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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치에 맞서 싸운 '곰'? 2차 세계 대전 실재했던 동물 병사 이야기 [지브러리]

고향을 잃은 폴란드 부대원들의 가족이 되어준 동물 병사 '보이텍'

1944년, 정식 군인으로 징집 받아

폴란드와 스코틀랜드의 영웅이 된 '나치에 맞서 싸운 곰'





2차 대전 중 나치와 맞서 싸운 곰? 폴란드 영'웅'을 소개합니닷 | 지브러리

역사가 유구한 전쟁사를 살피다 보면 사람이 아닌 병사를 종종 찾아볼 수 있다. 기원전 218년, 2차 포에니 전쟁에선 코끼리 37마리가 한니발 부대와 함께 적을 짓밟았다. 냉전 시절엔 돌고래가 소련군과 함께 기뢰를 찾고 배에 폭발물을 설치했다. 이 외에도 낙타, 강아지 등 다양한 동물들이 전쟁 속에서 맹활약했지만 부대원들과 함께 맥주를 마시고, 담배를 핀 동물은 단 한 마리일 것이다. 이번 시간 지브러리에선 치열한 전장 속 부대원들과 함께 했던 폴란드 2군단 소속 ‘곰’ 병사 Wojtek(보이텍)을 소개한다.

고향을 잃은 부대원들에게 가족이 되어준 동물 병사



2차 세계 대전이 한창이던 1942년 봄 전쟁을 피해 이란에 도착한 한 폴란드 난민 가족이 하마단 기차역에서 새끼 곰을 데리고 있는 한 소년을 발견했다. 새끼 곰은 엄마를 잃은 지 얼마 안 돼 작은 강아지 크기와 같았다. 이를 가엽게 여긴 난민 가족은 소년에게 소고기 통조림, 초콜릿, 칼을 주고 새끼 곰을 데려왔다. 그리고 이란의 수도인 테헤란 근처에 있던 폴란드 난민 수용소에서 약 3개월을 살뜰히 보살폈다.



그해 8월. 새끼 곰을 보살펴 온 난민 가족은 폴란드 제 2 수송 중대에 새끼 곰을 기증했다. 제 2 수송 중대의 군인들은 이 곰에게 ‘기쁨을 주는 전사’의 슬라브어 ‘Wojciech’에서 따온 Wojtek(보이텍)이라는 이름을 지어줬다. 군인들은 작은 새끼 곰을 정성으로 키웠다. 고향을 떠나 가족의 생사조차 알 수 없던 군인들의 삶에 위로를 줄 수 있던 존재가 바로 이 새끼 곰이었던 것이다. 군인들은 먹이를 씹지 못하는 새끼 곰을 위해 보드카 병에 연유를 담아 먹였고, 이후엔 과일과 꿀 등을 구해 먹였다. 당시 폴란드 군인이었던 보이치에흐 나렙스키(Wojciech Narebski)는 오랜 시간이 흐른 후 BBC에 출연해 “그는 어린아이 같았고 작은 개 같았다. 우리 군인들을 자기 부모라고 생각해서 우리를 믿고 매우 친절했다”며 보이텍을 회상하기도 했다.

군인들의 사랑을 받으며 무럭무럭 자란 보이텍은 200kg까지 성장했다. 어느덧 보이텍이 가장 좋아하는 음료는 연유가 아니라 맥주가 됐다. 보이텍은 동료 군인들의 취미를 함께 즐겼다. 동료가 찢겨지지 않은 게 신기하지만 복싱과 레슬링을 즐겼다. 아침엔 커피를 마시고 특히 담배 먹는 것을 좋아했다.

