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반도체 기업들이 생산능력 확대를 위해 막대한 투자를 진행하며 반도체 공급난 해소를 위해 동분서주하고 있다.
반도체 업계가 가장 주력하는 부분은 생산능력 확대다. 파운드리(반도체 위탁 생산) 부활을 선언한 인텔은 미국 애리조나·오하이오주에 각각 200억 달러(약 25조 원), 유럽에 10년 동안 800억 유로(약 100조 원)를 투자하기로 했다. 이 과정에서 인텔은 미국 정부를 비롯해 유럽 각 국가들과도 긴밀히 협력하면서 대규모 지원을 이끌어내고 있다. 또 유럽에 10년간 막대한 금액을 투입하면서 유럽의 반도체 관련 인재들을 흡수하겠다는 전략이다. TSMC도 생산 라인을 다각화하는 데 힘쓰고 있다. TSMC 측은 올해 설비투자를 지난해보다 3분의 1 이상 늘리기로 하고 올해 최대 440억 원 규모의 설비투자를 계획하고 있다. 3나노 이하 공정 고도화에 집중하는 한편 미국 애리조나에 생산 라인을 증설하고 일본의 대표 기업인 소니와도 협력해 일본 구마모토현에 반도체 생산 시설을 조성한다. 최근에는 싱가포르에 반도체 생산 라인을 확보하는 방안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대만의 또 다른 파운드리 업체인 유나이티드마이크로일렉트로닉스(UMC)도 50억 달러(약 6조 2000억 원)를 투입해 싱가포르에 새로운 공장을 건설한다.
생산능력만큼이나 중요한 과제로 떠오른 것이 반도체 장비 확보다. 전 세계를 휩쓴 반도체 공급 대란으로 반도체 장비의 리드타임이 최장 2년 가까이 길어지면서 장비 확보가 곧 반도체 생산능력을 좌우한다는 판단에서다. 나노 수준의 초미세 반도체 회로를 새기는 극자외선(EUV) 노광 장비를 독점적으로 생산하는 네덜란드의 ASML의 경우 생산능력 확대를 위해 공장 증설과 인재 확보에 투자하고 있지만 생산량을 늘리기 위해서는 막대한 시간이 소요된다.
이에 제조사들은 장비사와 협력을 맺기 위해 적극적으로 러브콜을 보내며 계약 성사에 사활을 걸고 있다. 앞서 1월에는 글로벌 파운드리 기업 인텔이 2025년부터 적용할 1.8나노 공정을 위해 ASML의 하이-NA를 선계약했다며 협업 소식을 알렸다. 파운드리 업계의 후발 주자가 주요 경쟁사를 따돌리고 2나노 이하 공정에 최적화된 최신 장비를 도입하겠다고 선포한 것이다. 직접 페터르 베닝크 ASML 최고경영자(CEO)와 수차례 연락하며 협업을 성사시킨 팻 겔싱어 인텔 CEO는 “장비 확보가 생산능력 확대에 가장 중요한 과제”라고 강조했다. TSMC·UMC 등도 고위 임원진이 나서서 직접 주문 공정 상황을 점검하고 네덜란드의 ASML 본사로 임원진을 급파하며 글로벌 공급망 현황을 실시간으로 확인하고 있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도 이달 7일 네덜란드 출장을 통해 EUV 장비 확보에 직접 나설 것으로 관측된다.
제조사들의 연구개발(R&D) 투자도 빨라지고 있다. 글로벌 반도체 시장 조사 업체 IC인사이츠에 따르면 올해 반도체 제조사들은 R&D 투자 비용을 전년 대비 9% 증가한 805억 달러(약 100조 8000억 원)로 늘릴 계획이다. 2026년까지 예상되는 R&D 연평균 성장률(CAGR)은 5.5%로, 2026년에는 1086억 달러까지 규모가 커질 것으로 예상된다.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