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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토양보론에 분노한 젤렌스키 "1938년 히틀러 달랠때나 나오던 제안"

키신저 전 미 국무장관·뉴욕타임스 직격

"양보하자는 영토 위 수많은 평범한 삶은 못보나"

우크라 대통령 실장도 평화협상우선론 반박

"아이·군인 죽어가는데 영토내주라 해"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이 25일(현지시간) 스위스 다보스에서 열리는 세계경제포럼에서 화상으로 연설하고 있다.AP연합뉴스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이 최근 미국과 서방 일각에서 제기되고 있는 이른바 '영토양보론'에 대해 강도 높게 비난했다고 로이터통신이 25일(현지시간) 보도했다. 1938년 유럽이 독일 나치 정권을 달래기 위해 체코 땅을 내놨던 제안과 다를 바 없다며 영토양보론을 주장한 헨리 키신저 전 미국 국무부 장관과 뉴욕타임스를 정면 겨냥했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이날 비디오 연설에서 "러시아가 무슨 짓을 하든 '그래, 여기서 이득을 좀 보자'라고 말하는 사람은 언제나 있다"며 반박의 포문을 열었다. 첫 비판 대상은 전날 세계경제포럼(WEF·다보스포럼)에서 영토양보론을 주장한 키신저 전 미국 국무장관이었다. 키신저 전 장관은 전날 다보스포럼에서 “이상적으로 두 나라의 국경선은 (러시아가 우크라이나 영토를 일부 빼앗은) 지금 상태로 재편돼야 한다”며 “우크라이나가 그 이상을 바란다면 이는 자유를 원하는 것이 아니라 러시아와의 새로운 전쟁을 하자는 것일 뿐”이라고 말했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이에 대해 “키신저는 그의 달력에 2022년은 없고 1938년만이 있는 것 같은 인상을 받았다”며 “그도 자신이 다보스의 청중 앞에서 연설하는 것이 아니라 1938년으로 돌아가 뮌헨에서 이야기 하고 있다고 생각하는 듯 했다”고 직격했다. 1938년은 영국과 프랑스, 이탈리아가 독일의 추가적인 유럽 침략을 막기 위해 당시 체코슬로바키아의 영토 일부를 아돌프 히틀러 나치독일 총통에게 양보하기로 하고 독일과 뮌헨에서 협정을 맺은 해다. 이웃 국가의 땅을 주고 나치 정권과 협상해 자신의 이익을 챙기려던 몇몇 국가의 과거 모습들과 키신저 전 장관의 발언이 다를 바 없다는 의미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아마도 뉴욕타임스 역시 1938년 일과 비슷한 걸 썼다”며 “분명하게 말해두고 싶은 사실은 지금은 2022년 이라는 점”이라고 꼬집었다. 뉴욕타임스는 19일자 사설에서 “싸우고, 죽고, 집을 잃는 것은 우크라이나인들이며, 전쟁의 끝이 어떻게 될지 결정하는 일도 그들”이라며 “어떤 타협이 요구되더라도 고통스러운 영토 결정을 내려야 할 사람은 우크라이나 지도자들이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고통스럽겠지만 우크라이나 국민을 위해 영토를 양보하라는 이야기다. 뉴욕타임스의 이같은 사설은 우크라이나 영토양보론이 공개 석상에 오르는 계기가 됐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이같은 영토양보론자들을 '위대한 지정학적 인물들'이라고 비꼬아 지칭하기도 했다. 그는 “우크라이나가 러시아에 뭔가를 내줘야 한다고 조언하는 위대한 지정학적 인물들은 허구적인 평화를 위해 그들이 양보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바로 그 땅 위에서 살고 있는 수백만의 평범한 사람들, 평범한 우크라이나인들의 삶은 결코 보지 못하고 있다”고 분노했다.

올렉세이 아레스토비치 우크라이나 대통령 실장도 최근 유럽 내에서 불거지는 협상우선론에 대해 비판했다. 앞서 로이터통신은 최근 이탈리아와 헝가리, 사이프러스가 이달 말 예정된 유럽연합(EU) 정상회담 공동성명의 초안을 준비하는 과정에서 '우크라이나가 고유한 자위권을 행사하도록 EU가 계속 지원하겠다'는 기존 내용 대신 즉각적인 휴전을 촉구하는 내용을 추가하자고 제안했다고 보도한 바 있다.

아레스토비치 실장은 영상 연설에서 "그 누구도 단 1그램의 우리 주권, 1밀리미터의 우리 영토라도 다른 무언가와 바꿀 수 없다"며 "우리 아이들은 죽어가고 있고 군인들은 폭격을 당해 산산조각이 나고 있다. 그리고 그들은 우리에게 영토를 희생하라고 말한다. 패배하라고 말한다. 그런 일은 결코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러시아 역시 휴전론이 달갑지 않은 분위기다. 마리아 자카로바 러시아 외교부 대변인은 "한 손으로는 우크라이나에 무기를 주면서 다른 손으로는 평화적 해결을 도모하자고 제안하는 꼴"이라며 "평화협상론은 판타지"라고 일축했다.

/김흥록 기자 rok@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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