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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 눈] 0.73%p의 늪

정상훈 정치부 기자





“이번 대선 결과는 석패도 분패도 아닌 역대 가장 약한 상대에게 진 그냥 ‘패배’예요.”

더불어민주당의 한 재선 의원이 0.73%포인트 차이로 진 대선 결과를 두고 ‘졌잘싸(졌지만 잘 싸웠다)’라는 말이 나오는 상황에 울분을 토하며 한 말이다. 결국 민주당은 ‘0.73%포인트’ 강을 건너지 못하고 대선에 이어 지선에서도 패했다. 지난해 서울·부산 보궐선거까지 더하면 3연패다.

비상대책위원장만 세 번을 한 박지원 전 국가정보원장은 평소 “골프와 선거는 고개를 쳐드는 순간 진다”는 말을 자주 했다. 그런데 민주당은 선거에서 진 이후에도 계속 고개를 들었다. 표 차이가 어찌 됐든 국민의 선택을 받은 대통령을 향해 ‘0.73%포인트짜리’라는 말이 거침없이 나왔고 대선 패배의 책임을 지고 물러난 인물들은 선거가 끝난 지 채 한 달도 안 돼 다시 당 전면에 등장했다.



문제는 이들이 고개를 들어 바라본 곳이 민심이 아닌 ‘팬심’이었다는 점이다. ‘개딸’과 ‘양아들’로 불린 강성 지지층의 입을 거치면서 반성이라는 단어는 ‘내부 총질’이 됐고 쇄신의 목소리는 ‘갈라 치기’ 취급을 당했다. 당을 살려달라며 고개 숙여 사과한 박지현 전 비대위원장에게는 진짜 사과가 배달됐다. 이른바 ‘개사과’에 분노했던 이들이 보인 모습이다. 민심이 아닌 팬심만 바라본 결과는 5 대 12 대패였다. “0.73%포인트 차이로 이기자”고 외쳤던 광역단체장 후보는 구청장 후보들보다 못한 성적표를 받아들어야만 했다.

민주당에 기회가 없었던 것도 아니다. 대통령 집무실 및 사저 이전 논란부터 정호영·김인철 등 초기 내각 인사 참사, 여기에 검찰 중심 인재 등용까지 민주당이 ‘야성(野性)’을 드러낼 기회는 많았다. 그러나 0.73%포인트에 매몰된 채 여전히 원내 1당이라는 안일함에 빠져 이 모든 기회들을 날려버리고 국민들 기억 속에 ‘이모 논란’만 새겨 놓았다.

고개를 숙일 때다. 고개를 숙이는 방법은 혁신과 쇄신이다. 민주당은 혁신과 쇄신이라는 무거운 짐을 짊어질 비대위원장으로 우상호 의원을 선택했다. 우 의원에게 주어진 시간은 전당대회까지 단 두 달이다. 짧다면 짧고 길다면 긴 시간이다. 뭘 해볼 시간이 안 된다는 푸념은 거둬야 한다. 0.73%포인트 석패가 12 대 5의 대패로 벌어지는 데 걸린 시간도 불과 두 달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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