상한 우리나라의 우주산업 모델이 한계에 봉착했다. 조선·철강 등 다른 주력 산업처럼 우주 분야에서도 정부 주도형 개발 모델이 효과를 보는 듯했지만 최근 우주산업이 민간 주도로 재편되면서 선진국과 우리나라의 경쟁력 격차가 벌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우리나라가 우주 강국으로 도약하려면 주요 개발 단계부터 기업 참여를 허용하고 연구개발(R&D) 위주의 정부 사업 방식을 계약 사업 등으로 확대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우리나라는 1980년대 후반 국산 위성 개발에 착수한 뒤로 정부가 우주산업을 주도해왔다. 우주개발 중장기 기본 계획에 중점 과제를 담고 정부가 인공위성과 우주 발사체 개발 등 출연 기관에 임무를 부여하는 방식이었다. 그 결과 1992년 우리나라 최초의 인공위성인 ‘우리별 1호’를 쏘아 올렸고 2013년 최초의 우주 발사체 ‘나로호’ 발사에 성공한 뒤 지난해에는 한국형 우주 발사체 ‘누리호’ 첫 발사 시도까지 이뤄졌다. 남미 칠레에서 우리나라가 세계 최대 ‘거대 마젤란 망원경’ 개발을 주도하는 등 국가 간 협력에서도 성과를 냈다. 모두 한국과학기술원(KAIST)·한국항공우주연구원·한국천문연구원 등 정부 출연 연구기관들이 주도한 결과물이다.

하지만 이러한 정부 중심의 우주개발 모델이 이제는 ‘올드스페이스(Old Space)’에서 ‘뉴스페이스(New Space)’로의 전환을 가로막는 장애물로 취급받고 있다. 미국의 스페이스X와 블루오리진, 영국의 버진갤럭틱으로 대표되는 우주 기업들이 재사용 로켓 개발, 우주여행, 위성 초고속 인터넷 구축을 선도하며 패러다임 전환에 열을 올리는 상황임에도 우리나라는 여전히 국책 연구 사업 위주 전략을 고수하고 있기 때문이다.

전문가들은 과학기술정보통신부가 우주 사업에 일일이 개입하면서 관련 부처, 산업체의 의견이 반영되기 어려운 구조가 고착화됐다고 지적한다. 곽신웅 국민대 기계공학부 교수는 “정부가 개발을 완료하면 민간은 기술을 이전받으라는 형태인데 기존 우주개발 방식은 이제 통하지 않는다”며 “사업을 처음 계획할 때부터 기업을 참여시키고 인공위성이나 발사체 등 기본적인 우주 서비스들은 민간이 개발하도록 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정부 출연 연구기관인 항우연이 우주개발 R&D 사업을 독식하면서 폐단이 발생한다는 목소리도 크다. 항우연이 정부 예산, 핵심 기술, 인력, 인프라 등을 독점적으로 소유하고 국가 우주개발 일정을 수행하는 데 초점을 두면서 관료화가 심해지고 시대 변화를 반영한 독창적 연구 수행과는 거리가 멀어졌다는 것이다.

장영근 한국항공대 교수는 지난달 서울대 국제문제연구소가 주최한 ‘항공·우주산업 미래’ 세미나에서 “과기정통부·항우연이 주도하는 R&D 프레임의 우주산업화는 이미 오래전부터 한계에 직면하고 있었다”며 “부실한 올드스페이스 산업화는 우주산업체의 기반 기술 및 혁신 역량 부재로 연계돼 뉴스페이스 생태계 조성 및 발전에도 역행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기업들은 정부 우주 사업이 R&D 일변도로 짜여 참여 자체가 어렵다고 성토한다. R&D 방식은 개발 기관이 기술 소유권을 갖는 데다 기업에 연구개발 직접비만 지급할 뿐 이윤은 포함되지 않기 때문이다. 원가가 보장되지 않고 정해진 날짜에 납품을 하지 못하면 배상하는 지체상금 비율이 30%에 달해 기업 실적 면에서는 마이너스라는 것이 기업의 불만이다. 또 항우연과의 용역 계약에서 기업은 일부 부품 제작 등에만 참여하는 구조여서 기술 혁신이나 역량 축적이 어렵고 하청 업체 역할에 머무를 수밖에 없다.

전문가들은 기업의 우주개발 사업 참여를 늘리려면 공공 수요를 구체적으로 제시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이창진 건국대 항공우주공학과 교수는 “위성 발사를 예로 들면 정부가 어떤 일정에 따라 몇 번 발사하겠다고 결정하면 민간 기업들이 사전에 수지 타산을 따져보고 사업에 참여할지 말지 결정할 텐데 지금 정부 발표들을 보면 그런 게 없다”며 “위성을 쏜 다음에는 영상을 어떻게 활용할지 알아야 기업들이 준비를 할 수 있는데 정부는 1년짜리 단기 계획만 늘어놓는다”고 꼬집었다.

R&D 참여 위주인 정부 사업 방식을 계약 사업 등으로 확대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크다. 정부의 계약 사업 발주가 가능해지면 기업 입장에서는 생산원가를 보장받을 수 있어 수익성이 개선될 수 있기 때문이다. 지난해 말 과기정통부는 이러한 여론을 수렴해 우주개발진흥법 개정안을 국회에 제출했지만 넉 달째 계류 중이다. 법안에는 기업이 입주하는 ‘우주산업클러스터’를 지정하고 지체상금 비율을 30%에서 10%로 인하하는 내용도 담겨 국회 처리가 시급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과학기술정책연구원은 보고서에서 “뉴스페이스 시대에 우주산업 경쟁력을 높이기 위해서는 국가 우주개발 사업 체계를 연구개발에서 발주 구매(조달) 형식으로 전환하는 방식으로 민관 협력을 확대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곽 교수는 “계류 중인 법안이 통과되면 기업 참여 확대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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