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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자의 창] 연금부자와 디폴트옵션

오원석 한국투자신탁운용 연금마케팅1부장

오원석 한국투자신탁운용 연금마케팅1부장




퇴직연금 사전지정운용제도, 이른바 ‘디폴트옵션’이 다음 달 12일 국내에도 드디어 도입된다. 그동안 국내 퇴직연금 대부분이 물가 상승률 대비 낮은 금리의 원리금보장형으로 운용돼 은퇴 후 노후 생활에 필요한 자산을 충분히 형성하지 못한 점을 보완하기 위해서다. 디폴트옵션은 근로자가 직접 운용하는 확정기여(DC)형 퇴직연금과 개인형퇴직연금(IRP)에 적용된다. 이 제도에 따르면 퇴직연금 가입자가 사전에 퇴직연금 운용 방법을 지정한 후 일정 기간 별도의 운용 지시가 없으면 퇴직연금 적립금은 자동적으로 사전 지정 상품으로 운용된다. 미국·호주·영국 등 많은 연금 선진국에서는 디폴트옵션이 이미 보편화돼 있다.

미국은 1980년대 초 DC형 퇴직연금 제도인 ‘401(k)’을 도입해 디폴트옵션의 발판을 마련했다. 하지만 투자 손실에 대한 책임이 사용자에게 있었기 때문에 초기에는 대부분 안정성 위주의 상품으로 운영됐다. 변화는 2006년 연금보호법(PPA·Pension Protect Act)이 제정되면서 일어났다. PPA는 디폴트옵션을 선택해 제공하는 주체인 사용자의 책임을 면제해주고 적격디폴트상품(QDIA)으로 타깃데이트펀드(TDF), 혼합형펀드(BF), 단기안정형펀드, 자산관리계좌 중 1개를 제공하게 했다. 이후 사용자들은 401(k) 가입자들에게 디폴트옵션을 적극 제시하기 시작했고 안정적으로만 운용되던 미국의 퇴직연금은 차츰 적극적인 투자 상품으로 변모했다.

미국에서는 장기 성과가 우수하고 생애주기형 투자 전략을 채택한 TDF와 투자 성향에 따라 선택할 수 있는 BF가 특히 각광을 받고 있다. 현재 401(k)를 도입한 기업들 중 디폴트옵션으로 TDF를 선택한 비중은 90% 수준이다. TDF 규모는 디폴트옵션 도입 후 비약적으로 증가해 2006년 130조 원에서 2021년 말 1800조 원으로 성장했다.



제2의 연금 선진국 호주는 ‘슈퍼애뉴에이션’이라는 퇴직연금 제도를 운영한다. 초기에 가입자 대부분이 원금보장형을 선택하자 2013년 ‘마이슈퍼’라는 디폴트옵션을 도입했다. 기금형 구조인 호주 퇴직연금 제도의 특성을 감안해 기금당 1개의 디폴트옵션을 설정할 수 있게 해 기금 간 경쟁도 유도했다. 마이슈퍼는 TDF와 유사한 라이프사이클형과 BF형이 대부분이다. 미국 TDF와 구별되는 특징은 호주 주식과 채권에 일부 투자하고 인프라나 부동산과 같은 대체 투자 비중이 높다는 점이다. 장기 수익률은 미국과 유사한 수준으로 가입자들의 노후 자금 형성에 큰 도움을 주고 있다.

초기에는 펀드로만 구성된 디폴트옵션을 도입하는 데 대한 저항도 컸을 것이다. 하지만 100만 달러 이상의 연금 자산을 보유한 미국 연금 부자가 최근 40만 명에 달한다는 뉴스는 국내 DC 및 IRP 가입자들이 디폴트옵션을 어떻게 이용해야 할 것인가에 대해 큰 화두를 던진다.

이번에 도입되는 한국형 디폴트옵션의 가장 큰 특징은 펀드로만 구성된 해외의 디폴트옵션과는 달리 정기예금과 같은 원리금보장형을 선택할 수 있다는 것이다. 제도는 이렇지만 개인의 삶으로는 고민이 필요한 상황이다. 나는 투자에 소극적이니 디폴트옵션으로 이전과 같이 원리금보장형을 또 선택할 것인가. 반대로 생각해보면 어떨까. 예금과 같은 원리금보장형에 투자할 때는 0.1%의 금리라도 더 받기 위해 적극적으로 움직이고, 방치될 때를 대비해 TDF나 BF와 같은 실적배당형을 통해 투자를 한다고 생각하는 것은 어떨까. 방치될 때 빛나는 것은 예금이 아니라 투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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