폴란드 정식 군인이 된 보이텍





Wojtek by Imperial War Museum


이라크, 시리아, 팔레스타인, 이집트 등 폴란드 군인들이 가는 곳이라면 어디든 함께 했던 보이텍. 하지만 1944년 4월 14일. 이탈리아 몬테 카시노 전투에서 싸우고 있는 영국 8군을 돕기 위해 나폴리로 향하는 배를 타려던 때, 처음으로 동료들과 이별할 위기에 처했다. 이들이 배를 타려던 곳은 이집트의 알렉산드리아 항구였는데 그곳의 항만 관리들이 야생 동물의 탑승은 절대 안 되고 군인만 탑승할 수 있다며 보이텍의 승선을 거부했기 때문이다. 그럴 만도 한 게 당시 보이텍의 키는 2m, 무게는 220kg가량 정도였다. 애완동물인 셈 치고 태우기엔 너무 큰 아이였던 것. 폴란드 부대는 머리를 굴렸다. ‘그럼 Wojtek도 폴란드 정식 군인 하면 되지!’ 그렇게 보이텍은 공식적으로 폴란드군에 징집됐다. 그와 동시에 급여 장부, 일련번호, 계급도 부여 받았다. 월급을 받지 않는 대신 다른 동료들보다 식량 배급을 2배로 받았다. 그렇게 이탈리아로 이동한 보이텍은 몬테 카시노 전투에서 존재 만으로 적군에게 위압감을 줬다. 실제로, 당시 전투에서 곰이 전장에 있던 것을 보고 까무러치게 놀랐다고 증언한 영국 병사도 있었다. 이 전투 이후 보이텍의 위상은 더욱 높아졌고 어느새 보이텍 소속 부대의 휘장은 거대한 포탄을 들고 있는 곰이 그려진 휘장으로 바뀌었다.

폴란드와 스코틀랜드의 영웅, ‘나치에 맞서 싸운 곰’



전장의 스타가 된 보이텍과 함께 폴란드 부대원들은 열심히 전장을 누볐다. 2차 세계 대전의 막바지쯤, 그들은 스코틀랜드로 이동했다. 그리고 그 때, 모두가 바라온 종전이 찾아왔다. 보이텍 소속 부대는 스코틀랜드에서 철수했다. 하지만 종전 후, 폴란드의 동부 지역은 소련의 영토가 되었다. 종전과 함께 고향을 잃어버린 동료들은 보이텍과 함께 스코틀랜드 Hutton에 위치한 실향민 수용소로 이동했다. 그곳에서 보이텍은 동료들과 트위드 강에서 수영을 하는 등 총성이 없는 행복한 일상을 보냈다. 그러던 1947년. 폴란드군 부대원들은 모두 전역을 명 받고 폴란드로 돌아가게 된다. 하지만 전쟁터가 고향이었던 보이텍이 돌아갈 곳은 없었다. 결국 보이텍은 스코틀랜드의 에든 버러 동물원으로 옮겨졌다.

보이텍은 단숨에 에든버러 동물원의 유명 인사로 등극했다. 특히, 나치에 맞서 싸웠던 곰이 동물원에 있다는 소식을 들은 가족 단위의 관람객이 많이 찾아왔다. 당시 스코틀랜드 주민 중에서 보이텍을 모르는 사람은 없었다고. 방문객 중엔 가끔 보이텍의 전우도 있었다. 그들이 보이텍을 찾아와 폴란드어를 건넬 때면 보이텍은 활기를 되찾았다고 한다. 어거스틴 카롤레프스키 (Augustyn Karolewski)라는 폴란드 군인은 BBC에 출연해 “동물원에 방문해 보이텍의 이름을 부르자, 그는 내 등 뒤에 앉아 머리를 흔들며 담배를 원했다”고 회상하기도 했다. 보이텍은 당시 인기에 힘입어 BBC의 ‘Blue peter’라는 방송에도 종종 출연하고 신문에도 자주 등장했다. 그렇게 보이텍은 사람들의 꾸준한 관심을 받으며 살다 1963년 22살의 나이로 동물원에서 생을 마감했다. 당시 영국의 한 방송은 “유감스럽게도 유명한 폴란드 군인이 세상을 떠났다”고 방송하기도 했다.

스코틀랜드 프린세스 스트릿 가든에 위치한 보이텍 동상


보이텍이 세상을 떠난지 60여 년이 흘렀지만 그는 여전히 많은 사람 사이에서 회자되고 있다. 폴란드 크라쿠프의 조다나 공원과 시코르스키 박물관, 스코틀랜드 에딘버러의 프린세스 스트릿 가든 등에는 보이텍의 동상이 세워져 있다. 이 동상들엔 여전히 그를 기념하기 위한 발걸음들이 이어지고 있다. 뿐만 아니라 2011년엔 ‘보이텍 - 전쟁에 간 곰’이라는 영화가 만들어져 BBC 스코틀랜드에서 방영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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