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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 눈] 칼자루 쥔 서비스맨

서종갑 증권부 기자





고객이 서비스센터를 찾아 서비스맨을 찾는다. 대기표를 뽑고 순서를 기다린 끝에 서비스맨을 본 고객은 깜짝 놀란다. 칼잡이로 정평 난 이가 서비스맨이라며 앉아 있는 게 아닌가. 이 서비스센터는 머지않아 문을 닫을 확률이 높다. 친절한 서비스를 기대하고 찾았는데 맞아주는 이가 칼잡이라면 아무리 간 큰 고객이라도 마음이 편할 리 없다.

금융가에 이런 일이 벌어졌다. 이복현 전 북부지검 부장검사가 새 금융감독원장으로 온 것이다. 이른바 ‘칼잡이’ 출신 금감원장이다. 첫 검찰 출신 금감원장을 맞은 금융가 인사들 눈빛에는 불안이 서렸다. 특히 긴장하는 것은 금융투자 업계다. 출근 첫날부터 이 원장은 라임·옵티머스 사태를 다시 볼 의향이 있느냐는 질문에 “사회 일각에서 문제 제기가 있는 것도 알고 있다”며 “저희가 시스템을 통해 혹시 볼 여지가 있는지 잘 점검해보겠다”고 답했다.



이 답변을 들은 증권 업계와 자산운용 업계는 잔뜩 움츠러들었다. 라임·옵티머스 사건은 이미 종결됐고 해당 자산운용사들이 폐업한 상황에서 이 원장의 답변은 여타 판매사들에 대한 강도 높은 조사를 예고한 것이라고 해석될 수 있기 때문이다. 일각에서는 가뜩이나 침체된 사모펀드 시장이 더욱 위축될 뿐만 아니라 금융사들의 당국 눈치 보기가 더 심해질 것이라는 우려가 나온다. 금융투자 업계에서는 이는 시작에 불과하다는 여론이 팽배하다. 금융투자 업계의 한 관계자는 “경제학 전공에 회계사로 활동한 이력이 있다지만 이 원장은 20여 년을 검사로 생활했다”며 “이해관계가 상충하는 업계 사안을 ‘감독’하기보다는 ‘사건’으로 인식하고 처벌하려 들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고 걱정했다.

금융투자 업계의 불안을 걷어내려면 이 원장은 이제 칼을 내려놓고 금감원의 본분을 되새겨볼 일이다. 정은보 전 금감원장은 이임사를 통해 “금감원의 영문명(Financial Supervisory Service)이 ‘서비스(service)’로 끝나는 것은 감독의 본연이 일방적 지시가 아니라 양방향 커뮤니케이션에 있다”고 설명했다. 정 원장의 마지막 말이 신임 원장에 대한 당부로 읽히는 것은 결코 우연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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