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시형 소공인은 국내에만 36만개(종사자 수 약 370만명, 2018년 기준) 전체 제조업 사업체 수의 80%, 종사자 수도 24%를 차지할 정도로 그 비중이 매우 높다.
이러한 도시형 소공인의 육성 및 지원을 위해 ‘도시형소공인 지원에 관한 특별법’이 지난 2015년 5월 29일부터 시행된 이래, 중소벤처기업부와 지역자치단체에서 다양한 지원사업을 펼쳐나가고 있다.
도시형소공인 지원을 위해 2013년부터 소공인특화지원센터 설치 및 운영(34개소, 2021년 기준), 2019년 복합지원센터를 지역자치단체와 설치 및 운영하고 있으며, 총 35개의 지역에 소공인 집적지구를 선정해 백년소공인제도(2019년 제도도입), 스마트 공방(2020년 83개 사 40억 원, 2021년 600개 사 294억 원, 2022년 1000개 사 등), 소공인 제품 판매촉진 지원사업, 소공인특화자금 등의 사업을 추진 중이다.
그러나 이러한 다양한 지원사업을 추진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도시형소공인의 경쟁력을 지속해서 저하되고 있는 게 현실이다. 이렇게 경쟁력이 저하되는 요인으로는 고령화, 산업구조의 변화(수동장비-자동화장비로 변환), 전통적 제조업의 디지털화의 지연 등을 들 수 있지만, 정책적인 요인도 한몫하고 있다고 판단된다.
정책적인 측면에서는 디지털 전환 시대 걸맞은 도시형 소공인이 자생할 수 있는 지원정책이 요구된다. 현재 추진하고 있는 사업들의 면면을 살펴보면, 소프트웨어적인 측면보다는 하드웨어적인 측면에서의 지원정책이 강하다. 예를 들면, 스마트공방 기술보급 사업은 용어 자체에서 전통적인 뿌리 산업을 지원하기보다는 가내수공업 수준을 나타내는 공방이라는 용어를 사용해 그 사업 자체로 도시형 소공인에게 기술보급을 하기 위한 것보다는 하드웨어 보급사업 정도로 취급되고 있다.
또한, 도시형 소공인 전체 예산 중, 스마트공방 기술보급 사업에 예산이 너무 편중되다 보니, 그동안 도시형소공인의 자생력 강화에 지대한 영향을 끼쳐왔던 제품 및 기술 가치향상 지원사업은 스마트공방 사업에 통폐합돼 도시형소공인의 마중물과도 같았던 연구개발비의 지원이 단절되는 실정이다. 그동안 제품 및 기술 가치향상 지원사업이 많은 도시형소공인에서 좋은 성과와 단순임가공 생산위주에서 탈피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해 왔다.
서울 영등포구 신도림동에서 식품 가공 기계제조 공장을 경영하고 있는 오리온식품기계는 소공인 기업으로 30년간 한 우물을 파고 있는 백년 소공인이다. 이 기업이 개발한 무인배달시스템 ‘쓩카’를 예로 들어보자. 이 제품은 지난 2016년 소공인 연구개발(제품 및 기술 가치향상 지원사업)을 통해 개발돼 오리온식품기계의 주력 상품으로 국내보다는 미국, 호주 등의 국가에서는 좋은 반응을 얻고 있는 제품이다. 그러나 이 제품도 디지털기술을 접목해 한층 더 업그레이드할 수 있는 여지가 있음에도 연구개발 사업(소공인 제품·기술 가치향상 지원사업)이 중단되는 바람에 기술 고도화 사업이 멈춰져 있다.
오리온식품기계는 창업 이래 전통적인 식품 기계(채소절단기, 초밥 성형기, 김밥 절단기, 회전초밥 컨베이어 등)를 전문적으로 생산하고 있는 기업이다, 이 기업은 소공인 전용 연구개발 사업을 계기로 스마트 레스토랑 시스템을 개발하면서 디지털 기술을 접목한 식품 기계를 생산하는 등 레스토랑 서빙 분야 틈새시장을 공략하면서 지난해는 과학기술정보통신부의 ‘생활 밀착 분야 비대면 선도 서비스 활성화 사업’에 선정돼 ‘서빙 로봇’ 신제품을 론칭 단계에 와 있다.
이처럼 ‘소공인 연구개발사업’은 도시형 소공인의 자생력과 경쟁력을 향상시키는 데 상당히 기여해 왔던 사업이었으나, 지난해부터 스마트공방 지원사업으로 전환되면서 사라진 상태다. 전통 제조업 기반이 대다수인 소공인은 디지털 전환에 매우 느린 편이다. 앞으로 도시형소공인의 자생력과 경쟁력을 향상하기 위해 소공인 사업장도 디지털 전환 시대 걸맞게 연구 개발(R&D) 지원사업을 부활시켜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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