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스정류장에 쓰러진 취객의 지갑을 훔치려다 현금이 없다는 사실을 알고 다시 지갑을 돌려놓은 30대 남성이 경찰에 붙잡혔다.
17일 경찰청 공식 페이스북 '서울경찰'에는 지난달 서울 서초구에서 촬영된 관제센터 영상이 공개됐다.
경찰에 따르면 사건은 지난달 11일 오후 11시 45분쯤 서울 서초구 고속버스터미널 앞 버스정류장에서 일어났다. A(30대)씨는 “정류장에 쓰러진 시민이 있다”고 경찰에 신고하고는 누워있는 남성을 향해 다가갔다. 남성의 기색을 살피던 A씨는 아예 길바닥에 자리를 잡고 앉았다. 남성을 부축하려고 자세를 잡는 듯 보이기도 했다.
다만 경찰 CCTV 관제센터에 A씨의 수상한 움직임이 포착됐다. A씨는 주변을 살피면서 쓰러진 남성의 주머니를 이리저리 뒤졌고, 지갑이 나오자 얼른 자신의 품으로 숨겼다. 자리를 옮긴 A씨는 지갑 내부를 확인했다. 안에 현금 대신 신분증과 카드만 있는 것을 보고는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 다시 지갑을 피해자의 주머니에 넣어 놨다.
이 모든 상황을 지켜본 CCTV 관제센터는 출동한 경찰에 범행 상황을 전달했다. 이 사실을 모르는 A씨는 “저는 쓰러진 아저씨를 도우려고 했을 뿐”이라며 “내가 신고했는데 왜 지갑을 훔치려고 했겠느냐”며 부인했다. 그러나 자신의 모습이 담긴 CCTV 화면을 보고는 결국 범행을 자백했고, 절도 혐의로 입건 됐다.
A씨는 이전에도 무면허운전을 하다 단속에 걸려 경찰 조사를 앞두고 있던 것으로 밝혀졌다.
경찰 관계자는 “A씨가 신고를 한 후 갑자기 돈 욕심이 생겼는지, 여차하면 발뺌하려는 의도로 경찰에 신고부터 했는지는 알 수 없다”며 “결과적으로 훔친 물건이 없다 해도 훔치려는 의도를 갖고 그 자리에서 이탈하는 순간 절도 범행이 인정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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