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석훈(사진) 신임 KDB산업은행 회장의 첫 출근이 노동조합에 가로막혔다. 노조가 본점의 부산 이전 철회를 강 회장 업무 추진의 볼모로 잡고 있어 촌각을 다투는 구조조정 현안이 계속 뒷전으로 밀릴 것이라는 우려가 나온다.
강 회장은 8일 오전 서울 여의도 산은 본점에 도착했으나 노조원들에 막혀 정상 출근하지 못하고 발길을 돌렸다. 노조원들은 강 회장을 산업은행 지방 이전을 위한 낙하산이라며 출근길을 막아섰다. 강 회장은 “(산은의 부산 이전도) 대화의 대상이 된다고 생각한다. 같이 논의하도록 하겠다”고 밝혔지만 노조는 본점 이전을 추진하지 않는다는 약속을 받아낼 때까지 출근 저지 투쟁을 계속하겠다는 입장이다. 노조는 성명서를 통해 “금융인 모두가 반대하는 산은 본점 지방 이전을 추진할 낙하산의 출입은 결단코 막아낼 것”이라고 강조했다.
윤석열 대통령의 공약에서 시작된 산은 본점 부산 이전은 현재 산은과 관련된 모든 이슈를 빨아들인 블랙홀로 작용하면서 기업의 생사를 좌우지하는 각종 구조조정 작업이 뒤로 밀리고 있다. 유럽연합(EU)의 반대로 현대중공업과의 인수합병이 무산된 대우조선해양이 대표적이다. 당초 산은은 대우조선해양에 대한 외부 컨설팅을 실시해 3월 말께 매각 방안 등 플랜B를 발표할 계획이었지만 감감무소식이다. JC파트너스가 대주주 요건을 갖추지 못해 계약이 해지된 KDB생명 역시 마찬가지다. 4월 계약 해지 후 재매각 절차가 아직 진행되지 않은 데다 최근 금리 상승으로 KDB생명의 지급여력(RBC) 비율이 올해 1분기 158.8%로 금융 당국의 권고 기준(150%)을 간신히 넘는 등 상황은 악화됐다.
금융권의 한 관계자는 “가뜩이나 지지부진했던 구조조정이 부산 이전 등 정치적 이슈로 인해 더 속도를 내지 못하고 있다”며 “대상 기업들은 산은의 결정만 기다릴 수밖에 없어 답답한 상황”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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