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타니 쇼헤이(28·로스앤젤레스 에인절스)가 ‘10K(10탈삼진) 쇼’를 펼쳤지만 실속을 차린 것은 류현진(35·토론토 블루제이스)이었다.
류현진이 ‘일본 야구 아이콘’ 오타니와 선발 마운드 대결에서 완승을, 투타 대결에서 판정승을 거뒀다. 미국프로야구 메이저리그(MLB)에서 한국인 투수가 일본인 투수와 선발 맞대결에서 승리 투수가 된 것은 2006년 8월 김병현 이후 16년 만이다. 당시 콜로라도 소속이던 김병현은 8이닝 1실점, 밀워키의 오카 도모카즈는 6이닝 6실점 했다.
류현진은 27일(한국 시간) 미국 캘리포니아주 애너하임의 에인절스타디움에서 치른 에인절스와 원정 경기에서 5이닝 6피안타 1볼넷 1탈삼진 2실점으로 잘 던졌다. 투구 수 65개 중 스트라이크는 42개.
토론토의 6 대 3 승리로 류현진은 시즌 2승째를 따냈다. 6.00이던 평균자책점도 5.48로 낮췄다. 팔꿈치 부상 복귀 후 등판만 따지면 3경기 2승, 평균자책점 1.72의 ‘짠물 투구’다.
류현진은 과거 일본인 투수와 네 차례 선발 대결에서 3패에 그쳤는데 투타를 겸하는 슈퍼 스타 오타니와 첫 만남에서 한일 선발 맞대결 첫 승을 따냈다.
류현진이 올 시즌 처음으로 장타를 1개도 허용하지 않은 반면 오타니는 홈런 2방을 얻어맞았다. 6이닝 6피안타 1볼넷 5실점. 시즌 3패(3승)째를 당했고 2.82였던 평균자책점이 3.45로 치솟았다. 1회 선두 타자 조지 스프링어와 6회 블라디미르 게레로 주니어가 각각 솔로포로 오타니를 두들겼다.
류현진은 왼손 타자 오타니를 2타수 무안타 1삼진 1볼넷 1타점으로 잘 막는 등 특유의 위기관리로 대량 실점을 막았다. 5회 2사 주자 없는 상황에서 맞은 오타니와 마지막 승부가 하이라이트였다. 볼 카운트 2-2에서 류현진은 바깥쪽으로 휘어지며 떨어지는 시속 126㎞짜리 명품 체인지업을 뿌렸고 오타니는 헛방망이를 돌렸다. 류현진이 별일 아니라는 듯 ‘시크한’ 표정으로 더그아웃으로 향하는 사이 지난해 아메리칸리그 최우수선수(MVP) 오타니는 안타까운 듯 코를 한 번 찡긋 하며 등을 돌렸다. 류현진은 이날 유일한 탈삼진을 오타니를 상대로 잡았다.
류현진은 팔꿈치에 약간 이상을 느껴 일찍 교체됐지만 “크게 문제되지 않는다. 다음 등판을 거를 일은 없을 것 같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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