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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이스피싱범이요? 언젠가 다 잡히게 돼 있죠. 손맛이 있다니까요” [이웃집 경찰관]

■서대문경찰서 지능범죄수사팀 신세일 경사

"피의자와 라포 쌓는 것도 일…알음알음 정보로 조직 특정"

"콜센터 대부분 중국·필리핀에 집중…사법공조로 시간 걸려"

"허위 결제 문자로 겁준 뒤 도와주겠다며 접근하는 사례 ↑"

"보이스피싱범 검거되면 대부분 합의…피해금 돌려 받아"

신세일 서대문경찰서 수사과 지능범죄수사팀 경사. 오승현 기자




“검찰인데요. ○○님 계좌가 범죄에 이용됐으니 안전한 계좌로 송금해주세요.”

보이스피싱범은 피해자의 돈을 뜯기 위해 미끼를 던지고, 유혹(겁박)하고, 낚는다. 피해자를 속이기 위해 모든 과정은 조직적 단위로 이뤄진다. 생각하기 어려운 수법으로 매번 방식을 바꾸기도 한다. 반대편에는 이들을 일망타진하기 위해 묵묵히 고군분투하는 이가 있다. 서대문경찰서 지능범죄수사팀 신세일 경사다.

“조직원 하나를 잘 구슬려서 또 다른 조직원의 존재를 알아내야죠.” 신세일 경사는 보이스피싱 수사 과정을 ‘고구마줄기 뽑기’에 비유한다. 아쉽게도 이들 범죄 조직은 한 배에 올라타 활동하지 않고 총책의 지휘 아래 중국·필리핀 등지에서 콜센터 직원으로, 현금 인출책과 수거책으로 각자 흩어져 활동한다. 거의 모든 경우 서로의 이름도 모른 채 활동한다.

이 때문에 신 경사는 보이스피싱 수사의 가장 어려운 점으로 ‘피의자 특정’을 꼽는다. “비슷한 수법의 피해가 반복된다”는 식의 실체는 있지만 이를 실행하는 주체와 단서는 베일에 쌓여있기 때문이다. 신 경사는 “가명으로 활동하기 때문에 다른 조직원의 사진을 보여줘도 완전히 다른 이름을 부른다”며 “그렇기 때문에 생각지도 못한 다른 곳에서 얻은 정보가 단서가 되는 경우도 많다”고 설명했다.

피의자들 중 일부를 검거하는 데 성공했다면 그 이후부터는 고도의 심리전이 펼쳐진다. 피의자와 라포를 쌓는 것도 중요한 일이다. 범죄 수익 말고는 전혀 연결고리가 없는 피의자들을 일망타진하기 위해서는 알음알음 캐내야 할 정보가 많다. 신 경사는 “처음에는 열 명 중 열은 ‘아는 사람이 돈을 줘서 인출한 거다, 그냥 아르바이트다’는 식으로 거짓말을 하는데 진술이 엇갈리는 지점과 출입금 내역 등을 비교하며 집중적으로 추궁하다 보면 결국 사실을 토로한다”고 말했다.



이렇게 얻은 정보들로 조직의 실체를 파악하고 난 후에는 시간과의 싸움이다. 이들 조직은 주로 중국이나 필리핀과 같은 동남아 등지에 근거를 두고 있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경찰청이 지난해 11월부터 올해 2월까지 특별단속으로 잡아들인 보이스피싱 조직원 267명도 끈질기고 오랜 추적 끝에 붙잡혔다. 신 경사는 “국내 범죄의 경우에는 사법·행정 처리가 곧바로 이뤄지는데 반해 보이스피싱은 해외 사법당국과 공조가 필요하기 때문에 이 과정에서 시간이 꽤 걸린다”고 설명했다.

나날이 변해가는 수법도 보이스피싱 수사의 또 다른 어려움이다. 예전에는 단순히 가족이나 검찰, 은행원을 사칭해 입금을 유도하는 방식이 많았다면 요즘에는 ‘미끼’의 역할이 세분화되고 다양해지는 추세다. 신 경사는 “보이스피싱이 횡행하다 보니 바로 이제는 먼저 전화를 하면 사람들이 경계심을 느껴 문자로 먼저 접근하는 수법이 부쩍 늘었다”며 “허위 해외 결제 문자를 보낸 뒤 은행원과 경찰 등을 사칭해 연락하는 경우가 많아졌다”고 말했다. 허위로 결제된 내역을 보고 불안함을 느끼는 피해자들에게 도움을 주겠다며 안심시킨 뒤 접근하는 방식이다. 신 경사는 이 외에도 상품권의 PIN번호를 요구하거나, 일부러 고령의 피해자에게 접근하거나, 070 앞 번호를 010으로 바꿔 전화하는 사례도 있다고 설명했다.

신세일 서대문경찰서 수사과 지능범죄수사팀 경사. 오승현 기자


이처럼 어렵고 복잡한 검거 과정에도 불구하고 업무를 계속할 수 있는 원동력은 피해자들에게 돈을 돌려줄 때의 뿌듯함이라고 신 경사는 말한다. 보이스피싱으로 잃은 돈은 되찾을 수 없다는 게 일반적인 인식이지만 최근 처벌 수위가 높아지면서 돈을 돌려받는 경우도 늘고 있다고 신 경사는 설명했다. 신 경사는 “피의자가 검거돼 재판까지 가면 처벌 수위가 높기 때문에 대부분 돈을 다 돌려주고 합의를 한다”며 “누군가는 아무렇지 않게 뺏은 돈이 피해자들에게는 정말 ‘피 같은 돈’이라 크게 감격하는 모습을 보면 사건을 놓지 않고 할 수밖에 없게 된다”고 말했다.

돈이 빠져나가는 찰나의 순간을 포착해 피해자에게 돌려준 적도 있다. 지난해 여름 때의 일이다. 피해자가 돈 수 천만 원을 두 차례 걸쳐 송금한 정황이 포착됐다. 피해자는 1차로 1000만 원 가량을, 2차로 3300만 원을 수거책에게 송금했다. 1차 송금 사실을 첩보원으로부터 제보받은 신 경사는 해당 계좌를 정지시키고 피해금 3300만 원을 몰수했다. 하지만 문제가 있었다. 돈을 돌려받아야 할 피해자가 누군지 알 수 없었던 것이다. 신 경사는 수소문 끝에 피해자가 지방의 한 병원에서 근무하는 간호사라는 사실을 알게 됐고 해당 병원에 연락해 방송을 부탁했다. 후에 방송 내용을 전해 듣고 신 경사에게 찾아온 피해자는 떨리는 손으로 3300만 원을 받아갔다고 한다.

이렇듯 보이스피싱을 검거하는 과정은 복잡하고 시간도 걸리지만 언젠가는 모두 붙잡히게 돼 있다고 신 경사는 호언했다. 보이스피싱은 공소시효가 10년이지만 해외에 있는 기간은 도피로 판단돼 공소시효 기간에 포함되지 않는다. 아울러 최근에는 아예 특정 IP나 전화번호는 해외에서 국내로 들어오지 못하게 통신을 막는 등 범죄를 적극적으로 예방하는 쪽으로 대응을 하는 추세다. 신 경사는 “보이스피싱 수법이 복잡해지고 어려워지는 만큼 그에 대한 사법, 수사당국의 대응도 발전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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