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한양행(000100)이 개발한 3세대 표적항암제 '렉라자(성분명 레이저티닙)'가 폐암 수술 전 선행치료 효과 평가에 나선다. 국내 연구진이 개발한 폐세척 액상생검를 통해 조직검사 없이 EGFR(상피세포 성장인자 수용체) 돌연변이가 확인된 폐암 환자에게 초기부터 표적항암제를 투여해 재발을 막고 완치율을 끌어올릴 것으로 기대된다.
건국대병원은 정밀의학폐암센터장을 맡고 있는 이계영 호흡기-알레르기내과 교수가 폐세척 액상생검으로 진단된 EGFR 변이 양성 폐암 환자 대상으로 수술 전 '렉라자' 선행치료의 효과를 평가하는 단일기관 2상 임상연구를 진행한다고 10일 밝혔다.
이번 임상은 폐암이 의심되는 비흡연자와 여성 환자 약 120~150명을 모집한 다음 폐세척 액상생검을 통해 EGFR 변이 양성 폐암을 찾아내고, 수술 전 '렉라자'를 9주 동안 투여하는 연구다. 수술 후 최종 병리 진단 및 병기를 확인하고 폐세척 액상생검의 조직 일치도를 평가하게 된다. 수술 후 최종 병기가 1기로 확인되면 치료를 종료하고 2~3기 이상으로 확인되면 재발 방지를 위해 3년간 '렉라자'를 추가로 복용하며 추적관찰할 예정이다. 해당 연구는 올해 초 식품의약품안전처의 임상시험계획 승인을 받고 지난달 5월 19일부터 환자 모집을 시작했다.
‘렉라자’는 유한양행이 국내 벤처기업 오스코텍(039200)과 함께 후보물질을 발굴해 임상 2상시험을 거쳐 국산 31호 신약으로 조건부 허가를 받은 3세대 EGFR 티로신 인산화효소 억제제(TKI)다. 뇌혈관장벽(BBB)을 통과할 수 있어 뇌전이가 발생한 폐암 환자에게도 우수한 효능 및 뛰어난 내약성을 보였다.
현재 폐암 진단은 침습적 방식의 조직검사를 통해 이뤄진다. 폐세척 액상생검은 이 교수가 기존 진단법의 단점을 보완하기 위해 개발한 비침습적 폐암 진단방식이다. 기관지내시경을 통해 종양이 위치한 부위에 접근한 다음 식염수로 세척하는 기관지폐포세척술(Bronchoalveolar lavage)을 시행해 폐세척액을 얻음으로써 폐암세포의 유전자 돌연변이를 확인하는 원리다. 앞서 이 교수는 폐암 환자의 폐세척액에 폐암 및 종양미세환경에서 분비된 세포 성분과 세포밖소포체, 엑소좀과 같은 나노입자가 액상으로 존재하며, 분리한 세포밖소포체에 폐암세포에서 기원하는 EGFR 유전자변이 DNA가 존재한다는 사실을 최초로 규명하고 국제학술지 몰레큘라캔서(Molcecular Cancer)에 발표한 바 있다.
국내 폐암의 30~40%를 차지하는 EGFR 돌연변이 폐암은 비흡연자와 여성, 동양인, 말초성 폐선암에서 호발한다고 알려졌다. 특히 비흡연자와 여성에게서 발견되는 폐암의 65%에서 EGFR 유전자 변이가 발견된다. 조직검사 기반의 기존 폐암 진단법은 병변의 크기와 위치가 위험한 유형이나 간유리음영결절 등의 경우 조기 진단이 어렵고, 수술 이후에야 유전자검사를 시행할 수 있다는 제한점을 갖는다. 그에 비해 폐세척액상생검은 기존 방법으로는 조직검사가 불가능한 환자에게도 시행할 수 있다. 또한 3~4기 폐암 환자에서 95% 이상의 민감도와 특이도를 보인다는 사실이 입증되며 상용화를 앞둔 단계다.
이번 연구를 통해 조직검사 없이 폐세척 액상생검만으로 EGFR 변이 폐암 환자를 수술 전에 찾아내고, 부작용이 적은 3세대 표적항암제 '렉라자'의 활용범위를 조기 폐암 영역으로 확장할 것으로 기대된다.
이계영 정밀의학폐암센터장은 “수술로 완전 절제된 2~3기 EGFR 유전자 변이 폐암 환자에게 표적항암제 '타그리소(성분명 오시머티닙)'를 3년간 투여한 결과 재발률이 현저히 낮아진다는 연구 결과가 보고된 이후 초기 폐암 치료에도 표적 항암제가 도입되기 시작했다. 하지만 국내에서는 비싼 약값 탓에 많은 환자들이 아직 의료보험 혜택을 보지 못하고 있다"며 “이번 연구를 통해 EGFR 변이 폐암의 조기 진단율을 향상시키고 표적항암제 활용도를 확장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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